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이지만 도움이 된다니 기뻐요.

1년에 한번이라도 뿌듯함을 느낄 수 있으니 시간이 아깝지 않죠"

연말을 맞아 자선냄비 모금활동을 해온 장은영씨(23)는 몰아치는
찬바람에도 아랑곳 없이 구세군 활동을 자랑스레 얘기한다.

세밑이면 어김없이 거리마다 냄비를 걸어놓고 따뜻한 마음을 호소하는
구세군.

구세군 신도들은 대부분 자발적으로 모금활동에 참여한다.

장은영씨는 올해로 4년째 모금활동에 나서고 있다.

1주일에 2~3회 2시간씩 하고 있다.

대학(이화여대 비서학과) 4학년인 그녀에게는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셈이다.

그녀가 자원봉사자로 나선 이유는 간단했다.

증조할아버지때부터 구세군 신도였고 가족 모두가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서다.

모든 시간을 자신에게 투자하고 남을 돕는 일에 무관심한 대부분 신세대
들과 달리 장은영씨는 자원봉사활동에서 기쁨을 얻는다.

마음이 깨끗해지고 보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손해보는 것 같아서인지 젊은 신세대들은 자선냄비를 외면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요"

장은영씨는 자신과 같은 또래의 신세대들이 너무나도 개인주의적인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돈보다는 마음인데 작은 정성마저 외면하는 것
같아서다.

겉으로 보기에 부유해보이는 사람들은 돈을 넣는데 인색하고 오히려
가난해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낸다고 그녀는 귀띔해준다.

냄비에 넣는 돈의 액수는 커지는데 참여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장은영씨는 새해가 되면 직장인으로 변신하게 된다.

자동차 부품 수입업체에 비서로 취직됐다.

하지만 그녀는 바쁜 시간을 쪼개서 모금활동에 계속 참여할 계획이다.

주말마다 참여하기위해 구세군본부에 일정을 조정해주도록 요청해 놓았다.

평상시에 하던 편지번역일도 꾸준히 해나갈 터다.

연말이면 자선냄비 모금활동을 하지만 평상시에는 구세군이 운영하는
고아원 원생들에게 외국의 후원자들이 보내오는 편지를 번역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역시 많은 시간을 빼앗기지만 그다지 아깝지 않다.

편지를 받고 기뻐하는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24일까지 자선냄비로 모은 돈과 함께 장은영씨는 곧 고아원을 방문하기로
계획하고 있다.

소외된 아이들에게 누군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기쁜 소식을 알려주고 싶고
새해부터 직장인으로 변신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도 싶다.

이날 만큼은 하루종일 시간을 내더라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

"1년에 한번 연말에 어려운 사람의 고통을 생각해 보고 사랑과 나눔의
기쁨을 함께하는 데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마음이 들뜨고 흥청망청 과소비하기 쉬운 세밑.

바쁜 시간을 쪼개며 남을 돕는데서 기쁨을 찾는 그녀의 연말은
차분하면서도 따스함이 가득하다.

< 정태웅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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