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국내경기는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할까.

한국표준협회는 최근 ''97년도 국내외 경제전망과 대응''을 주제로 이규억
산업연구원장 초청, 강연회를 가졌다.

국내경제전망 부분을 간추린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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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들어 국내경기는 성장률 둔화추세가 이어져 실질 GDP성장률이 1.4분기
7.6%, 2.4분기 6.7%를 기록한데 이어 3.4분기에는 6.4%로 성장률이 더욱
낮아져 연간 성장률은 6.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년에도 경기수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상반기 동안에는 성장률이
6.4% 내외를 기록하다가 3.4분기에는 6.1%로 낮아져 경기순환상 저점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4.4분기 이후에는 경기가 다시 완만한 회복세를 띠어 연간
성장률은 올해보다 낮은 6.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4.4분기 이후 조정양상을 보여 왔던 설비투자는 올해에 5.1%의
낮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내년에도 조정기간이 이어져
투자증가율이 4.3%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년 4.4분기 이후에는 투자조정이 어느정도 끝나 수출여건도
개선될 것으로 보여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민간소비의 경우 경기둔화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올해 하반기부터
낮아지면서 연간 증가율이 성장률과 같은 수준인 6.7%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97년에도 6.2%의 증가율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수출은 반도체 등 주요 교역상품의 수출급감으로 전년대비 3.9%
증가에 그칠 것이나 내년에는 증가율이 9.8%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수출부진의 주원인이었던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 수출품의
국제가격 하락세가 진정될 것인데다 내년에는 엔화 약세현상이 이완돼
수출경쟁력이 회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수입은 수출증가율보다 높은 10.4%의 증가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나
97년에는 7.5%로 증가율이 수출증가율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경기둔화가 장기화되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자본재 뿐만 아니라
소비재 수입의 신장세도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년물가는 1995년 높은 성장에 따른 물가상승압력과 임금 등 비용상승
요인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강력한 물가안정시책에 힘입어 1995년과 같은
4.5%의 상승이 예상되고 있으며 97년에도 4.5%의 상승이 전망돼 물가는
비교적 안정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96년 물가가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인 이유는 작년의 높은 경제성장에
따른 수요부문에서의 물가상승압력, 임금 등 비용부문에서도 물가상승요인이
발생되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원유와 곡물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의 인상과 경상수지적자확대로
인한 원화절하 추세도 물가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물가불안 요인에도 불구하고 농수산물 가격의 안정과 가전 등
공산품에서의 가격인하, 그리고 정부의 각종 서비스요금의 인상억제에
힘입어 물가는 1995년과 같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경기침체로 인해 수요부문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완화, 물가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여 소비자물가는 4.5%의 상승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올하반기 이후의 물가상승압력이 상당부분 내년으로
이월될 것으로 보여 물가불안요인은 상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물가를 안정시킬 것으로 보이는 요인으로는 경기수축으로 인해
민간소비가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임금인상도 올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의 경우 올 4.4분기에는 기업의 운전자금 수요지속으로 인해 3.4분기와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1.4분기에는
금리가 금년 4.4분기보다 다소 낮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나 2.4분기
부터는 금리가 상승 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내년에 물가 상승률이 금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업의 투자자금 수요가 경기하강에 따라 위축되면서 경기 회복이전인 2.4
분기부터 기업의 투자자금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년들어 큰 폭의 절하추세를 나타냈던 원-달러 환율은 내년 1.4분기
정도까지는 국제외환시장에서의 달러화 강세 지속과 경상수지 적자확대에
따라 소폭 더 절하될 것이나, 중반 이후에는 완만한 절상세로 반전되어
연말에 8백20원선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996년 하반기 이후 정부의 물가안정정책으로 인하여 공공요금을
비롯한 각종 서비스요금의 인상이 억제되고 있기 때문에 1997년 상반기에
서비스 요금인상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또한 1996년 하반기 이후의 집세 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의 불안과
정부의 유가 및 전기료 인상계획 등이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1997년 중반 이후 원화가 완만한 절상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는 것은
국제외환시장에서의 달러화가치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고, 국내경기
하강현상이 다소 완화됨에 따라 외화유입이 활기를 띨 것이며, 수출회복에
따라 수출증가율이 수입증가율을 웃돌게 되어 경상수지도 개선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경제전망이 결정적이지는 않다.

정부 기업 국민 등 모든 경제주체가 경제체질 강화에 나설때 보다 밝은
경제전망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정부는 단기적인 경기대책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체질 강화에
초점을 맞추어 고비용.저능률 체제의 개선과 기업활동의 자율성 보장,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제주체들간의 공감대 형성을 위하여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기업은 우선 생산성제고에 힘써야 한다.

국내산업의 종업원 1인당 생산성은 현재 일본의 80% 수준도 채 되지 못함.

생산성이 낮은 것은 합리화나 자동화가 덜 되어 있고 기술수준이 낮은데도
원인이 있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것은 근로자세의 이완에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일의 강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값싼 물건을 대충 대충 만들어 외국에 팔기 어려워졌으므로 제품
하나하나를 정성을 다하여 만들려는 장인정신이 필요하다.

일반 국민들은 씀슴이를 줄여야 한다.

최근들어 소비의 고급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저축률은 감소하고 경상수지
적자는 확대되고 있다.

우리경제는 아직 소비가 미덕인 선진경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국민들은
인식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