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쌀''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첨단산업으로서의 성장성 때문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국제수지를 좌우하는 핵심 품목으로서 이 제품의 가치가 더욱
빛나고 있어서이다.

국제시황이 언제 회복될지, 메모리중심의 사업은 바람직한지, 선진국과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낼 수 있을는지.

반도체업계의 일거수일투족은 이제 국민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다크호스격인 LG반도체는 최근 메모리중심에서
과감하게 탈피, 비메모리분야를 강화하고 고기능칩을 선보이는 등 사업구조
개편에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정환 대표이사 부회장을 만나 반도체산업의 현황과 전망, LG반도체의
전략 등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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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김기웅 < 산업1부장 > ]]]


-62년 금성사에 입사했으니 우리나라 전자산업 성장사와 함께 하신
셈이군요.

"글쎄요.

어쨌든 대학졸업후 금성사에 입사했을 당시 우리 기술수준은 겨우 라디오를
조립 생산하는 단계였습니다.

오늘날과 비교하면 참으로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그로부터 26년을 금성사 현장에서 외길을 걸어 왔지요.

그러다 지난 88년 LG반도체의 전신인 금성반도체 부사장을 맡아 반도체
분야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그나저나 올해초만 해도 잘나가던 반도체 시황이 갑자기 왜 이렇게
나빠졌습니까.

"결코 갑자기 닥친 불황이 아닙니다.

반도체산업에는 10년주기 4년주기등의 사이클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주력품목인 D램은 올림픽사이클이라고 부르는 4년 주기를
타는데 올해와 내년이 하향국면에 속합니다.

이 주기에 들어섰다고 봐야지요.

퍼스널컴퓨터등의 성장에 힘입어 2~3년전부터 반도체수요가 급증했지만
사실 가수요등의 여파로 가격이 정상치보다 높게 형성돼 언젠간 떨어질
것으로 봤는데 예상외로 급락한 것입니다"


-그럼 언제쯤이면 회복국면으로 되돌아 올까요.

BB율(반도체 수주대 출하비율)이 1을 넘어섰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9,10월을 기준으로한 BB율이 다소 높아졌지만 최근들어 여건은 다시 좋지
않아요.

그러나 내년 하반기에는 서서히 불황의 그늘에서 빠져 나오고 98년부터는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봅니다"


-내년에도 대만이 양산체제를 갖추게돼 시황을 결코 낙관할수 없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사실 투자 측면만 놓고 볼땐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몇년간은 뚜렷한 기술격차에 의해 경쟁우열이 확연히 드러날
것입니다.

대만업체들이 16메가D램을 본격 생산하면 우리는 차세대 제품인 64메가D램
으로 전환하게 됩니다.

또 D램분야는 고속제품만이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되는데 고속D램은
대만은 물론 일본업체들도 안정적인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만제품은 선진국 시장보다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장에서 힘을 발휘
하는 정도가 되겠죠"


-아예 주종품목을 지금의 16메가D램에서 64메가D램으로 앞당겨 바꾸면
어떻습니까.

"64메가D램은 내년말이나 98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돼
99년에 수요가 피크를 이룰 것으로 봅니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6개월내지 1년정도 빨라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차세대 제품의 시장 선점과 주도권확보를 위해 그동안 체계적으로
이에 대한 투자를 해왔지요.

그결과 현재 64메가D램의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시장상황에 언제든지
대응할수 있는 준비를 완료한 상태입니다.

주요 고객의 요구가 있을땐 언제든지 생산에 들어간다는 방침입니다"


-반도체가격하락이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반도체업계
재편의 계기가 될수 있다는 분석도 있더군요.

"좋은 지적입니다.

반도체 가격하락이 당장 매출과 수익에 영향을 미치지만 중장기적으론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수도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불경기는 신규진출을 억제시켜 기존 업체중심의 과점체제를
유지시켜 주는 이점도 있지요.

실례로 지난해 호황기때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반도체산업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불황이 심화되면서 이를 구체화하는 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LG의 경우도 당초 계획된 투자를 축소시킬 생각이신지요.

또 R&D투자 계획은 어떻습니까.

"반도체산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기술진보가 빠르고 제품사이클이 짧아
적기투자가 요구되는 첨단산업이자 대규모 장치산업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경우는 어려운 때일수록 정확한 판단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할 생각입니다.

LG반도체는 전문분석기관인 데이터퀘스트에서 집계한 것처럼 미국 인텔사
에 이어 올해 세계 반도체업체중 두번째로 많은 금액을 시설확장과 연구
개발에 투자했습니다.

금년도 투자분만 2조3천억원에 이릅니다.

앞으로도 차세대 고부가가치 메모리제품과 첨단 비메모리분야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지속할 방침입니다"


-날로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을 이겨내기위한 특별한 전략이 있습니까.

"물론 있지요.

우리는 이를 "트윈 앤드 스타" 전략이라고 부릅니다.

일반 메모리 중심에서 벗어나 첨단 비메모리 반도체분야로 사업구조를
재구축하고 있습니다.

