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기 < 대한석유협회 부회장 >

최근 국내 석유산업은 과거 어느때 보다 어려운 전환기적 환경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정부의 석유산업 자유화계획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석유가격및 수출입
자유화등이 예정돼 있고 99년부터는 정유산업의 신규진입 자유화및 대외
개방이 시행될 계획이다.

이에따라 우리 석유산업은 개방과 자율화의 파고 속에서 무한경쟁시대를
맞이하게 됐으며 멀지 않아 외국기업과도 경쟁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재 국내 석유산업의 체질은 정부의 장기간에 걸친 규제로 야기된
<>낮은 수익성 <>환차손 누증 <>막대한 시설투자 부담등으로 상당히 허약한
것이 사실이다.

작년 정유5사의 정유부문 매출액은 15조7,000억원으로 전년대비 21% 증가
했으나 정유부문 순이익(세전)은 정부 인정 허용이익 수준(2,200억원)은
커녕 오히려 84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들어서도 실적비용 발생분과 유가 반영비용간의 격차 확대, 급격한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 누증등으로 정유사의 적자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정유사의 경영이 악화되고 있는 이유는 우선 원유 FOB(본선인도
가격) 운임등 원유 도입관련 비용과 정제비가 유가에 저가 또는 지체 반영
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유가연동제하의 유가 반영 원유 FOB 추정공식이 최근 국내 도입원유의
경질화 저유황화 추세에 따른 실원유도입가격의 증가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유가반영 운임도 유조선 선령제한및 국제운임시세 상승에도
불구하고 계속 동결되고 있다.

또한 표준정제비도 지난해 12월에 와서야 지체 반영된 이래 올해에도 계속
적용되고 있다.

둘째 유통비용의 증대이다.

작년말 현재 정유5사의 유통부문자금은 5조6,000여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시장경쟁 심화와 정부의 유통마진 현실화 유보로 가격할인(주유소에
대한 대리점 마진 보장등), 대여금 지원,외상기일 연장등 정유사의 유통
비용이 불가피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93년 서울등 6대 도시에서 주유소간 거리제한이 폐지된 이후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전국의 주유소수가 8,300여개까지 늘어났지만 판매량이
적은 일부 지방 주유소의 경우 경영 악화로 휴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게다가 장기간에 걸친 유통마진 인상 억제로 인해 현재 주유소와 대리점의
유통마진율은 약 4~6% 수준에 불과해 타유통업종에 비해 매우 열악한 실정
이다.

셋째 중질유분해 시설.탈황시설등 고도화부문의 투자확대로 감가상각비
금융비용등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환경규제에 따라서 경제성이 전혀 없는 탈황시설에 대한 막대한
투자로 정유업계의 자금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정유사들은 현재 하루 36만9,000배럴 규모인 고도화시설을 99년까지
61만5,000배럴로 확대할 계획이나 고도화시설의 경우 일반 석유정제시설과
비교할때 약 7.6배 이상의 막대한 투자재원이 소요된다.

국내 석유산업이 국제경쟁력과 자생력 제고를 통해 석유메이저와 산유국과
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 자체의 노력 뿐만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유가 자유화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서 정부는 현행 유가연동제하에서
적절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원가를 유가 자유화 이전에 반영하여 누적된
적자의 해소와 함께 국내 석유업계의 자생력 확보기반을 조성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