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학에 구성의 오류라는 말이 있다.

부분적으로는 타당한 논리가 전체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현재 우리의 증시사정이 그렇다.

자신만이 손해를 덜보겠다고 기회만 있으면 팔려고 하니 주가는 떨어지고
자신은 물론 투자자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다.

이는 누구보다도 기관투자가의 책임이 크다.

정부가 기관투자가에 각종 혜택을 주는 이유는 그들에게 이에 상응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주가안정과 증시의 효율성 증대에 기여해야 하는 책임이 그것이다.

특히 연기금의 역할 증대가 요구된다.

연기금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하고 연기금의 주인은
곧 종업원들이기 때문이다.

현재 39개의 공공기금과 37개의 기타기금의 자산총액은 1백조원(공공기금
81조원, 기타기금 20조원)으로 내년도 예산액을 웃도는 큰 규모이나 총자산
대비 주식투자비중은 작년말 현재 1.6%에 불과하다.

미국의 48%,영국의 80%,일본의 26% 등과 비교할 수도 없는 적은
수치이다.

연기금이 우리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2%에 불과하다.

최근 주가의 급락과 관련, 경제전문가 등 여론선도자의 책임도 적지 않다.

요즘들어 우리 경제는 성장이나 고용, 물가등 대내균형면에서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나 국제수지적자 확대로 대외균형면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있다.

국제수지적자폭이 예상외로 확대되고 있는 주된 이유는 교역조건의 악화,
특히 반도체 철강 등 수출주도품목의 수출가격하락이다.

수출물량면에서는 전년에 비해 10%이상의 신장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액은 3%정도 증가에 그치고 있다.

반면 수출용원자재와 소비재수입의 증가등으로 수입은 10%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70년대 멕시코사태" 운운하는 일부 언론이나 지식인들의 말과
같이 우리 경제가 그렇게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국민들에게 우리 경제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켜 협조를 구하고 예상되는
어려움에 미리 대비하자는데 대해서는 반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과도하게 위기감을 조성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경제는 수많은 시련을 극복하며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으며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부문도 적지 않다.

최근 일본의 권위있는 한 신용평가기관은 한국의 국가신용도를 최상급인
AA+로 평가했고 여타 외국의 저명한 평가기관들도 이와 유사한 평가를
했다.

물가안정속에 고성장을 이룩하고 재정의 건전성과 외채의 관리 및
상환능력이 우수하다는게 이유였다.

국제수지적자의 확대로 금년말에 가면 총외채규모가 1천1백억달러(GNP대비
22%), 순외채는 3백50억달러(GNP대비 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나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과거 소위 외채위기 운운하던 85년 당시의 총외채는 4백68억달러(GNP대비
51.3%), 순외채는 3백55억달러(GNP대비 38.9%)였다.

금년중 외채원리금이 경상외환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율(DSR)은 6~7%
수준으로 85년중의 21.7%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최근 증시에 대한 기업들의 책임도 크다.

우리 기업들은 주식시장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공짜로 생각하고
소액투자자는 기업의 주인이 아니라 쥐꼬리만한 배당만 주면 되는
"봉"쯤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소액투자자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주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하기 힘들게 된다.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적대적 M&A가 활성화되고 소수주주권 행사요건
완화 등으로 소액주주들의 발언권이 크게 강화된다.

3년간 평균 주당배당금이 4백원미만이면 증시를 통한 증자도 불가능해진다.

일반투자자의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

정부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증시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공정한 거래와 투명한
투자환경을 마련해 주는 정도이다.

선물시장이 개설되고 OECD의 회원국이 된 지금 과거와 같이 돈을
풀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식의 부양책은 앞으로는 있을
수 없다.

투자자는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거래질서의 확립이 자신을 위해
유익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내부자거래나 시세조작행위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감독당국의 조사는
경우에 따라서는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주가하락을 초래할 수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소액투자자를 보호하여 증시발전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스위스의 IMD는 국가별 경쟁력비교에서 우리 증시의 경쟁력을 규모나
성장 등 양적측면에서는 상위권이나 증시의 투명성 등 질적측면에서는
최하위권으로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 증시정책의 1차적인 목표는 공정거래풍토를 조성하여
증시의 투명성을 증진시키는데 두어야 하며 인위적으로 주가를 부양시키는
조치는 없어야 한다.

지금의 주가가 우리 경제의 실상과는 동떨어져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현재 해외에 상장 거래되고 있는 한국물의 가격도 종목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DR의 경우 30%이상, CB의 경우 100%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고 국내의 장외에서 외국인간에 거래되는
종목들도 평균 17%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내년에는 일본의 경기회복과 금리상승 등으로 엔화가 강세로 반전하리라는
전망은 국제시장에서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반도체 철강 조선 자동차 등
우리의 수출주도품목의 가격경쟁력이 강화돼 수출이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이야 말로 단기투자를 지양하고 장기투자를 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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