고속메모리 분야와 주문형반도체(ASIC)를 양대축으로 집중 육성하는
"트윈전략"과 마이크로분야에서 시장성있는 세계 최고수준의 제품을 확보
하는 "스타전략"이 바로 그것이죠.

이를 통해 오는 2000년 세계반도체업계의 베스트5로 진입할 계획입니다.

단기적으론 반도체가격이 하락해도 수익성을 확보할수 있도록 공정혁신을
통한 생산성향상과 가격경쟁력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입니다"


-비메모리제품 개발을 위한 구체적인 복안은 무엇입니까.

"비메모리 기술의 난이도는 제품에 따라 다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세계 반도체시장을 비메모리가 주도한다는 점입니다.

반도체수요의 3분의 2가 이부문에 몰려있을 정도니까요.

특히 21세기 유망산업인 멀티미디어는 비메모리 기술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문제는 어떻게 기술을 습득.개발해 나가느냐는 것인데 이를위해 우리는
자체 개발과 아웃소싱을 병행할 생각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론 자체 연구개발팀, 해외연구소및 반도체업체등과 제휴해
글로벌네트워크형 연구개발체제를 갖출 계획입니다.

특히 기술제휴등 외국 선진기업과의 협력에 적극 나설 생각입니다"


-해외 생산도 추진하고 계시죠.

"유럽 동남아 미주등 해외기지 3각체제를 갖출 계획입니다.

우선 유럽은 영국 웨일스에 진출키로 하고 내년봄쯤 착공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98년 하반기에는 가동에 들어갈수 있겠지요.

현지 대학과 산학협동을 통해 서로 도움을 주는 윈-윈전략을 구사할 생각
입니다.

생산제품은 비메모리가 주력입니다.

동남아는 말레이시아에 추진중입니다만 여러가지 조건이 안맞으면 인근의
다른 지역으로 바꿀수도 있습니다.

미주지역에도 한곳 정도 공장을 세울 계획입니다"


-생산기지 확대도 그렇지만 반도체의 특성을 고려할때 세계적인 기술력을
지닌 제품을 남보다 앞서 내놓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LG반도체가 자랑할만한 경쟁력있는 제품이 있습니까.

"있고말고요.

메모리제품에서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램버스D램을 꼽을수 있습니다.

기존 제품보다 처리속도가 20배나 빨라 멀티미디어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품목입니다.

2~3년내 퍼스널컴퓨터의 메인메모리로 채택될게 확실한 제품이지요.

비메모리분야에선 동영상 그래픽 화상회의 팩스모뎀등 멀티미디어에
필요한 7가지 기능을 하나의 칩으로 만든 MPACT를 역시 세계 최초로
선보였습니다.

인터넷환경에서 어떤 기종의 컴퓨터와도 접속해 정보처리할수 있는
자바프로세서도 개발중입니다.

이들은 향후 세계시장을 주도할수 있는 제품이라고 확신합니다"


-지난달엔 서울대와 공동으로 테라급 반도체도 개발하겠다고 밝히셨죠.

"저희는 장기 산학협동프로젝트를 통해 21세기에 대비한 핵심기반기술확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메가급에서 1기가급 수준까지의 반도체는 현재의 공정기술 개선을 통해
충분히 개발해 생산할수 있지만 적어도 0.13미크론 이하의 초미세회로와
소자가공이 필요한 4기가급이상의 반도체생산을 위해선 새로운 개념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에따라 포항공대와 공동으로 4기가급이상의 반도체제조공정에 적용할수
있는 X선 노광기술의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서울대와는 테라급 초미세
소자연구를 진행중입니다.

이중 포항공대와는 1차 연구성과로 4기가급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0.13미크론급의 초미세회로 패터닝기술 개발에 이미 성공했습니다"


-11월초에 증권시장에 상장된 걸로 압니다.

이제는 많아진 주주들에 대한 책임도 커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주주등 이해관계자를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반도체가 일시적인 불황을 겪고 있다해도 미래유망산업인 것만은 틀림
없습니다.

솔직히 성장성을 감안할때 현재의 주가가 너무 낮은 것이 불만입니다"


-평소 가슴에 새기시는 경영철학이 있으십니까.

"큰기업이 이기는게 아니라 빠른 기업이 이긴다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스피드경영 혹은 "2분의 1의 철학"이라고 부릅니다.

의사결정을 빨리해야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한다고 확신합니다.

우리회사의 결재과정은 도시바 NEC등 외국기업의 절반수준에 불과합니다.

모든 결재는 3단계로 끝납니다.

권한이양이 많이 돼 있어 현장에서 즉석으로 결정할수 있는 사항도
많습니다.

또 한가지 중요시하는 것은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와 "조정"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사내의 원활한 의사소통문제는 제가 직접 나서서
챙깁니다.

언로가 열려 있어야 의견교환이 신속히 이뤄지고 이것이 반도체산업의
승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가시간은 어떻게 보내십니까.

"다행히 아직 건강이 좋습니다.

취미삼아 가끔 필드에 나가는 것이 건강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최신 전문서적을 중심으로 독서를 하는 것도 즐거운 취미입니다"

< 정리=김낙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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