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한 나라의 경제를 숲에 비유해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숲속의 거목은 주위에 작은 덩굴이 없이는 제대로 클수 없고 또한 작은
덩굴은 큰 나무 밑에서 잘 자란다.

숲은 거목과 잡목이 잘 어우러져 있어야 울창하듯 한 나라의 경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호협력하고 함께 성장해야 제대로 발전 할 수 있다.

앨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에서 "큰 것도 작은 것도 그것만으로는
아름답지 않고 그것이 조화를 이루었을 때 가장 아름답다"고 예찬하고
있다.

또한 최근 크게 대두되고 있는 지구촌 경제의 패러독스현상을 우리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지구촌 경제가 통합화 대형화를 지향할수록 작은 경제시스템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역설적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인데 전체가 보편적이
될 수록 차별화는 유리해지고,통합화가 진전될 수록 전문화 세분화는
더욱 필요해지는 것이다.

세계 최대 동력회사인 ABB사가 전세계에 1천2백개의 소회사의 분권화된
집합체로 운영되고 있고 세계유수의 대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소기업적인
운영체제를 갖춰나갈 것인가에 고심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패러독스적
현상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세계적 네트워크를 갖춘 대규모
기업집단의 범세계적 경영이 요구되고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시장수요의
개성화 다양화 추세에 맞추어 다품종 소량생산의 작은 경제시스템 또한
절실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큰것과 작은것, 즉 대규모 기업과 중소규모 기업은 경제 발전단계와
시장여건변화에 따라 역할과 비중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어떠한 시대상황이건 한가지 분명한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강점이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할 때 한 나라의 산업경쟁력은 가장 강해 질수
있다.

일본의 평론가 오마에 겐이치는 일본 산업경쟁력의 원천을 대.중소기업이
경쟁과 협력을 통해 구축해온 네트워크형 산업구조에 있다고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이 그 어느때 보다도 강조되고 있는 요즘
우리는 큰것과 작은 것의 조화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새겨 봄직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