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가 지금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표면화된 주력업종의 수출부진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데다 새해 들어서자마자 총파업사태와 한보그룹의 부도파문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벌써부터 올해경제에 어두운 징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우선 올 1월의 무역수지적자가 월별 규모로는 사상 최대인 3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관계당국의 목표치보다 4억~5억달러나 많은 금액인데 원인은 연초의
파업사태로 인한 수출감소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25일 현재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나 줄어든
62억3천9백만달러에 그친데 비해 수입은 4.8%가 늘어난 1백1억3천8백만
달러나 됐다.

무역수지적자가 축소되기는 커녕 날로 늘어나고 있고 게다가 파업및
한보부도사태까지 겹치자 외환시장에서 원화환율은 큰폭으로 치솟았다.

지난 28일 원화시세는 달러당 8백58.6원까지 떨어져 90년대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외환수급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때문에 당분간
하락세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이렇게 오르면 수입물가상승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게다가 한보부도에 따른 연쇄부도사태를 막기위한 긴급자금방출이
생산활동으로 연결되지 않고 유출될 경우 설날을 앞두고 자칫하면
물가불안심리가 걷잡을 수 없게될 가능성이 있다.

물가안정과 국제수지적자축소는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이루겠다고 다짐한 정책목표다.

그런데도 새해 들어서자마자 이같은 정책목표달성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비관적인 생각이 드는 것은 그만큼 경제상황이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지나친 비관은 금물이다.

안광수 통상산업부장관도 수출촉진및 엔지수입를 통해 올해 무역수지
적자를 목표치인 1백40억달러로 줄일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1월달 무역수지적자가 예상보다 많지만 보통 상반기중에 무역수지적자가
확대됐다고 하반기에는 축소되는 경향이 있고 총파업이라는 돌발변수까지
겹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우리는 국정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정책당국자로서 대책없이 걱정만
할수는 없다는 안장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뚜렷한 근거없이 막연히 낙관적인 견해를 강조한다고 어려운
경제사정이 호전될리 없다.

차라리 어려운 사정을 솔직히 인정하고 정부가 앞장서서 경제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며 국민들의 이해와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수출이 주는데 수입은 늘어나니 무역수지적자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벌이는 시원치않은데 씀씀이는 여전하니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면서 고급공무원수는 오히려 늘어나니 규제완화가
안되고 있다.

특히 노-사-정 모두가 일치단결해 노력해도 지금의 위기국면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판에 서로 제몫 챙기기에만 바쁜 인상을 주는 것은 매우 유감된
일이다.

정부를 비롯해 우리모두가 자제해 더이상의 사태악화를 막아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