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를 중시하는 모임 가운데서도 동창회만한 친목단체가 드물
것이다.

하물며, 초등학교 동창회일 때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대구 명덕초등학교 7회 동창회는 1987년 필자가 대구광역시 부시장으로
재직할 시에 결성하였다.

초등학교 졸업 후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끼리 함께 모인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러함에도 다시 한번 모여보자는 필자의 제의에 많은 동창들이 전국
각지에서 흔쾌히들 달려 왔다.

1987년 제1회 동창모임은 1952년 졸업 후 꼭 35년의 세월을 건너 뛰게
하였다.

모두가 초로의 모습들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흘렀 지만,
그래도 영자야, 영환아, 세택아하는 정다운 외침이 거친 삶을 거슬러
어린시절 그 교정속으로 모두를 옮겨 놓는 자리였다.

거기에는 그동안 각기 쌓아 온 삶의 흔적들이 사라지고, 오직 35년전의
철없는 개구장이들만 모여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모두 60대를 바라보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 들었다.

그동안 대구에서는 월 1회, 서울과 부산에서는 격월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여 왔다.

매년 1월달에는 총회를 개최하여 전체가 모이는 자리를 그리고 격년마다는
야유회를 가짐으로써 상호간 친목을 더욱 두텁게 하여 왔다.

또한 지금도 생존해 계시는 김병기, 김병홍, 문희선, 박병직, 신판용,
최동원 선생님을 모셔서 그분들의 가르침을 되새기곤 한다.

동창회는 여러 회원들의 적극적인 노력에 의해 더욱 활성화되어 왔는데,
대구에서는 초대회장을 지낸 서상규 (영창화섬 대표), 현회장인 김승도
(럭키통상 대표) 및 부회장인 김남숙 (주부)이, 서울에서는 박국노
(금융결제원 인사부장)와 조희연 (주부), 부산에서는 지소자 (주부)가
많은 기여를 하였다.

현재 동창회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회원은 80여명 정도로 직업은
개인사업자가 가장 많고, 이외에도 부동산 중계사, 이용사, 전업주부에서
교사, 공직자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직업을 불문하고 초등학교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라는 정으로만 뭉쳐진 모임이라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