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수도인 스톡홀름에서 북서쪽으로 약 1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벨링비.현대적인 도시계획의 이론을 도입한 스웨덴 최초의 신도시로 이후
건설된 이나라의 많은 신도시개발의 표본이 된 곳이다.

스톡홀름에서 지하철로 30분이면 닿을수 있는 벨링비는 팔스타 쉐르홀멘
회그달렌 보르베리 린케비 등 다른 신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수도 스톡홀름을
중심으로 방사선형으로 뻗어나가는 지하철망을 따라 건설됐다.

이들 신도시의 개발목표는 스톡홀름으로 몰리는 인구를 수용, 쾌적하고
자족기능을 갖춘 도시로 개발한다는 것.

이같은 목표는 지금까지 대체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시 전문가들은 벨링비로 시작된 스웨덴의 신도시들을 "도시계획의
이론과 실제가 맞아 떨어진 곳"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스웨덴의 신도시는 지구 (City District)로 불린다.

대표적인 곳은 벨링비 (Vaallingvy)와 쉐르홀멘 (Skarholmen)이다.

이중 먼저 신도시의 모습을 갖춘 곳이 벨링비로 지난 50년부터 개발에
들어가 60년에 완성됐다.

벨링비는 우리나라의 분당 신도시보다 2백여만평이 작은 3백90만평의
부지에 건설됐다.

현재 거주인구는 약 5만9천명으로 분당의 계획인구 40만명에 비해
7분의1 수준이다.

도시 (지구) 전체는 모두 7개의 근린지구로 구성돼 있다.

근린지구는 다시 3~5개의 주택지구 (근린주구)로 구성된다.

도시 중심에는 지구중심지를 배치하고 또 각 근린지구에는 근린지구
중심을 만들었다.

지구중심지와 근린지구중심지는 모두 지하철 또는 전철로 스톡홀름과
연결된다.

여기에다 주민들이 굳이 스톡홀름에 들어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모든
편의시설 및 공공시설을 갖추고 있다.

단위 근린지구는 지구중심을 핵으로 방사형으로 중심->아파트 밀집지구->
연립.빌라단지->전원주택단지 식으로 배열돼 있다.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반경 5백m내에 조성되는 아파트 밀집지구는 보통
10~12층 높이의 임대 아파트를 집중 배치, 서민들이 거주하면서
스톡홀름으로 출퇴근이 가능하도록 배려했다.

벨링비는 스웨덴의 다른 신도시와 마찬가지로 지하철 전철 고속도로 등
기반시설을 먼저 갖춘후 도시 건설에 들어갔다.

"선교통망 구축, 후도시건설"의 도시계획 기본 원칙을 철저히 지킨
예이다.

벨링비의 지하철 개통시기는 도시가 한창 건설되고있던 55년부터
59년사이에 모두 이뤄졌다.

우리나라의 신도시 건설과정과 근본적으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이와함께 벨링비의 가장 큰 특징은 각국의 신도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인 "직주일체"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실현시켰다는 점이다.

근린지구 사이에 산업단지를 입지시켜 현지 취업인구를 이곳으로
수용하는데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벨링비 신도시에 조성된 산업단지 취업자중 현지거주자 비율은 무려
46%에 이른다.

스웨덴 정부는 이같은 비율에도 불만이지만 도시 전문가들은 성공한
케이스로 보고 있다.

근린지구를 상호 연결하는 지하철역간 거리는 평균 2km이며 지구간
거리는 1km이다.

지구내에는 자동차 자전거도로등이 잘 갖춰져 있지만 동선이 교차하는
일은 절대 없다.

또 도시 전체가 지역난방 시스템을 갖춰 겨울철에도 섭씨18도를 넘는
일이 없도록 했다.

그만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 곳에서는 주택지구내에서도 주차해 있는 자동차를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이는 모두 옥내 주차장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2층이상 건물은 엘리베이터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장애인 및
노약자를 위한 시설에 세심한 배려를 한 점도 엿볼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스웨덴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벨링비를 "치밀한 도시계획을 바탕으로 개발사업
시행자의 철저한 경쟁을 통해 건설 된 도시"로 꼽으며 도시개발 기법에
있어서도 일찌감치 경쟁체제를 도입한 것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스톡홀름에는 시정부가 투자한 4개의 개발회사가 있는데 개발과정에
민간의 참여가 가능하도록 문호를 개방한 상태에서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스웨덴에 있어 벨링비는 사회민주주의 도시계획 개념이 도입된 최초의
완성된 신도시 모델이다.

스톡홀름 시정부는 벨링비를 모델로 삼아 6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건설되는 신도시들에 대해 수정을 가하며 가장 이상적인 도시를 가꾸어
나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