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통화관리여건은 만만치가 않다.

극심한 불황을 극복해야 하고 국제수지개선과 물가안정도 이뤄나가야
하는 난제들을 안고 있다.

12월의 대통령선거, 금융개혁추진, 불안한 노사관계등 일상적인
경제현상이나 돈관리에 큰 충격을 가져올 경제외적요인들도 수두룩하다.

정부는 올해 성장둔화를 감내하더라도 국제수지개선과 물가안정에
경제운용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힌바 있다.

때문에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통화운용계획도 이같은 맥락에서
큰틀을 잡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통화증가율은 MCT(총통화+양도성예금증서+금전신탁)기준으로 전년말보다
15~20%, M2 (총통화)기준으로 14~19%를 늘리는 것으로 잡았다.

금액으로 따지면 MCT기준으로 50조~67조원, M2 기준으로 24조~33조원이
더 풀리고 있는 것이다.

또 내달 23일께 지급준비율을 낮춰 금리인하를 유도하고 통화관리방식도
상당부분 간접규제방식으로 바꿔나가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러한 한은의 통화운용계획은 현재의 어려운 여건을 감안할때 불가피한
선택이다.

통화증가율은 지난해보다 낮게 책정하면서도 공급목표의 범위를 넓혀
상황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하려는 방향은 옳다.

또 통화관리를 직접개입보다는 지준율이나 공개시장조작, 재할인정책등
간접규제로 이행해나가겠다는 조치도 금융자율화와 성제고의 측면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목표들을 얼마만큼 흔들림없이 실천에 옮겨지느냐는
것이다.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생산.유통.소비등 실물경제의
흐름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때문에 설정된 목표수치등에 얽매여서는 곤란하고 경제여건의 변화에
신축성있게 대응해야 한다.

한은은 올해부터 통화관리 중심지표를 종래의 M 2 보다 새로 도입한
MCT에 더 중점을 둘 것이라고한 점도 시중유동성의 흐름을 보다 신속히
파악해 대처키 위한 것으로 이해한다.

우리경제의 최대현안인 경쟁력제고를 위한 고비용구조개선을 위해서는
금리하향안정화를 이뤄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다소의 제약이 뒤따르더라도
금리중심의 통화관리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는 것이 옳다.

또 통화당국이 신경써야 할 점은 자금의 흐름이다.

공급된 자금이 생산적인 부문에 배분되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들어 심상치않은 부동산투기등에 돈이 몰리면 큰 일이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등도 신경써야 할 문제다.

물론 금융기능만으로 이를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대출금지업종폐지,
중소기업 의무대출비율축소등이 계획돼있어 더욱 걱정된다.

경제여건이 어려운 만큼 통화당국의 정책운용이 더욱 중요하다.

안정을 해칠 수 있는 방만한 통화관리도 충분한 자금이 지원되도록
하는 것이 더 긴요하다.

한가지 더 주문하고 싶은 것은 자금수급에 혼란이 없도록 예측할
수 있는 통화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