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태수씨일가등 회사관계자와 전 현직 은행장등 35명에대한 출국금지를
요청하는등 검찰수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내달초에는 임시국회도 열릴 것이 확실하다.

특별검사제도입등을 놓고 여.야간 이견이 팽팽하지만 이미 국정조사권
발동에 합의한 만큼 이 문제를 다룰 국회 특별위원회가 가동될 것은 거의
틀림이 없을 것같다.

5조원월 웃도는 엄청난 규모의 특혜대출이 나가게된 배경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데는 그 누구도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이전 비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않도록 하기위해서도 글자그대로
성역없는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른바 "실세"로 지칭되는 의원들이 "나는 관계없다"고 다투어 해명에
나서야할 정도로 정치적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사건인 만큼 더욱 그러하다.

철저한 배후규명과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조치는 국민적 요구라고
할수 있다.

동시에 이번 사건으로인한 경제적 악영향을 최소화하기위한 조치가
긴요하다는 것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최근들어 나타나고 있는 인련의 현상은 후자에 대한 노력이 지극히
미흡하지않은지 걱정을 떨쳐버리기 어렵게 한다.

한보철강 당진공장이 금명간 가동은 중단해야할 형편이고, 숱하게 많은
납품업체들이 이미 부도를 냈거나 곧 내게 될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만봐도 그렇다.

한보철강 당진공장의 경우 유공이 LPG공급을 중단한데다 원자재인 고철도
수입물량을 통관하지 못해 거의 바닥이 나 금명간 조업을 전면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장치산업인 제철소의 가동중단은 엄청난 비용을 수반하게 마련이다.

수급과정등 관련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과치하더라도 가동중단으로
쇳물이 굳어지면 재가동때 이를 제거해야하기 때문이다.

기존시설의 정상가동과 건설중인 부분의 차질없는 시공이 채친은행의
이익을 위해서도 긴요하다고 본다면, 가스값을 주지못해 LPG공급을
중단당하고 원자재인 고철을 부두에 쌓아놓은채 가동을 멈춰야한다는
것은 상식밖이다.

한보철강의 경영주체가 공백상태라 은행이 신규매출을 해주기도
어렵게돼 있는등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전체 국민경제적
차원에서 본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큰 금융사건이 날때마다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이번에도 중소기업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고있다.

한보납품업체들은 물론이고 다른 중소기업중에도 어음할인한도가
줄어들어 부도직전의 위기를 맞고있는 곳이 많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한보충격을 줄이기 위해 1조원의 긴급자금을 시중은행에
지원했지만, 구정을 앞둔 자금성수기에 겹쳐 중소기업들이 겪는 애로는
가중되고 있다.

경제정책당국자나 금융관계자들은 소위 실세라는 국회의원들처럼
"나는 한보와 관계없다"는 식의 발뺌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좀더
적극적으로 사태수습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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