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정축년 ''소의 해''가 왔다.

1973년에 태어난 소띠들이 태어나서 두번째로 자신의 띠해를 맞았다.

만 24세면 아직 공부를 하거나, 사회생활을 갓 시작했거나, 혹 결혼을
했을 나이이다.

어디에서 무얼 하건 대부분 자신들의 진로 향방을 잡고 첫 스타트를 끊고
있을 시기이다.

한국경제신문 Y파일팀에서는 올해 소의 해를 맞아 남녀 각 2명씩 초청,
이들 사회초년생의 짧지만 의미있는 사회경험담과 소의 해를 맞는 포부를
들어봤다.

참석한 사람들은 불교텔레비젼 PD로 재직중인 유병탁씨, (주)대우
정보통신사업부에서 일하고 있는 김제현씨, 금강기획 AE 송수연씨,
서울대 신문학과 대학원생인 김성훈시 등 4명이다.

91,92학번에 해당하는 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지 1~2년정도되는
그야말로 새내기사회인들로 소의 해를 맞는 남다른 감회와 각오들을
숨김없이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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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 회 =소의 해를 맞아 자신들의 띠해가 돌아오니 기분이 어때요?

<> 유병탁 =우선 소라고 하면 부지런하면서도 동시에 미련하다는 인상을
주잖아요.

그래서 어릴적엔 제가 소띠라는 게 그다지 반갑지 않았죠.

하지만 12년만에 다시 소의 해가 온다니 기분이 좋네요.

올해는 왠지 운이 따를 것 같아요.

<> 송수연 =전 신년운세를 봤는데 축(추)해생 즉 소띠들이 여러가지
일을 펼쳐나가기에 좋은 해라고 하더군요.

올해의 기본 운이 다른 띠보다 낫다는 거죠.

꼭 믿는 건 아니지만 기대가 되는 건 사실이에요.

<> 김제현 =12년이 두번 돌아서 소의 해가 왔으니 기분이 좋죠.

만 24세라는 나이도 정말 좋은 때라는 생각이 들고요.

36세때는 지금만큼 철없이 좋아할 수 있겠어요?소중한 한 해라고
생각해요.

<> 김성훈 =사실 평소에는 띠에 대해 거의 의식을 안하는데 이런
계기로라도 다시한번 의미를 되새기고 싶군요.

올 한해는 소처럼 우직하고 인내하며 충직하게 살아볼까 합니다.

<> 사회 =지금 대개가 사회초년병들이신데 어떠세요.

사회생활을 1년여 경험해본 소감을 듣고 싶군요.

<> 유병탁 =저는 무엇보다 월급을 받을 때 아, 나도 이제
직장인이구나하고 느껴지더군요.

단순히 돈이 생겼다고 좋은게 아니라 주어진 돈으로 적금을 붓거나
불리는 등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 송수연 =그래요? 저는 사실 구체적인 장기계획이나 설계는 없어요.

우선 받는대로 쓰기에 바쁘고. 대학생때에 비하면 지금은 몇배의 돈을
받는 셈인데도 생활이 오히려 더 궁핍한 것 같아요.

<> 사회 =소비수준이 학생때보다 높아지니까 그럴 수 있죠.

직업자체에 대한 회의는 없나요?

<> 송수연 =사실 지금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처음 입사했을때 선배들이 말하길 "하려면 열심히 하고 아니다 싶으면
빨리 그만두라"고 그러더군요.

일단 해보겠다는 쪽인데 다른 길에 대한 생각이 아주 없진 않아요.

<> 김제현 =그 마음은 이해할 것 같아요.

저는 취업전선에서 뛰다가 우연한 기회에 무역회사에 들어갔어요.

졸업때까지만해도 무역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죠.

무역이 어떤 건줄 알게 되니까 재미는 있는데 많이 힘들다는 것을
느껴요.

남자들에 비해 체력적으로 달리고요.

<> 유병탁 =왜 여대생들이 대학에서는 여성학도 공부하고 그런 방면의
의식이 꽤 높잖아요.

사회에 나와서는 어떤지 궁금하네요.

<> 김제현 =사소하게는 여직원들만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부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도 대리가 되어서야 사복을 입을 수 있다니 수긍이 안가요.

