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가 농업을 주업으로 삼았던 농경사회 시절, 눈은 풍요와 상서를
상징했다.

속담에 "동짓달과 섣달에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든다"든지 "결혼 첫날
밤에 눈이 내리면 잘 산다"는 말 등 눈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표현한다.

또 "눈은 보리 이불이다"라는 말은 눈이 많이 오면 동해가 적어 보리가
잘 자란다는 경험이 가르켜 준 속담이다.

그 밖에 눈은 거룩함이나 밝음을 상징하기도 했다.

산머리에 눈이 쌓여 있기 때문에 백두산이란 성산관념이 생겨났고 전북
남원엔 첫눈을 손으로 받아 먹으면 눈이 밝아진다는 속신이 있다.

흰색에서 밝음의 이미지가 연상됐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어린이들은 눈이 내리면 좋아한다.

눈사람을 만들기도 하고 눈싸움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은 순결과 동심을 상징하기도 한다.

반면에 눈은 고독감이나 시련을 상징하는 경우도 있다.

R 프로스트는 "빈터"라는 시에서 "표정도 없고 표현할 것도 없는 설야의
텅빈 백색"이라며 눈덮인 공간의 고독감을 노래했다.

또 중국 진나라때 낙양에 폭설이 내리자 주민들이 모두 눈을 쓸고 밖으로
나왔으나 원안은 집안에 그대로 누워있었다.

관리들이 왜 나오지 않느냐고 묻자 "대설로 많은 사람이 굶어 죽는데
쓸데없이 사람을 간섭하지 말라"고 말했다.

폭설을 시련으로 본 것이다.

지난 5~6일 우리중 남부지방을 습격한 폭설과 한파는 전국 곳곳에서
도로교통이 두절되고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게 만들었다.

산업사회가 되면서 눈, 특히 폭설이 내리면 일부 사회기능이 마비된다.

눈이란 이제 우리사회에게 풍요나 상서 또는 순결이나 동심을 상징하기
보다 시련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아졌고 느껴진다.

대자연의 위력앞에 사람의 힘이 얼마나 미약한지를 실감케해준다.

지난 연말 연시에 걸친 폭설과 이상한파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유럽과 북미 아시아등 북반구의 대부분 지역들이 강습한 이상한파와
폭설 홍수 등으로 많은 희생자를 냈다.

미국 미주리대 어니스트 쿵 박사는 최근의 기상이변을 "소빙하기"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앞으로 20년정도 추운 겨울이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직은 학설단계에 불과하므로 "소빙하기"가 시작됐는지 여부는 알수
없는 일이지만 기상이변에 대한 장기대책은 필요할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7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