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우리는 노동법파문으로 인한 파업사태에 이어 한보쇼크까지 겹쳐 경제의
밑바탕이 흔들리고 있는 탓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12월과 올 1월의 경제지표들만 보아도 지난
1년동안 10만명의 실업자가 새로 생겼고 1월중 무역적자는 29일 현재
41억달러에 달해 최악의 상태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는 한보특혜와 관련한 저질폭로전에 촛점이 맞춰져
있고고위당국자나 금융기관장들도 "나는 무관하다"는 해명에 급급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뒤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31일 청와대에서 김영삼대통령주재로
경제장관회의가 열려 한보사태에 따른 대처 방안과 최근의 경제동향을
집중논의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보부도사태에 대한 대책뿐아니라 노동법파문
후속조치와 부동산투기대책등도 논의됐다.

그러나 이날의 경제장관회의도 요즈음의 국민불안을 말끔히 씻어주기는
미진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각부처가 나름대로의 현황과 대책을 마련했지만 원론적 처방에 치중하고
구체적인 실천대안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금융시장안정을 위해 자금공급을 확대하고 하청업체와 관련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세제지원책을 강구한다거나 수급애로를 막기위해 당진제철소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토록 하겠다는 것등이 주요 내용이다.

여기에는 지원대책을 적극 홍보해서 국민불안을 해소하겠다는 항목도
들어있다.

물론 워낙 얼키고 설킨 문제들이 많기때문에 속시원히 풀어줄 명쾌한
대책이 나오 기는 어렵겠지만 보다 구체적인 대안과 실천의지가 더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예컨데 당진제철소의 차질없는 완공이 필요하다면 누가 책임지고
할 것이며 당장 애로가 되고 있는 자금이나 원료수급등 미진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막연하게 차질없도록 하겠다는 약속만으로는 부족하다.

하청업체들의 한보어음은 어떻게 처리되고 자금지원은 어떻게 되는지,
한보가 건설중인 아파트의 공사지연은 없는지,입주자들의 피해는 없는지등에
대해 궁금증을 풀어줄만한 대안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날 회의에서 김대통령이 철저한 대책마련을 강력히 지시했고
재경원금융정책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실무대책위원회도 본격가동에
들어 갔다고 하니 지켜볼수 밖에 없다.

그러나 거듭지적하지만 원론적인 처방이나 확상대책보다는 애로를
철저히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서 신속히 실천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할 일임을 명심해야한다.

특혜의혹을 귀명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경제를 살리는 일은 더 화급한
일이다.

대책이 늦으면 그만큼 경제 주름살은 길어지고 원상회복도 힘들어
지게된다.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특단의 노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우리 경제의
국제적 신인도 유지에도 문제가 생길 우려가 크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