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기(일명 삐삐)시장의 성장속도가 점차 둔화되고 있다.

이에따라 호출기 시장의 구조, 특히 하부구조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의 전략도 신규가입자 확보보다는 서비스강화를 통한 기존
가입자의 이탈방지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바뀌는 추세다.

호출기 시장은 서울이동통신 나래텔등 제2사업자가 참여한 지난 93년말부터
작년까지 고속으로 성장해 왔다.

93년말 2백65만명이었던 가입자가 작년말 1천2백만명으로 4배이상 늘었다.

비즈니스맨들은 물론 중.고.대학생, 더 나아가 초등학생까지 호출기를
차고 있을 정도다.

호출기보급이 이처럼 크게 증가한 것은 물론 값이 싸졌기 때문이다.

제2사업자의 등장에 따른 가입자 유치경쟁으로 한때 12만원대를 호가하던
호출기값은 지금 가입비를 포함해 3만~4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호출기 사업자들은 가입자가 지불하는 3~4개월정도의 이용료를 마케팅비
로 써도 수지타산이 맞는다는 계산아래 대리점에 대한 지원을 늘렸으며
대리점은 지원금을 등에 업고 호출기 값을 대폭 인하한 것이다.

가입자 유치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이동통신등 사업자가 서비스를 제공
하고 사업자와 수탁계약을 체결한 대리점이 가입자를 유치 관리하는 분업
구조도 일부 무너졌다.

대표적 사례가 2차 대리점(서브점)의 등장이다.

2차대리점은 1차 대리점과 별도의 계약을 맺고 가입자 유치시마다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는다.

그러나 특정 사업자에 전속돼있는 1차 대리점과 달리 모든 호출기를 취급
한다는 점이 다르다.

용산전자상가에 가면 012와 015 호출기를 병행판매하는 대리점을 흔히 볼
수있다.

그런 대리점이 바로 서브점이다.

길거리에서 호출기를 파는 가판대도 물론 서브점에 속한다.

호출기 가격경쟁은 지난해 12월부터 점차 수그러들고 있다.

사업자들이 호출기시장이 이미 과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유치경쟁
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사업자는 앞으로 신규가입자 창출보다는 가입자 이탈방지를 위한
서비스경쟁에 치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 호출기 유통과정 ]]]

사업자는 무선호출기의 판매자가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이다.

판매자는 사업자와 수탁계약을 맺은 전속대리점.

그러나 무선호출기는 일반 공산품과는 달리 일련 번호를 배정받지 못하면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사업자들이 제조업체로부터 호출기를 한꺼번에 구입, 번호를 입력해
수탁대리점에 공급할때만이 비로소 팔수 있는 상품이 된다.

그래서 사업자들은 제조업체로부터 호출기를 구입해 수탁대리점에 물건을
공급하는 유통회사와 연계해 있다.

관련법상 사업자는 제품을 직접 공급할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이동통신은 선경유통을 통해서 호출기를 대리점에 공급하고
있다.

호출기의 유통과정은 일반공산품과는 다르다.

서비스와 제품이 합쳐졌을때 상품으로서의 효용성을 지니는 호출기의 특성
때문이다.

따라서 호출기는 "제조업체->유통회사->수탁대리점->최종소비자"라는 제품
의 유통경로와 "사업자->수탁대리점->최종소비자"라는 서비스유통경로가
하나로 합쳐진 형태에서 최종소비자에게 판매된다.

또 수탁대리점과 소비자사이에 서브점이 개입되기도 한다.

사업자들이 가입자 유치전쟁을 치르면서 지불한 장려금이 수탁대리점의
운신의 폭을 넓혀준 탓이다.

예를 들어 엠아이텔의 광역호출기 "어필 "의 경우 유통회사가 대리점에
공급하는 가격은 5만9천4백원정도이다.

그러나 이 제품의 소비자가격은 무선호출가입비(2만6천4백원)를 포함해
4만3천원으로 둔갑한다.

겉으로 보면 대리점은 호출기 가입비를 빼고라도 1만6천4백원이나 밑지고
파는것 같다.

사업자들이 3~4개월치의 호출기이용료를 과감하게 마케팅비로 지출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사업자들은 수탁계약을 맺은 전속대리점에 보통 가입자 유치건당 무선호출
가입비의 30%, 이용료의 10%정도를 대리점지원금으로 지불한다.

수탁대리점으로서도 장기 가입자를 다량확보하면 이용료를 계속 챙길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탁대리점들간 과열 유치경쟁이 조장될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수탁대리점들은 판매마진을 최대한 줄이면서 자체 할인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또 서브점과 물밑계약을 맺고 판매망을 넓혀 나가는 것도 이러한 이유
에서다.


[[[ 호출기시장 전망 ]]]

통신 사업자들은 호출기시장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분석하고 있다.

휴대폰시장이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데다 발신전용휴대전화(CT-II),
개인휴대통신(PCS)등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점도 호출기시장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서울이동통신은 올해 약 1백30만명의 신규수요가 창출됨으로써 전국
총가입자수는 1천4백만명에 도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사업자들간 경쟁은 구조적으로 불량가입자를 양산하고 있어 교체
수요는 이보다 훨씬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올해는 해피텔레콤이 제3사업자로 나서면서 4사경쟁체제로 돌입
된다.

무선호출기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대기업들이 점차 퇴각하고 있다.

LG 현대 삼성등 제조업체들은 호출기 생산라인을 철수하는 것 등을 심각
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더구나 소비자들의 기호가 기능보다는 패션화로 돌아서면서 호출기가
대표적인 중소기업형제품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호출기 형태별로는 광역호출기와 문자호출기보급이 보다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손성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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