무역등 주요 업무에 여자 배치를 꺼리는 것도 불만이라면 불만이고요.

좋은 점도 많아요.

사람들이 쉽게 호감을 갖는다든가, 외국과의 협상자리에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어간다든가.

<> 송수연 =저같은 경우 크리에이티브를 요구하는 광고회사에 다녀서
그런지 여성이라서 받는 불이익은 상대적으로 적어요.

열심히 하는만큼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봐요.

<> 사회 =광고사나 방송사는 여러가지 면에서 대학생들에게 선망의
직업이랄 수 있는데, 송수연씨와 유병탁씨가 한번 방송 광고의 허와
실을 얘기해 주시죠.

<> 송수연 =광고사도 그냥 회사예요.

오히려 일은 더 고되죠.

밖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멋있지도 않아요.

일이 불규칙적이라 몰릴 때는 며칠씩 야근이 계속되죠. 하지만 일이
없을때는 자유로운 편이고, 한 프로젝트를 끝냈을 때의 성취감이나
보람도 상당해요.

<> 유병탁 =PD란 직업은 출퇴근시간이라든가, 결재서류 넥타이 사무실이
없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죠.

하지만 자유를 보장받는 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요.

뭔가 새롭게 만들어내고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떠올려야 한다는 것은
굉장한 정신적 부담이죠.

하지만 고통끝에 나온 결과물을 바라볼 때의 기쁨은 상당해요.

<> 김제현 =저는 그야말로 일반사무직,대기업사원이라 그같은 성취감은
없어요.

하지만 복잡다단한 조직관계와 인간관계에 적응해가면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자신을 보는 보람도 상당해요.

<> 유병탁 =요즘 대학생들가운데 바로 그런 조직의 적응이 두려워
일종의 도피처로 대학원에 가는 경우가 많던데, 김성훈씨 생각은 어떤가요.

<> 김성훈 =글쎄요.

저는 도피처보다는 더 나은 사회진출을 위한 준비의 의미로 생각하고
싶군요.

제 주변에도 학문에 뜻을 품고 적극적으로 대학원과정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고요.

공부하는 과정도 상당히 빡빡하기 때문에 도피처로 삼을만큼 만만하진
않지요.

<> 유병탁 =대학원생의 입장에서 정시에 출근하고 또는 더 늦은 시간에
퇴근해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때요.

<> 김성훈 =불쌍하죠.

그런데 정말 술을 많이 마시고 밤늦게 귀가한 다음날은 출근하기가
어렵지 않나요?

<> 김제현 =들어오면 어쩔수 없이 다 하게 되지요.

<> 사회 =다들 긍정적인 사회경험을 해오신 것 같은데 올해 좀더
원숙하고 성장한 모습을 보이리라 기대되고요.

개인적인 올해의 포부나 목표에 대해 한마디씩 해주시죠.

<> 송수연 =지난 한해는 시행착오를 겪고 처음 눈을 뜨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직업인으로서 위치를 다져가야겠다는 각오예요.

곧 후배가 들어오는데 뭘 물어봐도 척척 대답할 수 있도록 일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야겠다는 책임감도 생기고요.

<> 김제현 =전 입사초기에 포부가 꽤 높았어요.

"김제현씨 언제까지 다닐거야"라고 물으면 "절 김이사라고 불러주세요"
라고 얘기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좀 현실적이 된 것 같아요.

막상 일에 부닥치니 모르는 것도 너무 많았고, 올해는 회계라든가 무역에
대한 실무지식을 제대로 쌓고 싶어요.

외국사람을 자주 상대하니까 영어실력도 길러야겠고요.

<> 유병탁 =전 일외에 자신에 대한 투자를 하고 싶어요.

영화도 보고 취미생활도 하고 건강관리도 하고, 여유있는 한 해를 보내고
싶군요.

<> 김성훈 =올해는 대학원 마지막해인데, 우선 공부 열심히 해서
무사히 졸업하는게 목표고요.

앞으로 학문의 길을 계속 걸을 것인가, 직장을 얻을 것인가 올 한햇동안
차분히 생각해보겠어요.

<권수경.송태형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