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


김영삼대통령의 97년 5대 국정운영방침중 첫번째는 "경제체질 개선"이다.

작년부터 정부가 강조하기 시작한 "경쟁력 10% 이상 높이기"와 학계등
민간을 중심으로 희자되고 있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개선"을 압축한
뜻으로 해석된다.

사실 얼마전만 하더라도 미국 뉴욕의 일류백화점에 가보면 한국제품이
전 매장에 차있었는데 이제는 찾아보기조차 힘들어졌다.

대미 무역적자 1백억불이상, 한국이 총 무역적자 2백억불 이상이 된
것은 이처럼 우리 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안되기 때문이다.

상품의 가치는 품질과 품격에 의해서 정해지는데 이제는 같은 품질의
제품이라도 다른나라가 더 싸게 만들고, 이를 보완해줄 디자인, 브랜드
이미지등 품격을 보태는 기술은 우리가 낙후되어 있음을 다 아는
사실이다.

제품을 생산하는데 투입되는 요소는 크게 자원(원료과 에너지)과 인력이고
이를 생산설비 생산공정을 거쳐 제품화한다.

생산시설에는 자본이 투입되어 생산설비 및 공정은 기술을 대변한다.

그리고 한국의 고비용구조는 수입자원의 고비용 높은 인건비 고금리
그리고 협소한 국토로 말미암은 높은 땅값, 사회 간접자본 투자 미흡으로
인한 높은 물류비 등에 기인한다.

이중에서 고금리는 자본시장의 개방과 계획되고 있는 금융개혁으로
일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나머지는 우리가 감수해야할 요소들로
본다.

논란이 되고 있는 노동법 개정도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는
임금구조의 악화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지만 그 일이 얼마나
힘든지는 우리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경제체질 개선은 고비용을 저비용으로 전환시키는
것보다는 저효율을 고효율로 전환시키는데 정책적 비중을 더 두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고효율구조를 구축할 것인가.

예로서 제품생산의 경우에 국한해 생각해보면 생산의 효율성 즉
생산성을 높이는 것임이 자명하다.

이에는 인력의 생산성, 자원활용의 효율성, 생산설비 및 공정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데 인력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 나머지 둘은 기술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비롯된다.

인력양성과 기술혁신에는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기술은 사서 쓰고 단순노동력을 선호하며 전문인력
양성은 정부에 의존하기 마련이다.

최근들어 인건비가 낮은 해외로 생산시설을 이전하고 있어 산업의
공동화가 우려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또한 해외기업의 M&A(인수.합병) 또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선진국의
기술보호 장벽을 뛰어넘은 기술획득 전략을 쓰고 있다.

이는 연구개발 공동화 현상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같은사실을 다르게 표현한다면 한국이 앞으로 경제선진국으로
정체성을 갖고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뿌리를 두는 산업정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영국이 G7 국가로서 높은 기초과학 수준에 비해서는 자국내 산업기반이
부족하고 노동쟁의로 경제가 침체되자 대처 수상이라는 여걸이 노사분쟁을
최소화하는 기틀을 잡아 놓았고,이제는 높은 실업을 구제하기 위하여
더할 수 없이 좋은 조건으로 한국을 위시한 외국기업의 생산시설
유치에 적극나서고 있다.

영국여왕이 삼성의 영국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경제체질 개선으로 일자리를 보장하는 영국의 예는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되고 있다.

물론 체질을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또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그 필요성을 모두가 공감한다면 빨리 착수해야만 된다.

하루라도 미룰 겨를이 없다.

이를 위한 노력이 오늘의 사람들에 의해 시작되면 그 보람은 다음
사람들이 누리기 마련이라 이의 착수에 인색해서는 안된다.

그 결실이 한국에서 맺어지는 한 후대를 위해 선대가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고효율체질로의 개선에는 인력양성과 기술혁신이 두 기둥임은 앞에서
지적했다.

역대 정부가 교육개혁은 계속 주장해 왔으나 입시위주의 논의였고
인력 수요자의 입장에서,인력양성 효율성면에서의 논의는 부족했던것
같다.

그리고 제품의 품격을 높임으로써 상품을 차별화하고 또 부가가치를
높이는 소프트기술이 바로 21세기 정보화사회의 지배기술이라고들
하면서도 이를 위한 교육체질개선 노력도 미흡하다.

기술혁신 측면에서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가 제 몫을 다하고
있는가에는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경쟁력 10%이상 높이기"를 위해 체질개선과 구조개선이 십년대계로
추진되어야 한다면 이는 정부의 몫이고 이를 위해서는 투자를 더 해야만
할것이다.

이같은 목적으로 정부의 "과학기술혁신을 위한 특별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으나 투자 목표치의 법안 명시화 여부로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

명분도 중요하지만 허송되는 시간은 더 귀함으로 조속히 타결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우이기를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

97년 나라살림에 있어 1조원의 예산을 절감하게 되어 있다.

6공때처럼 연구예산 총액의 10%를 정부에서 뚝 짤라서 지급조차
하지 않음으로서 저비용이라고 하는 것 같은 어리석음은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경제가 어려운 때일수록, 그 원인이 체질에 있다면 이의 개선을 위해
한세대를 내다보고 과감히 투자하는 슬기가 필요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비용 10%는 절감하고 R&D비용은 10% 늘리자고 한 것은
기업의 앞을 내다보는 예지라 믿음직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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