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컴퓨터(KCI)기술연구소의 오태환부장(37)은 금융기관에 근무하고
있지는 않지만 금융인으로 통한다.

그가 개발한 옥외용 현금자동인출기인 "KCD24"를 통해 국내 자금흐름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KCD24는 국내에서 하나뿐인 옥외용 CD(신용카드)현금인출기로 현재
지하철 백화점 편의점등 전국 500여 곳에 설치돼있다.

고객은 자신이 갖고있는 각종 현금.신용카드를 이용, 24시간 이 기계를
통해 현금을 인출할수 있다.

은행밖에 설치된 "미니 은행"인 셈이다.

KCD24의 활용범위는 현금인출에 국한되지 않는다.

신용카드를 삽입하면 프로야구경기,연극.영화공연등의 티켓도 살수있다.

올 3월부터는 아시아나항공과의 계약으로 항공권 예약도 가능하다.

오부장이 KCD24 개발에 들어간 것은 지난 94년 6월.

KCI입사후 줄곧 금융정보시스템분야에서 일했던 그는 안전하게 현금을
보관하면서도 현금을 인출할수 있는 옥외용 현금인출기를 개발키로 마음
먹었다.

"KCI는 현금인출기 시장에서 후발주자였습니다.

금융정보시스템분야의 틈새시장을 찾던중 옥외 자동현금인출기를
생각했죠.

국내기술이 전무했던 터라 주위에서 "당돌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는 그러나 14명의 기술진들과 함께 밤샘작업 8개월만에 KCD24를 내놓는
개가를 올렸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짧은 기간이었다.

기존 제품들이 외국제품을 들여와 한글화 작업을 거쳐 시판하고있는 점을
감안하면 KCD24개발은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받고있다.

KCD24는 미국의 금고기준(UL291)을 준수, 안전에서도 손색이 없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오부장은 "최근 빈발하고있는 현금지급기 도난사고는 옥내용 현금지급기를
무리하게 옥외에 설치했기 때문"이라며 "현금지급기는 옥내용과 옥외용을
구분해 설치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부장의 개발열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요즘 KCD24를 한국형 "전자 키오스크"(가두판매대)로 키우겠다는
꿈을 실현키위해 밤잠을 설치고있다.

그는 키오스크는 현금출납기를 거리에 설치해놓고 이를 통해 현금인출
자금이체등 금융업무는 물론 공과금 수납, 복권판매, 기차승차권판매,
주식시황정보제공등을 처리할수 있도록 한다는 것.

오부장은 지금과 같은 개발속도라면 내년 하반기쯤 한국형 전자
키오스크가 탄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키오스크가 일반화되면 주머니에 현금을 넣고다닐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은행은 이제 로얄고객 만을 상대하고 수납 입.출금등은 키오스크에
맡겨야합니다.

머지않아 은행은 기존의 값비싼 1층 사무실을 버리고 고층으로 올라갈
겁니다"

정보통신업계의 "은행전문가"가 내다본 새로운 금융환경이다.

< 한우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