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근 < 북경 특파원 >

12억 인구를 가입대상으로 한 중국의 보험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향후 4년이내 보험가입금액이 2천5백억원(한화 25조원상당)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보험시장을 놓고 중국보험회사와 외국보험회사들이 사활을
건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다.

중국 보험회사들은 사회주의의 타성을 벗어던지고 책상을 들고 거리에
나와 보험가입을 외치고 있다.

가입을 유도하기위해 1백개가 넘는 보험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중국보험시장 진출을 노리는 전세계 보험회사들도 거대중국
보험시장을 선점하기위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외국보험회사들은 본격적인 영업에 대비해 중국 보험회사 직원을 스카우트
하거나 관련인력을 자국으로 보내 연수시키는 등 중국내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

세계 최대이자 마지막시장으로 불리는 중국 보험시장을 점검한다.

7일 오후6시 북경시 연사백화점정문 영하5도를 오르내리는 추운 날씨
속에서 한무리의 젊은이들이 보험가입을 외치고 있다.

이들의 주변에는 평안보험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평안보험 소속인 이들 20~30대 젊은이들이 의자와 탁자를 들고 보험
가입자를 찾아나선 것이다.

사회주의체제를 살아온 중국인의 통념상 다중이 모인 장소에서 판촉활동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수 없는 일이다.

요즘 북경 시내에선 이런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다.

중국의 3대 보험회사의 하나인 태평양보험은 거리에서 판촉활동을 하지
않는 대신 4천여명의 종업원을 동원, 연고자를 통해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측은 "중국인은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사람을 믿는 특성이 있다"며
"연고자를 통할 경우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힌다.

태평양보험은 북경거리를 달리는 택시뒤 유리창에 "태평양보험은 태평양
처럼 평안하다"는 선전문구를 붙여 자사를 홍보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보험회사들이 "파격적"인 판촉활동을 하는 것은 2천5백억원
에서 자사의 몫을 키우고 GNP의 1.5% 수준(선진국 8~12%)인 보험시장의
성장에 대비하기위한 것.

96년말 현재 중국에는 전체 보험시장의 80%를 점하고 있는 인민보험을
비롯 태평양보험 평안보험 대중보험 등 25개가 있다.

이중 인민보험과 평안보험 등 8개가 중국 전역에서 영업을 하고 있고
영안보험 화안보험 등 17개는 허가받는 해당 성과 시지역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 보험회사는 중국 전역에 6천5백개소의 영업소(종사자 13만명)를
두고 있다.

그러나 거대시장을 두고 중국보험회사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것과는 걸맞지
않게 중국내에 아직 이렇다할 보험관련 제도가 없다(엄정명 삼성생명 북경
사무소장).

엄소장은 "지난 95년 보험법이 제정된 이후 별다른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한다.

예컨대 공정경쟁을 보장하는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여서 "원시적인
경쟁수단"이 동원돼도 제재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광주의 A회사가 보험에 들려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각 보험회사들이 고위
관리를 동원, 보험유치에 나섰다.

이바람에 A회사는 고위관리들의 파워게임에 못이겨 4개의 보험회사에
나눠 가입하는 신세가 됐다(중국경제일보 96년10월5일자 보도).

이런 판에 가입자에 대한 질좋은 서비스가 나올리 만무하다.

중국의 대다수 보험회사들이 고객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가입자들은 "가입하라고 사정할 때는 언제고 배상할 때는 전혀 다른
얼굴로 변한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보험에 들기는 쉬워도 보험금을 타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보험회사간의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유능한 모집인의 스카우트도 치열하다.

중국 보험업계에선 인민보험을 "황포군관학교"라고 부른다.

북경대나 청화대 등의 인류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인민보험에 들어가
보험생리를 알만하면 빼다쓴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능력있는 인재야말로 치열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인식이 중국보험업계에도 널리 퍼져 있다.

