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방 <국토개발연구원 부원장>

대통령이 금융개혁을 한다고 했다.

2주일만애 31명의 금융개혁위원회 위원이 선정됐다.

매우 빠른 수순을 밟고 있다.

금융개혁의 필요성은 그동안 워낙 많이 지적돼 와서 전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정도다.

금융산업은 지금까지 과보호와 선단식 경영으로 인한 비능률이 가장
큰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모든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해주고 경제를 앞서 이끌어 나가야 할
금융산업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걸림돌로 여겨지고 있다.

높은 금리와 과다한 규제 그리고 규제에 안주해서 그날만 넘기면 된다는
안일한 경영태도가 오늘의 금융산업 모습이다.

그러나 세계는 변하고 있다.

정보화의 진전은 많은 금융상품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시간과 공간상의
제약을 거의 없애고 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또한 세계무역기구(WT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입은 우리의
금융시장과 정책을 외국으로부터 분리시킬 수 없게 만들었다.

더 이상 우리만의 규제와 보호가 불가능 해진 것이다.

금융산업은 이제 개혁될 수 밖에 없다.

미리 미리 준비했으면 이렇게 안 서둘러도 될 것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앞으로 1년동안에 방대한 내용의 금융 개혁작업을 해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금융개혁의 주요과제로는 역시 규제완화와 업무영역조정을 통한 칸막이
트기, 진입 및 퇴출장벽의 완화를 통한 유효경쟁의 확보, 금리인하를 위한
제도개선, 구조정을 통한 금융산업의 경쟁력제고가 되어야 한다는데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금융개혁으로 경쟁이 격화될 경우 금융기관의 안정성과 건전성이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담보하기 위한 감독기능의 강화와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한 보완조치도 이번의 금융개혁과정에서 심도있게
논의돼야 할 것이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금융개혁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새롭게 정비된 제도를 가지고 금융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인력의 고급화와 함께 정보화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즉 축적된 정보를 활용해서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할 수있는 새로운
사업과 상품을 개발하고 금융기관간의 전략적 제휴나 협력을 적극
모색해야만 새롭게 형성되는 금융구조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보화는 정보의 공유와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이 있어야만
그 효과가 발휘될 수 있다.

그렇다면 금융산업의 경쟁력제고를 위해서는 제도나 인력못지 않게
금융산업의 물적기반조성도 중요하지 않을까.

금융기관 하나만을 생각한다면 인공지능의 건물과 광역통신 네트워크로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산업 전체를 생각한다면 금융정보의 공유와 활용을 높여
상승효과를 낼수 있도록 금융산업의 물적기반이 조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으면서 첨단의 통신시설을
구비한 첨단금융도시가 건설돼야 한다.

혹자는 통신시설의 발달로 금융기관이 밀집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형 금융거래와 같이 매우 미묘하고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경우에는 역시 사람을 직접 만나야만 한다.

화상회의를 하고 난 후 사장의 심기를 알기위해 다시 찾아갔다는 일화는
첨단 통신시설 아래서도 대면접촉의 필요성을 나타내 준다.

또한 금융기관의 밀집은 고객이나 금융기관 종사자들로 하여금 정보사냥을
보다 용이하게 하고 한 곳에서 일괄서비스를 받게 함으로써 금융산업의
시너지 효과를 크게 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영국 런던의 금융지구나 미국의 월가등
세계금융의 중심지에 금융기관이 밀집해 있는 것도 그 좋은 예이다.

개발도상국 역시 첨단 금융도시의 건설을 경제발전의 기폭제로 삼고 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중국 등의 모든 나라가 중요한 경제거점에 금융지구
의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금융산업이 낙후된 후발자의 위치가 항상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선진국의 경험을 잘 살펴서 빠르고 정확한 길을 걸으면 오히려 후발자가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서울에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첨단금융지구가 만들어지고 지방의
대도시에도 그 지방에 맞는 규모의 첨단시설의 금융업무지구가 들어선다면
금융산업낙후의 위기가 좋은 기회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첨단금융업무지구의 개발은 경제활동에 대한 지원효과를 높일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내지 지역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수도 있다.

지금의 금융개혁도 중요하다.

그러나 한걸음 더 나가서 보다 넓게 보고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진지하게 모색돼야 하겠다.

첨단금융업무지구의 개발을 포함해서 금융산업의 물적기반의 정비와
그 공간적 배치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생각할 때다.

그래야만 그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화위복의 현명함이 발휘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