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가 도대체 뭐하는 직업이냐.

광고회사 AE(Account Executive)라면 흔히 받게되는 질문이다.

또 AE라고 소개하면 마치 CF감독으로 착각하고 다짜고짜 탤런트
누구 누구를 만나봤느냐고 묻기 일쑤다.

아마도 광고회사라면 단순히 CF를 촬영하고 만드는 곳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AE란 직업은 광고학 교과서에서 "광고회사의 꽃"이라고 표현되기도
하고 혹자는 "야전의 소대장"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너무 좋은 쪽만
강조한 듯하다.

사실 AE란 직업자체는 그 경계가 모호하고 나라마다 그 성격이 조금씩
달라 간략히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차라리 광고회사의 구조나 업무를 간단히 살펴보는 것이 AE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듯하다.

광고회사는 기본적으로 기획부서(AE), 광고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제작하는 제작부서(Creative), 조사와 광고전략을 수립하는 마케팅부서,
매체를 담당하는 매체부서및 회사운영에 필요한 관리부서로 구성된다.

회사 규모에 따라 PR부서나 각종 행사를 주관하는 판촉부서등이
있기도 한다.

AE는 광고회사의 존재목적인 광고주의 이익을 위해 광고회사내에
존재하는 모든 전문부서들을 유기적으로 활용, 최상의 광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라고 간단히 정의내려진다.

광고대행사와 광고주사이의 연결통로인 셈이다.

그래서 AE는 광고주를 접촉,광고대상에 대한 각종 정보와 광고주의
의도까지도 세세히 파악해 회사에 전달해야 한다.

또 마케팅부서와의 협력을 통해 대상 상품을 어떻게 광고할것이냐에
대한 전략을 짜고 필요한 경우 각종 조사도 벌인다.

이를 토대로 제작부서와 함께 광고 표현물에 대한 아이디어를 개발하면
최종광고물이 탄생된다.

AE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AE는 이 최종광고물과 전략등을 광고주에게 발표,승인을 받아내야
한다.

AE는 승인이 떨어진 광고물을 매체부서와 협력, 세상에 선보임으로써
몇달씩 걸렸던 작업에 종지부를 찍는다.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AE는 각 전문부서에 버금가는
지식과 부서간 이견을 조절하는 능력,그리고 최종적으로 광고주를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등을 겸비해야 한다.

AE의 개인능력에 따라 단순히 부서간의 연락인으로 전락할수도,
성공적인 캠페인 지휘자역할을 수행할수도 있는 것이다.

이밖에 AE자질로 광고주 개발도 거론된다.

광고주가 제발로 찾아오지 않는 한 다른 광고대행사와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광고주를 유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AE는 광고기획능력외에도 영업력이라는 다소 상반되는 능력을
동시에 요구받는 직업이다.

흔히 AE는 "광고회사의 꽃"과 "광고회사의 시녀"라는 두 극단에서
헤매는 존재로 통하는 게 그래서다.

AE가 주는 직업적인 매력은 무엇보다 조직적 특성이 주는 자유로운
작업분위기에서 찾는다.

또 여러부서와 함께 일하면서 느끼는 동료의식과 업무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도 다른 직업에서는 맛보기 힘든 경험이다.

몇달간의 각고끝에 나온 광고물의 결과가 바로 한번에 나타난다.

자신의 노력으로 탄생한 CF가 TV에 반영될때의 긴장감과 "저 광고 잘
만들었는데"라는 반응을 접할때의 즐거움, 그리고 광고한 상품이 날개
돋힌듯 팔릴때의 보람등이 바로 AE, 나아가 모든 광고인의 최대행복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