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들의 96년도 경영실적이 발표되었다.

몇개의 은행들이 작년보다 수익이 줄기는 하였지만 대부분의 은행들은
수익이 늘었다.

작년은 경제가 연착륙에 실패하여 성장률이 급락하고 무역적자는 2백억
달러를 넘었으며 수많은 기업들이 자금난으로 파산을 한해였다.

그런데도 은행은 오히려 수익이 올랐다고 하니 고금리라는 고비용 구조에서
국제경쟁력을 잃고 있는 기업들이나 또는 앞날의 기약이 없이 명예퇴직을
당한 수많은 근로자들은 은행들에 대해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러한 국민적 인식과 감정은 대통령의 연두교서에서 발표된
금융개혁위원회의 출범에 깔려 있다고 하겠다.

이제는 금융개혁이 관할부서인 재경원만의 일이 아니고 또한 임기가 1년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뒤로 미룰 수도 없는 절박한 과제라는 공감대의
표시인 것이다.

또한 금융개혁의 금과옥조가 되어 있는 점진적 개혁이 아니라 금융에
대한 발상자체를 전환시키는 대개혁(빅뱅)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인식
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금융개혁이 필요한 가는 금융개혁위원회가 진행됨에
따라 밝혀지겠지만 금융산업에 경쟁의 원칙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골격이 될 것이다.

금융대개혁의 대명사가 되어 있는 영국의 빅뱅은 증권산업에 대한 업무
영역조정과 수수료자유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가 중심이었으며 최근 금융
대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금융기관간의 업무영역을 제한하고 있는
과거의 규제를 철폐하는 것을 주제로 하고 있다.

금융산업에도 경쟁원리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인데 왜
지금까지 미뤄져 왔는가에 대해 모든 국민들이 궁금해한다.

금융산업에 경쟁을 제한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이었다.

경제공황을 겪으면서 많은 수의 은행이 파산하자 은행의 안정적인 경영을
보장하기 위해 업무구역과 영역에 대한 제한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2차대전후 맥아더 사령관의 영향하에서 일본도 미국의 금융제도를 답습
했고 우리나라도 미국과 일본의 영향을 받아 경쟁 제한적 금융제도를 채택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금융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 일본 한국중 미국의 금융
기관들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일본과 한국의 금융기관들은 경쟁력
이 약한 것을 볼 때 경쟁원리의 도입은 제도상의 문제가 아니라 관행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즉 미국에서는 업무영역 및 구역에 대한 제한은 있으나 그 제한내에서
비효율적인 금융기관들은 파산을 해 퇴출을 하는데 반해 일본과 한국에서는
어떠한 금융기관도 파산을 하지 않게 하는 관행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경쟁력의 차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가장 비효율적인 금융기관마저도 파산을 면하게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나쁜 관행이 파생하게 된다.

그 첫째는 금융기관의 경영실적을 호도하는 것이고 둘째는 비효율적인
금융기관에 특혜를 주는 것이다.

모두에서 은행들의 수익성이 높다는 보도를 인용했으나 이는 오보에
가깝다.

왜냐하면 우선 주가하락에 대한 평가손이 30%밖에 반영되지 않았으며
보다 심각하게는 은행들이 안고 있는 부실채권의 상각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용을 생명으로 하는 금융기관의 경우 적자를 발표하면 국내외적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90년대초 부동산 대출과 남미제국에 대한 부실로 대규모의 적자를
발표한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한때는 신용평가가 기업들보다 낮은 수모를
겪었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피나는 합리화노력의 결과로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은행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비효율적인 금융기관이 합리화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경영실적이 좋은 금융기관보다 경영이 부실한 금융기관
에 자본금증자 또는 신상품개발의 특혜를 주는 등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
하는 정책을 채택할 수밖에 없어 모든 금융기관이 경쟁력을 잃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 정기국회에서 금융제도개선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부실한 금융기관에 대해 퇴출의 길이 열리기는 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정부에서는 부실한 금융기관을 건전한 금융기관에 합병
또는 인수시켜 조용하게 해결되기를 원하고 있는 인상이 짙다.

부실한 금융기관을 인수한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자본금증자와 자회사설립
등의 특혜를 주겠다고 하지만 자칫하면 건전한 금융기관마저도 위험하게
만들기 쉬우며 현실의 정확한 공개가 없이 합병을 당한 금융기관 고용자들의
반발을 야기하는 빌미가 될 가능성도 크다.

이번 금융개혁의 출발은 현실의 정확한 인식에서 출발해야 하며 개혁의
방향은 경쟁원리의 도입이어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이 금융기관이 수익성도 높고 파산의 위험도 없으며 고용의 불안
도 없다고 잘못 인식이 될 경우 모든 금융기관은 어떠한 변화도 거부할
것이다.

금융개혁위가 어떤 개혁을 추진할 것인가를 의논하기에 앞서 단기간의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금융기관들의 경영실태를 보다 정확하게 계리 및
공개를 하여 당해 금융기관의 구성원들이 개혁의 절박감을 느끼게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비효율적인 금융기관이 오히려 특혜를 누리는 금융관행을 과감하게
철폐해 경쟁력이 있는 금융기관의 발목을 잡지말고 경쟁력이 없는 기관은
퇴출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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