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람을 만나는 일중에서 부담없는 만남이 있다.

그 사람들이 동년배거나 같은 학교출신, 혹은 같은 고향이라서가 아니다.

그래도 만나는 것이 항상 즐거울 때가 있다.

그런 모임때문에 나가는 경우 집사람도 내심 반기는 눈치다.

웬지 그 때만은 평상시와는 달리 매우 편해 보였는지도 모른다.

내가 속해 있는 사진을 취미로 하는 이들의 모임 "2.8사우회"는 그런
모임이다.

"조리개2.8완전개방" "28청춘" 항상 젊음을 간직하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는 의미다.

보통 한달에 한번 일년이면 열두번 원정촬영을 나간다.

그때마다 갖가지 사연을 간직하고 돌아온다.

비록 회원의 나이가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하고 직업또한 전업주부에서
도서관직원, 대기업중역, 사원, 중소기업사장, 교사 등 매우 다양하지만
취미가 같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로 말이 통하고 부대끼다가 정이
들고....

취미는 누가 강제로 시킬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주남저수지에서 발을 동동 굴리며 손을 호호
불며 바람을 막아가며 촬영을 하던일, 갈수록 굵어지는 빗속을 헤치며
고창읍성으로 간일도 있었다.

그날밤 술마시고 노래하고 시간가는 줄모르고 지내다가 비몽사몽간에
촬영하던일.

그런 날 작품이 나오지 않아도 좋다.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떠나는 것이 그냥 좋을뿐이다.

도심에 찌든 심신을 정화하고 그동안의 피로를 몰아내고 재충전의 기회가
될수있는 진정한 휴식을 찾아 자연으로 돌아가는 이들의 마음은 저절로
흥이 난다.

시간은 주어지는 것이 이나라 연구하여 만드는 것이라 했는가.

짜여진 시간속에서 찾지못하는 여유를 2.8사우회를 통해 얻는다.

처음엔 단지 사진이라는 영상매체에 의해 서로 다른 타인들이 모였지만
하나의 작품을 영상화하기 위하여서는 무한한 인내력과 순간의 포착이
조화되어야만 하나의 작품세계로 몰입할수 있다.

더욱이 우리 회원끼리 결혼하여 부부회원이 된 남정선과 최원균 등
두커풀은 결혼후에도 자유로움속에서 계속 활동하고 있으며 회원들간의
화목함은 우리 "2.8사우회"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1991년부터 본격적인 모임활동을 시작해 올해로 6년째 활동하고 있는
우리 동호회는 결코 진부하지않은 신선한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좋은 취미 좋은 만남 그리고 즐거움" 그건 경험해본 사람만이 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