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수는 더없이 부드럽고 순결한 느낌이 드는 지영웅의 육감적인 입술을
반한 듯이 바라보다 말고,

"지영웅씨, 아까도 말했지만 지영웅씨는 병을 고쳐야 되지요? 무엇보다도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중독증상들을 고쳐야 되지요?"

그녀는 침착하고 교양있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그를 진정으로 낫게 하려면
치료약과 정신분석적인 양면의 힘든 치료가 따라야 될것 같다는, 예를 들면
마약이나 도박 중독자들처럼 정신병원에 가두어두는 방법이라도 써야 할지
모른다는, 아무튼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들을지도 모르겠다는 우울한 분석
까지 한다.

"왜 그렇게 낭비적으로 살죠?"

"저도 가끔 이건 괜히 샀다. 안 살걸 하고 후회할 때가 많아요"

"그런 것을 억제력 결여라고 한답니다. 보세요, 한달에 고정적인 코치수입
이 거의 2백만원은 되지요. 그 돈은 신참 판검사들의 한달 수입과 맞먹어요.
모두 그 정도의 액수로 검소하게 살고 있답니다. 들어보십시오. 나는
의사이지만, 지영웅씨보다 수입이 많은 의사이지만 절대로 낭비를 안해요.
파출부를 안 두고 혼자서 빨래며 소제며 외식을 안할 때는 손수 밥을 지어
먹어요. 한달에 70만원 정도면 잘 먹고 잘 살아요"

지영웅은 어린 학생처럼 공박사에게 묻는다.

"박사님께서는 계도 안하십니까?"

"안해요. 나는 적금을 들고 있고 또 병원 지을때 빚도 있고 해서 은행에 그
빚을 청산하려면 아직도 오륙년은 더 대부금을 갚아야 돼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절약하는 생활이란 하나의 미덕이고 습관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것이 정신이 온전하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사는 보통
상식적인 생활이랍니다"

"나는 그렇게 쪼들리면서 살려면 죽어야 된다고 봐요. 어떻게 한달에
70만원으로 살아요. 거짓말 마세요"

그는 비웃으면서 대든다.

"비싼 비앰더블류를 타지 말고 버리세요. 누구를 주든가 싸게 팔아버리세요.
잘 아는 허영쟁이 아줌마에게 파세요"

"안돼요. 내가 오직 어깨에 힘주고 버티는 것이 비앰더블류타는 것이고
살아있는 모든 낙이 그 차를 타고 다니는 기분 하나밖에 내세울 것이 없는
걸요"

이건 아주 지독한 낭비 중독자로구나.

그러나 이 환자는 반드시 고쳐놓고 싶다.

황태자병을 못 고치는 한 그는 더욱 더 몸파는 직업에서 헤어나올 길이
없는 것이다.

"요새 에이즈가 돌고 있지요?"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