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금융계에서 가장 먼저 가시화될 변화는 뭐니뭐니해도 경영구조의 개편
이다.

정부의 표현대로라면 비상임 이사회제도를 골자로 한 책임경영체제가 2월
주주총회부터 구축된다.

골자는 두가지다.

하나는 6대이하 재벌의 은행 경영 참여요, 둘은 은행 소유권을 대표할
최고의사기구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회의적인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상임 이사회는 은행 경영구조에
상당한 변화를 일으킬 계기로 작용할 것만은 분명하다.

우선 여신관리기준 6대그룹부터는 은행경영에 직접 참여할수 있게 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상임 이사회를 골자로 한 경영구조의 개혁이 경우에 따라선 소유구조의
개혁, 즉 금융계 "빅뱅"을 촉발시킬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의사결정 구조의 변화도 주목할 대목이다.

은행들은 이번 주총에서부터 비상임이사 숫자가 상임이사 숫자보다 많도록
이사회(대형은행의 경우 최대 13명과 12명)를 구성해야 한다.

비상임이사 숫자가 많다는 것은 중요한 의사결정때 비상임이사의 입김이
더 강하게 작용할 것을 뜻한다.

물론 대부분 은행의 경우 은행장이 이사회의장을 겸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임이사회 독주"(실제로는 은행장 독주)엔 상당한
제동이 걸릴 것이 분명하다.

은행원들로서는 상임이사 수의 축소가 보다 현실적인 부분이다.

대형은행의 경우 상임이사 숫자를 14명에서 12명으로 줄여야 한다.

경영실적이 나쁜 은행은 상임이사 숫자를 더 줄이도록 한다는게 당국의
방침이어서 이사가 되기는 말그대로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비상임 이사회 도입을 보다 신중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는 바로 합병에 대한
결정권을 가졌다는 점이다.

합병의 결정권을 비상임이사가 더 많은 이사회에 부여함으로써 형식적이나마
합병주체가 만들어졌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선 은행간 합병이 현재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5대그룹을 제외한 대기업의 경영참여가 의미하는 바도 크다.

은행소유 지분한도(시중은행 4%)를 완강히 고수하고 있는 정부가 대기업에
까지 은행 경영에 직접 참여할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소유지분 완화로 가는
중간단계로 해석될수 있다.

이는 대기업들의 은행지분 확보경쟁으로 이어져 대기업들의 "은행쟁탈전"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불과하다.

비상임 이사회제도가 은행장후보 추천위원회처럼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모든 제도는 사람이 운용하는 만큼 운용주체의 자세가 중요하다"(이경식
한국은행 총재)는 말처럼 결국 새로운 제도의 운용주체가 비상임 이사회의
성패를 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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