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효 <특허청 상표1과장>

국제사회의 지적재산권분야에서 우리나라는 두가지 모순된 칭호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 미국등에 이은 산업재산권 출원 세계 제5위의 출원대국이면서 홍콩
대만 중국과 함께 상표위조.모방상품 불량복제품 생산의 온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우루과이라운드 지적재산권협정이후 국제무역환경은 국경없는 무역거래를
뛰어넘어 전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아 시장전략을 수립하는 무한경쟁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따라서 다른 나라가 선점한 지적재산권을 침해, 유명 상품 또는 상표를
모방 위조하는 것은 명분을 찾을수 없게 됐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최근 세계 경제정책의 산실이라할 OECD(경제협력개발
기구)의 회원국 지위에 올라 지금의 지재권 모방 위조실태는 세계경제
선진국으로부터 "지적재산권의 무법지대"로 지탄받아도 할말이 없게 됐다.

아무리 특허.상표제도가 속지주의원칙에 근본을 둬 지재권을 보호받기
위해서 보호받고자하는 나라에 출원등록이 돼야 한다하더라도 이미 다른
나라에서 유명한 상표나 기술을 위조 모방하는 행위를 합리화할수 없다.

국내업체들이 겪은 지재권분쟁사례의 가장 특이한 점은 지재권제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분쟁에 휘말려 막대한 경영손실을 입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 94년 1월 미국 보스톤 연방지방법원은 국내 공업용 다이아몬드
생산업체인 I사가 미국 GE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했으므로 제조시설의 철거,
생산및 판매를 금지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다행히 이들 두회사는 긴밀한 협의끝에 원만한 타결을 봤지만 당사자인
I사는 도대체 GE사의 지적재산권중 무엇을 어떻게 침해했는지조차도
몰랐다는 사실이 우리가 얼마나 이분야에 무지한가를 입증하고 있다.

또 95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이 내린 판결은 미국등 선진국
정부가 자국민의 특허기술 상표 저작권등의 보호에 기울이는 국가적 노력이
얼마나 지대한가를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다.

판결내용은 국내 유수의 전자업체인 S사가 미국의 전자업체인 L사의
특허를 침해했으므로 배상하라는 것.

원래 L사의 특허를 침해한 것은 MS사였다.

S사는 미국현지법인을 통해 MS사 총주식의 30%를 매입해 지분참여를
했다.

MS사는 당시 경영악화로 회사정리절차가 진행중인 관계로 특허침헤배상
능력이 없었다.

L사는 이를 알아채고 MS사에 간접투자만하고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S사에 대해 7만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것이다.

이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무한책임"을 적용하려는 세계최초의 판결로
특허권침해인정범위를 직접침해에서 간접침해로 소급확대인정하려는
중대한 변화가 일고 있음을 증언해줬다.

한편 프랑스의 세계적 패션업체인 C사사는 세계 곳곳에서 자사상표를
모방.위조한 상표를 대상으로 연간 30억원의 소송비용을 들여 맞서고
있는데 그중 우리나라의 모방상표가 기발하다.

국내의 한업자는 C사의 상표를 모방출원해 등록을 받았는데 변형시킨
부분은 구입해 살짝 누르기만해도 떨어져나가 C사의 원상표와 하나도
다를바가 없다는 것이다.

많은 유형의 권리분쟁중 외국 유명상표의 모방이나 위조로 인해
일어나는 분쟁은 개인적인 민형사처벌로 끝나는게 아니고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에 치유할수 없는 손상을 끼친다는 것을 각성해야 한다.

이와 반대로 우리나라의 유명상표가 남미와 아시아지역에서 모방
도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실로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파킨스탄에서 국내 유수의 전자업체인 L사의 상표가
도용됐고, 페루에서는 조미료업체인 M사의 상표가 페루의 한업체 명의로
등록됐다가 M사가 사후에 발견, 심판청구를 통해 상표권을 되찾았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현지업체가 국내 4대 재벌인 D사의 상표와 극히
유사한 상표를 등록받아 사용하다가 D사가 이의를 제기하자 상표권이전의
대가로 1백만달러를 요구하는 황당한 일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 우리가 외국 유명상표나 상품을 도용 모방하고 있는 사이에
외국에서 우리가 똑같은 상황에 처하고 있는 것은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것인가.

이모두가 지재권제도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큰 잘못은 아닐
것이다.

이들 사례는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상황의 단면이지만 지재권중에서도
특허 상표에 대한 산재권 분쟁이 특히 격렬하다.

특허 상표등 산재권에 대한 심판청구건수는 지난 80년 2,151건에서
95년 4,984건으로 배가 늘었다.

특히 외국인이 제기한 건수는 67건에서 7백45건으로 10배이상 증가했다.

눈을 돌리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한국의 수출상품이 미국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80년이래 첨단산업제품은 물론 일용잡화에 이르는
21개 품목을 닥치는대로 제소했다.

한편 레이건대통령은 81년 취임과 더불어 독점금지법보다 특허법을 우선
적용하는 정책을 썼다.

반특허정책에서 친특허정책으로 전환해 자국의 특허기술 영업비밀 상표
캐릭터 등의 보호를 강화한 것이다.

이어 4년여의 줄다리기 끝에 86년 7월 "한.미 지적재산권에 관한
양해각서"가 체결됐고 이의 이행에 관한 성실성을 놓고 미국은 단호한
입장으로 무역실무회의에 나서고 있다.

지재권보호에는 왕도가 없다.

보호받기를 원하는 국가에 출원등록절차를 밟고 성실한 사후관리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

아울러 지재권에 대한 가치인식 부족으로 남의 지재권을 가벼이 모방
도용하는 자세도 지양돼야 한다.

최근 자기상표를 개발해 성가를 얻고 공동상표개발 공동마케팅도 적잖은
효과를 거두는 기업이 늘고 있어 다행스럽다.

전통적인 자본 토지 노동등 3대 생산요소에 새로 추가될 요소는
지식이다.

정보 지적재산권이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로 자리잡는 변화의 물결이
도도이 흐르고 있다.

얼마든지 확대재생산 무한한 공유와 활용이 가능한 지적재산권에 대한
중요성을 깊이 인식해야 할것이다.

결론적으로 정부는 지재권법률의 정비와 실질적인 권리침해근절대책을
마련하고, 기업은 지재권의 중요성을 경영전략수립에 반영하고 공정한
지식과 정보의 경쟁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자세를 지녀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