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우리시간으로 21일 새벽2시 취임식을 갖고 집권
2기를 시작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2기 취임은 우선 2001년1월까지 세계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을 이끌게 됨으로써 20세기를 마감하고 21세기를 열게 된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우리는 새로운 세기를 맞는 역사적 전환점에서 시작된 클린턴 2기의
출범을 축하하면서 새 행정부가 신국제질서의 재편에 기여하고 세계경제
활성화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한다.

신클린턴행정부가 내세운 외교정책기조와 관련해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북한핵과 연계된 한반도정책이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대화유도"라는 클린턴 1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핵개발위협을 과대평가해 북한과의 협상에 질질 끌려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이같은 "북한 끌어안기"는 오히려 한반도 문제를 더 꼬이게
할수도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미국의 한반도정책이 북한의 고단수 정치술책에 휘말려 "북-미 양자회담"
등으로 변질되지 않기를 클린턴2기 행정부에 당부한다.

클린턴대통령 집권2기의 미 대외경제정책이 어떻게 변할지도 우리의
관심사다.

잘 알다시피 클린턴대통령은 미국경제활력의 회복을 배경으로 재집권했지만
앞으로 "공세적 상호주의"를 내세워 대외통상압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4년간 물가안정 재정적자축소 실업감축 등에는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지만 연간 1천억달러를 넘는 무역적자는 확대일로에 있다.

클린턴정부는 대외 시장개방압력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지역을 수출확대의 주요 표적으로 삼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집중포화가 쏟아질 가능성이 매우 큰 나라로
꼽히고 있다.

한-미 양국간에는 현재 여러 현안들이 걸려 있다.

통신장비 분야에서는 한국이 우선협상대상국(PFC)으로 지정돼 있으며
자동차 지적재산권 수입품검사 및 검역제도 등도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현안이다.

특히 지난번 1기 취임초부터 앨 고어 부통령이 중심이 된 강력한
정보화추진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둔 클린턴정부는 장차 정보화의
국내외확산을 통해 21세기 팍스 아메리카나를 구축한다는 구상을
드러내고 있어 정보통신분야에서 한국등 많은 나라들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클린턴 집권2기를 맞아 이같은 현안들이 어떤 식으로 풀려갈지는
미지수지만 미국은 한국의 현실과 관행을 무시하고 미국식 잣대를
기준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우리 입장에서 볼때 클린턴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미국의 대한정책이
지속성을 갖게 됐다며 안도해선 안될 것이다.

클린턴이란 인물은 그대로지만 그를 움직이는 상황은 변했고 또 계속
변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클린턴 2기행정부의 안보
경제 외교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