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2136년의 어느 날이었다.

용이 배가 고파 태양을 먹으려 했다.

중국의 황제와 신하들은 공간에 사로 잡혔다.

먼저 탱양의 한쪽이 조금 물려 떨어져 나갔다.

잠시후 4분의1, 또 얼마뒤에는 반쪽, 그러더니 이윽고 태양 전체가
없어져 버렸다.

이글거리는 불덩어리가 자리잡고 있던 곳은 검은 공간이 되었고
그 둘레에 하얗고 기이한 동그라미만이 남아 있을 따름이었다.

그때 중국인들은 혼비백산을 했지만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알 정도로 지혜로웠다.

그들은 그 야릇한 어둠속을 이리저리 뛰어 다니면서 용을 쫓아내기위해
고래고래 고함을 치고 북을 두드리고 꽹과리를 울리고 속이 빈 나무오리를
두들겨댔다.

놀란 용이 미쳐 먹이를 삼키지 못한채 달아났다.

드디어 태양은 구조되었다.

공포심에서 벗어난 황제는 진노하여 용의 출현을 제때에 예고하지 못한
역관인 희씨와 화씨의 목을 베라고 명령했다.

뒷날 천문학자들은 이들 두사람의 묘비명이라고 전해지는 작자미상의
시를 애송하고 있다.

"이곳에 희씨와 화씨가 누워 있다니/애닯다!/보이지 않는 일식을
내다보지 못한 까닭에/죽음을 당했구나"

이것은 개기일식을 원시적으로 해석한 설화다.

일식이란 달이 지구의 둘레를 돌고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돌면서
이 세개의 별이 한줄로 들어서게 될때 가운데 낀 달이 해를 가려버리는
현상이다.

그때 태양이 있던 자리의 둘레에 하얗고 동그란 광관이 관찰된다.

태양대기의 가장 바깥층인 코로나다.

코로나는 일식때 이외에도 코로나그라프라프라는 특수망원경으로
관측될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의 태양관측용 소호위성이 특수장치를 이용해
코로나 현상을 자외선 사진으로 촬영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코로나는 태양 반경의 10배가 넘는 구역에 걸쳐 있고 주성분이
태양중심부의 열핵폭발에 의해 분출된 수소로 되어 있는 매우 희박한
기체층이다.

온도는 섭씨 5,000~6,000도인 태양표면보다 엄청나게 높은 100만도나
된다.

가장 밝은 곳이 태양 중심부 100만분의 1정도, 즉 보름달 밝기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태양 흑점의 극대기에는 거의 원형으로 매우 크고 밝게 나타나며
극소기에는 태양 적도의 방향으로 길게 볼록한 모습을 보인다.

소호위성의 활동으로 태양의 베일이 더욱 벗겨지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