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준 <뉴욕주립대 교수 / 경제학>

한국경제는 과거에 여러차례 위기를 맞이했으나 그때마다 요행인지 하늘이
도왔는지 월남특수 중동특수 3저호황 북방경기 반도체경기로 위기를 때우고
개혁을 미루어왔다.

그 결과 이제와서 가격은 5고, 효율은 3저, 대외 부채는 1천억달러로 외채
원리금상환에만 매년 60억달러가 나가는 지경이 되었다.

그래서 IMF가 위기수준으로 치는 국민총샌산의 5%선에 육박하는
2백30억달러의 경상수지적자라는 불황의 수렁에 빠져 들고있다.

국제수지내용을 보아도 미-일-유럽 등 선진국과의 무역에서는 모두
적자일색이다.

적자의 원인이 일시적이 아니고 구조적인 국가경쟁력의 저수준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올하반기에 요행수로 반도체 중화학의 경기가 회복되어 불황에서 탈출한다
하더라도 멀지않아 위기가 다시 재연될 수 있는 극히 불안한 모양새다.

이젠 정말 개혁이 필요하다.

10년이내의 주기로 반복하여 엄습하는 경제위기를 예방하고, 또
통일한국에 대비하여 잉여를 축적해야될 때가 왔다.

경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노동이다.

아담 스미스도 "국부의 원천"이 노동이라 하지 않았던가.

물론 지금의 경제난이 1백% 노동만의 책임은 아니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3분의1이 못되는 나라에서 임금은
거의 미국의 절반에 이른다면 노동시장이 잘못되어도 많이 잘못되어 있다.

뒤늦게 나마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새노동법에서 정리해고등
노동시장 활성화장치의 도입으로 국가경쟁력 제고의 기반을 만들었다.

이 제도 도입으로 피해를 보는 노동자도 일부 생길 것이다.

그러나 정리해고가 실업문제를 악화시킨다는 것은 그릇된 견해이다.

정리해고장치는 오히려 대량 실업사태를 사전에 예방하고 장기적으로
더욱 많은 일자리 창출로 고용사정을 개선시킨다.

왜 그럴까.

경영파국에 처한 회사가 사원 1백명 중 40명을 정리해고하여 기사회생하면
나머지 60명의 취업이 보장된다.

그러나 이것이 안되어 도산하면 1백명 전원이 희생된다.

따라서 불황의 경우 당장의 해고율이 감소되어 단기의 고용효과가
플러스가 된다.

그러면 중장기는 어떨까.

경기회복 기미가 보이더라도 그것이 얼마나 계속될지 미래가 불투명할 때
정리해고가 허용된다면 기업이 과감히 신규채용을 늘릴 수 있다.

따라서 중장기에도 정리해고의 고용효과는 플러스이다.

고용이 늘려면 기업의 신규 종업원 채용비용의 문턱이 낮아야 한다.

한번 채용하면 정리해고가 불가능하여 사실상 종신고용이 되는 현 제도는
채용비용이 직간접으로 극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황이 올 때 감원을 못한다면 호황이 와도 고용을 선뜻 늘릴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실질 사례를 보자.

미국의 경우 80년대 이후 국제경쟁의 격화, 특히 일본기업의 급격한
미국시장침투로 위기에 처했었다.

이를 미국기업들은 군살빼기 규모축소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일어난 정리해고로 미국의 사무직종사자의 40%가 지난 5년간
해고를 겪은바 있다.

그런 지금 미국이 대량 실업은 커녕 이론적 완전고용이라는 5%의 실업률로
30년래 최고의 고용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와함께 높은 경제성장, 낮은 물가상승, 매주 기록을 경신하는 증권시장
활황으로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반면 친노조입법과 사회보장제도로 노동시장이 경직된 나라들은 어떤가.

정리해고가 까다롭기로 이름난 서유럽을 보면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을 필두로 하여 현재 실업률이 대부분 10% 이상으로 극심한 실업난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정리해고가 안되는 나라일수록 실업문제가 더 악화되는 것이다.

개혁은 일시적 고통을 수반한다.

정리해고로 실직되는 노동자가 그 예이다.

이들을 다른 업종, 다른 기업의 신규고용으로 빨리 흡수하여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현재 정부에서 논의되는 실업보험의 제도화는 노동시장의 비효율을
유럽병이라는 관제 실업보험제도의 비효율로 문제를 더욱 약화시킨다.

정리해고수당 규정을 노사협약에 명시하여 실직자보조를 해당기업이
맡게 해야 한다.

정리해고의 부담이 당해 기업에 가게 해야지 다른 기업, 전체 국민의
세부담으로 전가하면 경제의 생산성이 되레 저하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관제 실업보험제도의 유혹을 물리치고 문제를 직시하여야 한다.

실직자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일시적보조가 아니라 취업에 의한
생산적 근로활동이다.

따라서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게 해야 한다.

고용창출의 주체는 기업, 특히 신규 중소기업이므로 중소기업의
창업절차가 단순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금 조달이 용이해야 하며 이는 국내 저축 증대에 의한
실질이자율의 절감을 필요로 한다.

그러면 국내저축을 늘릴 방도는 무엇인가.

이자 배당소득에 대해 누진과세를 하는 금융종합과세를 폐지하고 이들
자산소득에 대한 비과세로 저축과 자본축적 유인을 강화하여야 한다.

부정한 돈에 대한 감시는 실명제로 충분하다.

실명제의 좋은 의의가 금융종합과세라는 조세수입확대로 오염된 현실이다.

자산소득의 비과세로 자본을 축적해 이를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은
홍콩의 사례를 교훈삼아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서 보듯이 높은 저축은 국제수지 흑자를 가져오므로, 당면한
국제수지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더욱 그러하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마저도 1988년이래 "철밥통 까부수기"노동개혁으로
종신고용제도에 종지부를 찍고 정리해고를 도입한 지금이 아닌가.

물론 노동개혁법안이 날치기로 처리됨으로써 "집권당의 정치수준이
이것밖에"라는 불만이 크다.

그러나 지난 10년간의 노사분쟁을 목도하면서도 번듯한 노동개혁
대안하나 만들지 못한 야당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노동조합도 불황의 문턱에서 대규모파업을 계속하여 이기주의
집단이라는 인식만을 국민에게 심어주어서야 조직의 장래성장에 도움이
안된다.

야당 노동조합 정부 여당 모두 한국경제의 현 위기를 통감하고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전진조직으로 다시 태어나 그 해결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