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웅이 오면 2000년대를 향하고 있는 일부 우리시대 여성들의 너무도
대담하고 몰염치스러운 주중의 정사를 많이 들을 수 있다.

돈안들이고 보는 외설테이프가 어디에서 날아온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때도 있다.

그러니까 이즈음 해서는 지영웅이 병원에 오는 것을 은근히 그녀가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조금도 과한 표현은 아니다.

우선 그 잘 생긴 남자가 진찰실에 나타나면 공인수 박사는 엔돌핀이
솟구침을 느낀다.

그는 꽃이나 새처럼 아름답다.

그는 골프로 다져진 몸매를 자랑하듯 싱글싱글 웃으면서 골프장갑을
꼈다 벗었다 하면서 마치 골프를 칠 수 있는 사람만이 사람인 것처럼
거들먹거린다.

"박사님 저를 기다리셨습니까? 아니라면 저는 돌아가겠습니다.

저처럼 흥미스러운 놈도 드물지요? 허허허"

그의 너털웃음은 실로 가관이다.

웃기 위해서 웃는다는 억지웃음이란 것이 드러나게 허세를 부리면서
볼우물까지 파이는 양 볼을 공박사가 눈여겨보라는 듯이 애교있게 쌕쌕
웃는다.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고급의 콜롱을 진하게 뿌려서 상대를
유혹한다.

"제가 처음에 박사님의 신경정신과를 찾은 것은 이름이 남자같아서
제 아버지나 큰형님뻘 되는 박사님을 한분 사귀어가지고 제 인생의 스승겸
양부모를 삼으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염복이 많은 놈은 할 수가 없어요.

누님을 삼거나 이모로 삼기로 작정하고 수업료를 바치는 것입니다"

수업료라는 말에 공인수 박사는 근엄한 얼굴이 되면서 이 무식이 뚝뚝
흐르는 환자의 사투리까지 섞인 하소연을 선선하게 들어준다.

"자 시작하실까요?"

"어디까지 제 고통을 말씀 드렸더라. 나는 미쳐 버릴것 같아요.

백여사가 왜 저를 떠났을까요? 그것이 저를 편두통에 울게 하는 것입니다.

박사님 머리가 아파요.

죽을것 같아요"

이렇게 면담은 엄살로 시작된다.

오늘도 그는 아마도 어디 먼 골프장에서 오느라고 진땀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그 젊은이는 나이답지 않게 늘 땀을 흘리고 있는데 그것은 부인들이
그의 정력을 아낌없이 소진시키는 것으로 자기가 지불한 돈의 대가를
되돌려 받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이런 부도덕하고 절망적인 직업을 그만둘 생각은 못하고
있다.

의사와 예약한 시간을 그가 하도 까먹어서 공박사는 그러한 무례함에
쐐기를 박는다고 진료를 거절했더니, "제 돈은 돈이 아닙니까? 몸판 돈도
돈은 돈이라구요"

하면서 하도 완강하게 떼를 써서 공박사는 퇴근길을 가로막고 늘어지는
그에게 혼이 난 적도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