"정치요! 관심없어요.

제가 관심을 갖는다고 달라지는건 없잖아요"

S대 경영학과에 재학중인 K군(24)은 정치에 대한 관심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성 취업 교우문제 등 개인적인 일들도 챙기기 바쁜데 직접 관련도 없는
정치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있느냐는 게 그의 얘기다.

요즘처럼 한보사건이 떠들썩하고 정치권 연루설이 팽배할 때면 신세대들은
무관심을 넘어 "혐오"하는 반응까지 보인다.

실제로 작년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한 여론조사기관이 20~30대 신세대들을
대상으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패한 분야"를 물었을 때 응답자의 70.6%가
"정치인"이라고 답했다.

국무총리의 이름을 아는 신세대는 전체의 27.4%에 불과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있고 그것이 무관심과 냉소주의로 표현되고
있음을 나타내준다.

실제로 선거때마다 20~30대의 투표율은 전체 투표율과 점점 격차가 벌어
지고 있으며 "투표일=휴일"이라는 등식이 젊은층에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사람이 그사람인데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어요.

내가 찍어줬는데 제대로 하지 못하면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K대 기계공학과에 다니는 L군(22)의 "투표거부"에 대한 이유있는 항변이다.

신세대들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이미 정치권에서는 20대에 대한 득표
전략을 포기한지 오래다.

야당의 한 의원보좌관은 "20~30대, 특히 20대에 대한 지지확보가 가장
어렵다"며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 실제 투표율도 낮은데다 뚜렷한
정치관도 없어 공략대상에서 제외시킨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정치적 무관심과 불신을 잉태한 원인을 신세대자체에서
보다는 기성세대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증권사에 근무하고 있는 H씨(32)는 "구태의연한 정쟁과 부정부패, 편법이
난무하고 있는 우리 정치권은 신세대뿐만이 아니라 기성세대에게도 염증을
느끼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제조업체에 다니는 P씨(30)는 "신세대들의 정치관은 무관심보다는 냉소
주의에 가깝다"며 "단순한 상식조차도 통하지 않는 정치권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이지 비판의식이 마비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천리안 하이텔 등의 토론광장에 들어가 보면 최근 정치적 이슈로
부각된 노동법.안기부법 파동 및 한보부도사태에 신세대들의 직설적인
비판과 회의적인 시각을 동시에 접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회의원들이 솔선수범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나라다.

새벽 6시부터 법안을 만들고 전화비 아낀다고 다른 당에는 연락도 안하고."

"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여야할 국회가 "날치기"라니! 한국식 사회주의인가!"

"한보사태에 대해 국정조사권을 발동한다지만 국정조사를 통해 실체적인
접근을 이뤄낸 예는 없었다.

늘 그래왔듯이 면죄부를 발부해주는 식의 조사가 될 것이다"

신세대들의 정치관을 일률적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정치권의 쇄신이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건전한 사회적 가치관에 부합되는 정치가 이뤄질 때
신세대들의 냉소주의는 애정과 관심으로 바뀔 것이다.

P씨의 주장이다.

< 김태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