중국의 보험회사들이 자국시장에서 "무딘 칼로 12억 보험파이"를 자르려고
하는 사이 세계굴지의 보험회사들이 바짝 다가와 군침을 흘리고 있다.

현재 중국당국으로부터 제한적 영업허가를 받은 외국보험사는 AIG(미국)
도쿄해상(일본) 민안보험(홍콩) 중굉인수보험(캐나다와 중국합작) 윈터터
보험(스웨덴) 등 5개사이다.

이중 AIG는 95년 8월 상해에 이어 광주에서도 영업허가를 받았다.

이들 보험회사보다 한발 늦게 중국에 진출한 76개 보험사가 1백26개의
사무소를 북경 과 상해등지에 두고 영업허가를 얻기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이러한 대중진출 후발 보험회사들은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으로
영업허가를 얻어 중국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쉽게 말해 중국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당국이 제시한 수준의 사무소(3개)를 설치하고 기회있을 때마다 보험
관련세미나와 친선운동경기대회 등을 열거나 보험관련자들을 자국으로 초청
해 6~12개월씩 연수시키고 있다.

네덜란드 ING보험은 지난해 9월 상해에서 중국국가대표팀과 네덜란드국가팀
간의 친선축구경기 행사를 주관했다.

또 중국내 대학에 장학금을 주거나 보험강좌를 실시하는 등 자사의 이미지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프랑스 AXA보험은 최근 상해에서 중국정치인과 법조계 인사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보험법 설명회를 개최했고 상해시 법학회와 공동으로
보험안내책자 등을 발간할 계획이다.

미국 링컨 내셔널보험은 중국 중앙재정대학에 2백만달러를 투자, 링컨
내셔널보험학원 설립을 추진중이다.

북경과 상해 심천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미국 CHUBB보험은 중국전력업의
보험수요를 연구하고 중국전역을 돌면서 보험모집인을 상대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일본 삼정해상보험은 지난해 8월 하북성에서 홍수가 났을 때 중국인민은행
으로 찾아가 1만달러의 홍수피해복구성금을 기탁했다.

이밖에 얼라이언스보험(독일)과 선얼라이언스보험(영국) 커머셜유니온보험
(영국) 제너럴액시던트보험(영국) 내셔널 뮤추얼보험(호주) 등도 중국인민
은행 산하 재정대학원에 보험강좌를 개설하거나 보험업종사자 해외연수
보험중개인연수센터건립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여기에 비하면 한국 보험회사는 외소하기 그지없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보험 LG화재보험 등이 중국에 사무소를 두고 있으나
세계적인 보험회사의 활동에 비할 수가 없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보험이 자금력과 인력이 부족한 열악한 조건속에서
영업허가를 얻기위해 이리저리 뛰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외국회사들의 대중진출 노력이 치열한 속에서 중국인민은행 보험사
측은 가뭄에 단비꼴로 "단계적인 보험시장개방"방침을 흘리고 있다.

이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을 겨냥한 것이지만 중국시장을 노리는
외국보험회사엔 "희소식"이 되고 있다.

인민일보는 지난해 12월 25일 중국인민은행 간부의 말을 인용, "중국당국은
97년부터 단계적으로 보험시장을 개방하는 동시에 자국보험회사의 해외진출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은 중국보험시장문을 두드리는 외국보험사들간에 화제가 됐음은
물론이다.

중국당국은 외국보험사 진출과정에서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영업인가 조건으로 중국과의 정치적 연대, 중국경제와 금융
산업에 대한 공헌도를 따지고 국가별로 안배하고 있다(정현준 삼성화재
북경사무소장).

"거대시장"을 두고 전세계 보험회사들은 자사의 사운을 걸고 시장선점에
나서고 있다.

전세계 인구의 25%를 가진 중국에서 얼마만큼의 몫을 확보하느냐가 보험
회사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전세계 보험전문가들이 "생명보험"에 가입한 뒤 생명을 걸고 중국보험
시장에서 싸워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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