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도 수출상품이다"

한국전력이 지난 2~3년 사이 해외발전소 건설사업에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전력도 외국에 내다파는 전력 수출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의미다.

전력산업에도 세계화의 막이 오르며 전기가 당당한 수출주역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전의 해외진출은 근래들어 눈에 띌 정도로 두드러졌다.

지난 94년 중국 광동원전 정비기술용역을 수주해 해외사업의 첫발을 내디
딘 한전은 작년말 필리핀에서 세계 최대규모의 화력발전소 건설.운영권을
따내 개가를 올렸다.

이에 힘입어 최근엔 인도 베트남 코스타리카 등 개도국으로 시장을 넓혀
가고 있다.

한전은 인도 안드라 프라데시주 라마군담 지역에 건설될 50만kW급 화력
발전소의 보수와 운전을 맡기로 하고 지난달 이 발전소의 사업권자인 인도
BPL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또 베트남 남부에 건립될 예정인 60만kW 용량의 푸미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입찰에 삼성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본격 참여할 계획이다.

한전은 중남미 코스타리카에서도 23만kW급 수력발전소 건설.운영에 참여
키로 하고 사업타당성을 적극 검토중이다.

이밖에 중국의 광동성과 산동성 원전건설 참여를 추진중이며 진산 중수로
건설에도 자문용역을 제공하는 등 중국 원자력발전소 사업에 직.간접으로
관여하고 있다.

한전이 이처럼 "밖으로의 전력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일석이조
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지난 30여년간 축적된 전력기술을 개도국에 이전한다는 "명분"과 짭짤한
수익이란 "실속"이 그 것.

또 한전의 해외진출 추진배경엔 앞으로 국내 전력시장이 성숙단계에
들어서 수요가 정체될 것에 대비한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이밖에 건설이나 발전설비 등 다른 업종의 기업들과 동반진출의 기회를
마련해 산업간 협력을 도모한다는 것도 부수적인 효과다.

사실 해외 전력시장은 작지않은 규모다.

특히 중국 동남아 등지의 국가들은 경제개발과 함께 90년대 들어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무한한 잠재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진국 전력시장은 거의 포화상태에 도달한 반면 아시아지역과 구공산권
국가의 전력수요 신장률은 지난 90년부터 오는 2010년께까지 연간 5%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를 뒷받침한다.

같은 기간중 선진국의 전력소비증가율이 2.2%인 것을 감안하면 2배가 넘는
신장률인 셈이다.

개도국의 경우 지난 71년부터 20년간 전력수요 증가율은 연평균 8.2%에
달하기도 했다.

이같이 떠르오는 시장을 놓고 세계 각국의 전력회사와 발전기자재 업체
들이 벌써부터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미국과 유럽의 전력회사들은 아예 별도의 자회사를 만들어 외국전력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의 도쿄전력도 최근 관련 법개정을 통해 해외
전력사업 진출을 개시했다는 것이다.

개도국 발전시장의 경우 성장 가능성도 그렇지만 수익성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전은 해외프로젝트가 국내사업에 비해 3배 이상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밝힌다.

과거 5년간 한전의 평균 자기자본수익률은 7.62%에 그치지만 해외사업의
평균 수익률은 20%이상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이는 개도국에서의 발전소 건설이나 운영에 들어가는 투자비가 국내사업
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적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전은 같은 규모의 발전소를 외국에서 건설하고 운영하는 사업엔 국내
사업 투자비의 10%정도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외사업의 재원구조상 총 공사비의 20% 정도의 자기자본을 출자하는데
이중 절반만 한전이 직접 투자하고 나머지 공사비는 현지법인 명의의 프로
젝트 파이낸스가 가능한 때문이라는 것.

이처럼 해외전력시장은 성장가능성이 크면서 고수익이 보장되는, 말하자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얘기다.

한전은 이 거위를 잡기 위해 지난 수년간 단계적인 노력을 밟아 왔다.

외국 전력회사 등과의 인적교류나 기술교류를 통한 국제협력은 1단계에
속한다.

2단계는 기술자문이나 현지인 교육 훈련 등을 통한 수익사업이다.

마지막으로 3단계가 대규모 자본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소위 발전소 BOT
(건설해 운영하다 소유권을 이전시키는 형태)사업이다.

현재 한전은 2단계를 지나 3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게 자체 평가다.

한전은 특히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기술과 자금이 부족한 동남
아와 중국에 집중 진출하되 민간기업과 적극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전은 건설관리와 시운전, 준공후 운전 및 보수만 담당하고
기자재 제작이나 시공은 민간기업에 맡긴다는 복안이다.

또 전력기술의 해외 수출과 연계해 해당국가의 석탄 가스 중수 등 자원
개발 도입도 병행 추진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어쨌든 전력의 수출상품화 시대에 세계를 향한 한전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