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은 지난 6일 "한국의 국가경쟁력"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경제5단체 공동참여로 발족한 국가경쟁력강화 민간위원회의 3년동안에
걸친 연구결과를 집대성한 것이라고 한다.

8백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이 보고서는 국가경쟁력의 현황,
애로요인, 강화전략 등 총론적 처방을 제시하고 있을 뿐아니라 분야별
산업별 실태와 개선방안까지 제시하고 있어 우리 경제의 종합건강진단서로
평가할 만하다.

물론 그 내용은 그동안 수없이 제기된 것들이다.

예컨대 고금리 고임금 고지가 고물류비및 고규제비용 등 5고현상의
심각성과 생산성향상을 통한 효율극대화노력의 필요성 등이 주된 내용이다.

우리 정부의 시장개입도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보다도 높아 세계1위라는
내용도 새삼스런 얘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문제를 다시 제기하는 것은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한
핵심 축의 하나인 규제완화가 논의만 무성했을뿐 실효성있게 추진되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김영삼정부 출범이후 규제완화는 정부의 최대 관심사였고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는 지엽적인 절차나 서류간소화 등에 그쳤을 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데는 실패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왜 이런 결과가 빚어졌느냐는 여러가지 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정부의 규제완화에 대한 철학과 기본계획의 결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일관성있게 추진할 수 있는 뼈대를 세우지 못한채
중구난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공기업민영화정책이나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등 기간산업의 신규참입에
대한 정부의 자세는 분명 일관성없이 우왕좌왕해왔다.

또 규제완화의 기준이 시장경제원리를 최대한 살려나가는데 중점을 둬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다.

정치적인 고려나 국민정서 등을 감안한 성역이 너무 많았다.

재벌은 해악이고 대기업은 될수록 규제해야될 대상이며 중소기업은
무조건 보호육성해야 한다는 식의 관념적이고 정서적인 의식이 너무
많이 작용해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쳤다.

또다른 측면에서는 불신과 관료집단의 이기적발상이 너무 팽배해
있다는 점이다.

풀어놓으면 악용할 것이라는 불신과 함께 규제수단을 갖고 있어야
통제가 가능하다는 관료주의적 발상이 맞물리면서 규제완화가 형식에
그치고 말았다.

규제완화에 관한한 더 이상의 논의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은 전경련이 이번에 내놓은
국가경쟁력 보고서만 보아도 충분하다.

관료들의 과감한 발상전환을 통한 실행만이 최선 최우선의 길임을
다시한번 강조해둔다.

규제완화야 말로 경쟁력강화의 지름길임을 재확인해야 한다.

7일의 연두 기자회견에서 기업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각종 규제를
혁파하고 행정 금융서비스가 기업위주로 제공될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는
김대통령의 약속이 꼭 지켜지기를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