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의 특혜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기 직전인 지난
25일 한보의 김대성상무와 서성하부장 등 핵심간부 2명은 이미 싱가포르로
도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그룹의 자금 실무를 맡았던 예병석차장도 현재 행방이 묘연이다.

이들은 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모두 자취를 감췄을까.

이런 의문의 해답은 이들 3명이 모두 한보그룹의 재정본부 재정팀 소속
이란 공통점에서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한보그룹의 재정본부는 그룹의 모든 자금을 조달하고 분배했던 한보의
대동맥, 물론 정태수 총회장과 정보근 회장 등 회장단 직속기구로 돼있다.

한보의 재정본부는 사실 다른 대기업그룹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조직형태다.

다른 그룹에도 비서실이나 기획조정실 내에 자금팀 정도가 있긴 하다.

하지만 한보의 재정본부는 그것들과는 양이나 질적인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우선 인원이 대규모다.

한보그룹 재정본부의 인원은 40여명.

삼성그룹 비서실의 재무팀 인원이 10여명인 것에 비하면 4배나 많은
숫자다.

재정본부내 조직은 본부장(사장)밑에 재정팀 국제금융팀 주식관리팀
출납팀 등 4개의 팀이 있다.

이중에서도 핵심은 역시 재정팀이다.

더 중요한 건 이 재정본부의 역할.

한보의 재정본부는 그룹의 모든 자금 조달과 계열사별 배분 등 돈에 관한
한 전권을 쥐고 있다.

한마디로 그룹의 모든 돈줄을 좌지우지한다.

다른 그룹의 자금팀이 계열사별 자금조달 계획별 자금조달 계획 등을
교통정리하는 정도완 그 격이 다르다.

한보그룹 재정본부는 그만큼 막강 파워다.

실제로 계열사들은 신규사업이나 사업확장 계획을 세우면 우선 재정본부의
"승인"을 거쳐야 추진할 수 있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

특히 이곳에선 그룹의 자금뿐 아니라 정총회장의 개인재산도 함께 관리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그 실체는 철저히 베일속에 가려져 재정팀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그룹내에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한보그룹 재정본부 직원들이 모두 오너의 신임이 두터운 사람들이란 점도
특징.

정총회장은 재정팀의 경우 말단 직원들까지 "입이 무겁고 충성심이 강한"
측근들로 배치했다는게 그룹 관계자의 귀띔이다.

지난 3년여동안 그룹재정본부장을 맡았던 김종국사장의 경우 정총회장과
같은 PK출신이고 이번에 도피한 김상무 서부장 등 실무 간부들도 한보주택
시절부터 정총회장과 고락을 함께 한 "정총회장 사람들"이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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