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주거, 여가를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자족도시".

말레이시아 셀랑고르주에 있는 샤 알람 (Shah Alam) 신도시의 개발
이념이다.

이같은 이념이 아직 완벽하게 구현된 것은 아니지만 개발이 시작된지
30여년이 지난 지금 그런대로 만족할만한 수준의 자족도시 면모는 갖춰가고
있다.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서쪽으로 3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는 샤 알람은 수도 인접지역에 쾌적한 환경을 갖춘 산업단지를 만든다는
계획아래 63년부터 개발이 시작됐다.

1천2백61만여평의 광대한 지역을 뒤덮고있던 고무나무와 야자나무를
밀어내고 "일하기 좋고 살기 편한 도시"를 만드는 작업이 착수됐다.

이곳에 신도시가 들어서게된 것은 뛰어난 입지여건때문이다.

샤 알람은 우리의 인천항과 마찬가지로 수도권 해상화물을 거의 전량
소화해 내는 포트 클랑과 콸라룸푸르의 중간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또 구릉이 많아 아무리 비가 자주 내려도 쉽게 배수가 되는 천혜의
지형을 갖추고있다.

개발을 담당한 SEDC (셀랑고르경제개발공사)가 샤 알람을 만들면서
최우선 목표로 삼았던 것은 자족도시 조성.

여기엔 당시 말레이시아의 취약한 산업기반을 확충하는 동시에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깔려있었다.

이같은 개발의지는 전체면적의 50.8%를 녹지로, 21.8%를 산업지역으로
각각 배정한데서 드러난다.

반면 주거지역은 18.25%, 상업지역은 2.45%, 공공시설지역은 6.63%에
각각 머무르고 있다.

"전원처럼 쾌적한 주거환경"과 "산업"이라는 상반되는 개념이 조화를
이룬 도시를 실현하기위해 녹지비중을 지나치게 많다 싶을 정도로 높였던
것이다.

유치업종을 전자 전기등 하이테크 산업으로 한정한것도 도시의 쾌적성을
확보하기위한 방안으로 채택됐다.

기업유치는 그런대로 순조롭게 진행돼오고 있다.

지금까지 6백80여개의 업체가 입주해 8만여명의 인력을 고용, 가동중이다.

이들 업체는 공해배출유무에대한 철저한 사전 검사를 받은후에만 입주할수
있다.

녹지비율이 높다는 점외에 다른 산업도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다양한
레저 스포츠시설을 갖췄다는 점이 샤 알람의 또 다른 특징이다.

말레이시아 농업공원과 함께 샤 알람 오토바이 경기장, 샤 알람 스타디움,
호수공원 등이 도시 곳곳에 들어서있다.

특히 36홀 규모의 글랜마리골프장을 비롯 18홀규모의 골프장이 5개나
도시안에 자리잡고 있다.

열심히 일하면서 남는 시간에 부담없이 레저 스포츠를 즐길수 있게
한다는 개발철학이 도시계획에 반영돼있는 셈이다.

현재 샤 알람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는 모두 20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3만3천7백여가구의 주택에서 살고 있다.

주택은 고급의 방갈로, 중간급인 연립주택과 콘도미니엄 (고급형아파트),
서민아파트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건립 비율은 아파트가 전체의 40%정도이고 방갈로가 10%안팎, 나머지가
연립주택과 콘도미니엄이다.

이들 주택가운데 방갈로는 대부분 전망과 배수가 뛰어난 고지대에
자리잡고 있으며 연립주택은 상업지역인근에, 아파트는 저지대에 각각
들어서있다.

분양가격은 방갈로가 미화 50만달러이상, 연립주택과 콘도미니엄이
37만달러안팎, 아파트가 6만2천달러선이다.

이는 입지여건에따라 주택을 배치하고 가격에 차등을 둠으로써 도시
전체에 균형을 주려는 시도라고 아마드 잠리 샤 알람 도시계획국장은
설명하고 있다.

샤 알람이 계획도시로서의 모습을 웬만큼 갖추기는 했으나 개발이념이
완결되기까지에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업도시로서는 아직 절대인구가 적은 데다 상업중심지 및 주변개발이
미흡한 탓이다.

사유지추가확보 및 용도변경문제, 3백여채의 불법가건물 철거보상문제,
시내교통망 확충문제 등도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이에따라 샤 알람 당국은 오는 2000년까지 인구를 25만명으로,
2010년까지는 50만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