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오후 한국경제신문사 편집국에 한 젊은이가 찾아왔다.

쌍용정공의 신입사원 차영신씨.

차씨는 처음보는 기자들에게 일일이 자기소개를 하고 쌍용의 이미지를
묻는 설문서를 돌렸다.

차씨가 경제신문사를 찾아 설문조사를 한 것은 쌍용의 신입사원
연수과정중의 하나인 "나의 도전장"이라는 사회체험 활동의 하나.

같은 시간 차씨의 다른 입사동기들도 "그룹회장 면담" "1일 소방서근무"
등 스스로 정한 주제에 따라 "도전"을 경험했다.

"처음엔 쑥스럽기도 했지만 직접 계획을 세워 이를 실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보람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는 차씨의 소감.

제일제당이 캐나다에서 채용한 한인교포 2세 김민정씨는 지난 24일
하루종일 경기도 안성 인근 야산에서 미꾸라지와 개구리를 잡으러 다녀야
했다.

제일제당의 신입사원 교육과정중 하나인 "산악훈련"을 받았던 것.

김씨는 한국에서 동료 신입사원들과 같이 교육을 받고 있다.

김씨는 "나의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고 동료들의 고마움을 깨닫게 해준
훈련"이라며 "극기와 협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회사정신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신입사원 교육프로그램이 다양해지고 있다.

각 대기업그룹들이 신입사원에 대한 강의실 교육 만으로는 단기간에
이들을 그룹이 원하는 일꾼으로 변신시키기 어렵다고 판단, 다양한 형식의
"회사 빛깔내기"작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체험학습 프로그램은 대표적인 케이스다.

효성의 "현장체험"은 쌍용 "나의 도전장"과 같은 내용.

금호그룹은 "어드벤처 투어"과정을 마련해 2박3일간 계열사 대리점을
방문, 새내기들이 고객 입장에서 회사 서비스를 평가할 기회를 마련했다.

이밖에도 "체험"프로그램은 현대의 그룹성장사 연극,LG의 단체로
줄넘기 많이 넘기, 두산의 도자기굽기 등 그 형태가 무궁무진하다.

대우나 코오롱 등의 "모의경영게임"도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규율과 협동정신을 강조하는 그룹들은 군입소나 산악훈련 등의 방법을
택한다.

대우그룹은 신입사원 교육과정으로 경기도 주흘산 "정상정복"을
실시하고 있다.

10명이 한 팀을 이뤄 도전하며 중간중간 CM송 제작, 인간탑 쌓기등
과제가 주어진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2월 21일 신입대졸사원 30명을 대상으로 남녀 구별없이
1박2일간 공수부대에 입소교육을 실시한다.

거평그룹은 신입사원 교육과정에 서바이벌게임을 집어넣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의식, "성공하기 전에 사람이 되어라"고 가르치는
기업도 많다.

동양그룹은 지난 10일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눈을 가리거나 한쪽다리를
묶고 도심을 횡단하는 "장애인 체험시간"을 갖도록 했다.

장애인의 입장이 되어 그들을 이해하고 봉사의식을 갖게 하자는
취지에서다.

동양그룹 신입사원들은 그 전날 정신지체아 수용시설인 교남 소망의
집과 일산 홀트아동복지타운 등을 방문해 장애아 목욕시키기, 식사
및 용변보조, 화장실 청소 등을 했다.

현대 신입사원들은 22일 23일 양일간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했고
대한항공 신입사원들도 17일과 18일 가평 꽃동네를 찾아 밥짓기 세탁
청소등을 도왔다.

대림산업은 교육과정중 헌혈의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쌍용그룹 인사담당 윤홍근이사는 "최근 경기침체로 지난해 붐을 이뤘던
각 그룹의 신입사원 해외연수과정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며 "대신
도전정신 모험심 사회적 책임감 등 기업마다의 독특한 교육프로그램들이
"그룹맨"으로서의 "정체감" 형성방법의 하나로 자리잡아 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김주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