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이 부도처리됨에 따라 금융권은 물론 경제 전체에 적지 않은
파장이 불가피하게 됐다.

채권은행단은 당초 한보철강의 주식담보와 경영권 포기각서 제출을 전제로
3천억원의 자금지원과 함께 은행관리를 실시키로 했으나 한보측이 경영권
포기각서를 제출할수 없다고 거부하는 바람에 부도처리로 결말이 났다.

우리는 채권은행들의 결정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보지만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후속조치 마련이 더 중요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문제의 대상기업이 이미 수조원의 돈이 투입돼 공장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고 국가기간산업에 속하고 철강산업이라는 데서 어떤
형태로든 공장건설은 계획대로 추진할수밖에 없다고 본다.

때문에 현실적으로 자체 자금 조달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자금지원은
불가피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자금지원으로 당진의 철강공장이 완공된다고
하더라도 한보측의 주장대로 순탄한 경영정상화가 가능하겠느냐는
점이다.

철강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제품의 경쟁력도 그다지 높은 편이 못돼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다.

더구나 현재의 한보철강 부채구조는 스스로 감당하기에는 아무래도 힘들
정도로 악화돼 있어 이런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부채규모가 5조원에 이르고 부채비율도 자기자본의 20배 가까이 돼
이자만도 한햇동안 5천억원을 넘는다.

빠른 시일내에 경영을 정상화시키기에는 너무 취약한 구조다.

사정이 그러함에도 한보측이 포기각서제출을 거부하고 경영권확보에 집착한
것은 과욕이라고 볼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번 한보문제를 접하면서 이같은 사태가 왜 빚어졌고 누구의 책임
인가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방만한 경영을 자초한 한보의 책임이 우선 가장 큰 점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철강공장을 지으면서도 유원건설등 부실기업을
인수하는등 덩치키우기에 주력한 방만한 경영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금융기관들의 책임도 크다.

그 많은 돈을 주저없이 지원해준 것은 이해가 안되는 일이다.

만약 세간의 소문대로 자금지원의 정치적 영향 등 금융외적인 요인에 의해
이루어졌다면 큰일이다.

부도처리로 모든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원만한 수습을 위해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법정관리 등 후속대책은 어떻게 할 것이며 제3자 인수는 어떤 방법으로
어떤 기업을 선택할 것인지 등 다각적인 후속조치가 이뤄져야 하고 그것도
빠른 의사결정이 있어야 한다.

당장의 경제파장을 최소화시키는 노력도 있어야 하겠지만 보다 장기적으로
문제를 키우지 않도록 하는 방안마련에 중점을 둬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