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7일 발표한 우리나라 96년 사회지표는 근래의 국민생활변화가
"이대로 좋은가"하는 의문을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승용차나 의료.교육시설등이 크게 늘고 영양상태도 좋아지는등 외형적인
생활수준은 큰 개선을 보였다.

또 여가활용이나 근로시간등도 선진국형태로 바뀌어가는 모습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환경오염이 심해지고 혼자사는 노인인구가 늘어나는등 도시화
산업화에 따른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음을 함께 느낄수 있다.

한마디로 겉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 내용은 아직도 부실하기 짝이 없는
것이 우리사회의 실상이라는 결론이다.

때문에 96사회지표가 갖는 의미는 우리경제가 성숙사회로 가기위해서는
시설확충뿐 아니라 제도나 의식.관행의 획기적 변화가 시급함을 강조한
것으로 우리는 평가한다.

그중에서도 여성의 사회진출과 역할에 관한 통계는 우리가 보다 성숙된
사회구축을 위해 더욱 큰 관심과 노력이 필요함을 일깨워 준다.

통계청은 최근들어 여성의 사회진출이 다양화되면서 여성 취업자 가운데
기술.행정직등 전문직종사자의 비율이 지난 80년 3.6%에 불과했으나 90년에
7.7%,95년에 11.2%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기업체에서 5년이상 근무한 장기근속 근로자도 여성비율이 90년의
16.3%에서 95년에는 26.4%로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초등학교와 중등학교의 여교사비율도 각각 절반을 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나라의 여성경제
활동참가율은 48.3%로 선진국에 비해 극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이나 유럽국가들의 55~60%에 비해 훨씬 뒤지고 있을뿐 아니라 문화적
배경이 비슷한 일본의 50%에도 못미친다.

특히 그 내용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경우 25~34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이
47%수준으로 선진국들의 70%이상에 비해 크게 뒤진다.

이는 20대초반의 취업이후 결혼 육아등을 이유로 한참 일할 나이가돼
퇴직이 많은 탓으로 숙련된 여성인력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여성들이 마음놓고 일할수 있는 사회여건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게
우리의 판단이다.

때문에 보육시설의 확충등은 물론 여성에 대한 차별적 고용관행이나
근로조건 임금체계등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본다.

경쟁력강화를 위해서는 도로 항만등 사회간접시설의 건설못지 않게
여성인력활용을 위한 밑바탕마련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지난해 본지가 "21세기 소프트사회-여성을 일터로"라는 주제로
연중 시리즈를 게재한 것도 이같은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우리는 사회지표가 제시한 여성관련 통계중 부정적 측면, 즉 술마시는
여성이 늘고 청소년범죄 특히 여성범죄자의 비중이 높아지고 독신가구나
결손가정이 증가하는 것등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이러한 왜곡된 사회현상의 시정을 위해서도 획기적인 여성취업환경의
개선이 시급함을 강조해 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