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7일의 연두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획기적인 국정계획을
담기보다는 경제와 안보를 두 축으로한 올해 국정운영방향을 다시한번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와 동참을 호소하는데 역점을 둔 것으로 평가된다.

예년과 달리 국정전반에 대한 구체적 정책의 제시는 없었지만 무엇보다도
현 경제난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을 솔직히 밝힘과 동시에 확고한 난국돌파
의지를 천명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김대통령은 이번 연두회견에서 경제의 체질개선, 안보태세확립과 평화통일
기반 구축, 부정부패의 지속적 척결, 공명정대한 대선관리, 서민생활안정
등 5대 국정지표를 제시했다.

그중에서도 경제의 체질개선을 첫번째 과제로 꼽은 것은 현 경제난 해결을
위한 열쇠가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짚어낸 접근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의 경제난은 반도체 철강 등 핵심수출품목의 가격하락등 외부적
요인에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각 경제주체들의 의식이
변화를 거부하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는 대통령의 인식에 우리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두말할 것 없이 경제회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주체인 기업의
활력을 되살리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김대통령이 정책의 우선순위를 기업에 대한 지원에
둘 것임을 분명히 한 것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마땅하다.

특히 고비용을 낳은 금융부문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기 위해 기업인을
참여시키는 금융개혁위원회를 대통령직속 자문기구로 설치하겠다는
약속은 금융개혁을 위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제시한 경제적 처방들은 오늘의 심각한 경제난에
대한 국민불안을 해소시키기에는 미흡하다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판단이다.

특히 발등의 불이 되고 있는 노동계 파업이나 국제수지적자확대 물가불안
등 경제현안에 대한 질문에 이렇다할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음은 유감이다.

경제관련 핵심대책으로 제시된 금융개혁만 해도 그렇다.

대통령직속으로 금융개혁위를 설치한다고 하여 각종 금융규제가 혁파되고
실제로 금융서비스가 기업위주로 제공된다고는 보장할수 없다.

이 기구는 수요자중심으로 구성,운영될 것이라지만 또다른 대통령
자문기구인 노사관계 개혁위처럼 결과적으로 들러리 역할로 끝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김대통령이 제시한 문민정부 5차연도의 청사진은 정치 경제 안보 민생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극히 원론적이라고 볼수 있다.

그것은 임기 마지막해인 만큼 획기적조치 보다는 정책의 일관성을 통한
국정안정에 비중을 두어야할 필요성에 비추어 오히려 바람직한 선택으로
보여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요란한 구호나 깜짝 놀랄만한 특단의 조치가
아니라 대통령이 경제난의 주범으로 지목한 우리의 잘못된 의식과 제도와
관행을 조용히 바꾸어가는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