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규 <바른경제동인회 이사장>

바로며칠전 신입사원 면접시험을 치르면서 응시자들에게 노동법파동에
대하여 질문을 해보았다.

하나같이 날치기통과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도 그 내용에 대하여는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정리해고제는 사주가 마음만 내키면 해고할 수 있는 것이고 변형근로제는
특근수당 없이도 초과근로를 시킬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반시민이면 몰라도 대학생이 이 정도밖에 알고 있지 않다면 그건
큰 문제다.

정리해고제는 경영이 어려워진 기업이 지금의 근로자를 전부 안고는
파산을 면치 못하거나, 기술혁신과 자동화도입으로 잉여인원이 남는 경우,
또는 전업으로 인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때 노동위원회에 승인을 받아
종업원의 일부를 해고하는 제도다.

노동위원회에 승인신청을 하기 전에 노조대표와 해고대상범위 선발기준
해고조건등에 대하여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양해를 얻고 신청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주가 아무때나 마음 내키면 목을 자르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기술혁신이나 구조조정의 경우에는 기업합리화를 위한 발전적
기틀을 만드는 경우이기 때문에 해고자에게 상당한 추가 퇴직위로금을
지급할 수는 있으나 기업이 어려워서 해고가 불가피할 경우에는
자금사정이 어려워 퇴직위로금도 변변치 못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일부 해고를 하지 않고 파산할 때까지 그냥 버티기만
하다가는 종업원전부를 실직하게 만드는 것이 될 것이므로 대를 위하여
소를 희생시키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다.

이 경우는 정리해고법이 있든 없든 관계없이 경제사회의 자연현상으로
써 일어날 수밖에 없다.

경제사회 발전을 위하여도 기업의 퇴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회가 정체되고 만다.

사람의 몸도 신진대사가 잘 되어야 몸이 튼튼한 것과 같이 기업의 인력도
퇴출이 막힌 고용제도하에서는 새로운 일터가 만들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사양기업은 빨리 정리되던가 축소되어야 하고 새로운 사업분야를
개척할 수 있는 인력퇴출을 원활히 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고용창출의
관건인 것이다.

그러므로 정리해고가 실업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기간이 지나면
반대로 고용증가로 나타나고 경제사회는 활성화되는 것이다.

변형근로제도 알고 보면 근로자가 반대할 일이 아니다.

놀때 놀고 일할 때 일하자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가 많다.

놀 때도 임금을 거져 받고 많이 일할때는 초과수당을 달라고 하니까
사주는 제품당 원가가 올라가서 토요일 4시간이라도 출근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

근로자는 4시간 일하기 위하여 2시간씩 교통지옥에서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노는 시간과 더 일하는 시간을 상쇄할 수 있는 임금제도가 되어야
사주에게도 근로자에게도 공평하고 능률적이 된다.

그것도 무한정 남용하면 근로자의 건강을 해칠까 걱정하여 주 56시간
이내로 한정한 것이고 노조대표와 합의하여 실시토록 하자는 것이다.

노조가 반대할 큰 명분이 없다.

사실상 중소기업에서는 종업원들이 불합리한 특근수당을 안받고도
토요격주휴무제를 원한다.

다만 일부 대기업노조가 사리에는 안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현행법대로
특근수당을 받아 내고 있다.

그러한 노조는 이번 법개정으로 수당이 줄어 근로자에게 불리하다고
하는데 개정법에 임금총액이 줄지 않도록 하는 조항까지 들어있기 때문에
그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상식과 사리에 맞지 않는 제도는 장기적으로 도리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미국 캘리포니아남부 국경경비는 맥시코인들의 불법이민을 막기 위해
자못 삼엄하다.

필자가 작년말 맥시코 국경도시 티화나에 갔다가 미국으로 들어오는
출입국관리 사무소에서 맥시코청년 한 명이 미국쪽 휀스를 뛰어 넘을려고
하다가 잡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이런 일이 이곳에서는 다반사로 일어난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 쪽에서 맥시코로 가려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이것이 국가경제력의 차이이다.

그러나 맥시코는 자원이 풍부하여 성장잠재력이 큰 나라다.

그런데 정치를 잘못하여 못사는 나라가 되었고 빈부격차가 커서
사회혼란이 심하다.

만약 정치를 잘해서 부지런한 국민이 된다면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다.

미국이 지금과 같은 마약중독자의 범람과 총기범죄가 가속되어 경제가
후퇴하고 반대로 맥시코가 빠른 성장속도를 지속한다면, 30~50년후에
미국청년이 맥시코 쪽 휀스를 뛰어 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상상을
혼자 해보았다.

이런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미국과 맥시코가 뒤집어 지더라도 우리에게는 알 바가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중국과 한국사이는 어떨까? 15년후에 이런 일이 없다고
누가 장담 할 수 있을까? 지금은 중극사람들이 한국에 오기 위하여 별별일이
다 일어 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은 매년 10%의 성장을 계속하고 있고 물가도 작년 6.1%로
잡았다고 한다.

우리가 지금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우리의 청년들이 중국에 말항을
할 날도 멀지 않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필자가 89년 북경을 방문했을 때 중국 고위관리가 한 말이 새삼 생각난다.

"당나귀는 아무리 커도 절대로 말이 될 수 없다"이 시점에서 노사
다 같이 음미해 볼 대목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