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데이트는 어디에서 하지.

대학로 샘터파랑새극장 맞은편에 위치한 릴리 마를렌은 신세대 카페의
번잡하고 시끄러운 분위기에 식상한 남녀에게 권하고 싶은 유럽 농가풍의
차분한 집이다.

들어서기 전부터 화단이 있는 빨간 단층집의 넓은 창을 통해 안락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미닫이문을 열면 "드르륵" 소리가 난다.

문 옆에 걸려있는 커다란 새장엔 아이주먹보다도 작은 홍조 두마리가
앉아있고 정면 천장엔 기하학적 무늬의 커다란 천이 늘어뜨려져 있다.

한쪽 구석엔 벽난로.

안데르센의 동화를 생각나게 한다.

이곳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가요나 팝송을 들을 수 없다.

대신 칸초네나 샹송, 그리고 오래된 재즈음악이 향수를 자극한다.

카페안에는 온통 기분좋은 커피향과 이탈리아 치즈냄새가 배어있다.

카운터 옆에는 공중전화가 있다.

그러나 동전이 없어도 걱정은 하지 말라.

그 옆 기둥에 매달린 검은색 다이얼식 구형 전화기가 있으니까.

얼핏 보아 장식품 같지만 의외로 감이 좋다.

그이가 이런 편안한 분위기에 같이 젖어 있다면 당신이 약속시간에
조금 늦더라도 별로 책망받지 않을 듯.

릴리 마를렌은 2차대전 당시 독일의 여가수 마를렌 디트리히가 불러
독일군은 물론 연합군 사이에서도 애창됐다는 노래.

마를렌 디트리히는 히틀러의 구혼을 받았던 전설적인 가수다.

50년된 일제시대의 목조건물을 유럽 농가풍으로 개축해 가게를 내면서
주인이 붙인 이름이라고.

이곳 메뉴의 특징은 이탈리아식 식사다.

스파게티 도리아 카레 등 세가지가 있으며 값은 6,000원.

많이 먹고 싶은 사람은 미리 더달라고 주문하면 된다.

나머지 메뉴는 보통 카페와 비슷하게 비싼 편이다.

제일 싼 커피 사이다 등이 3,000원이고 나머지 음료는 4,000원선.

커피는 아메리카식으로 묽게 타는 편이고 양은 상당히 많다.

더달라면 더 준다.

< 김주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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