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해커들의 천국인가"

최근들어 인터넷 이용자들이 해커들의 눈부신(?) 활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홈페이지가 유린당하는가 하면 유명 정치인 경제인의 컴퓨터들은 해커의
표적이 돼 수난을 당하고 있다.

지난 9월19일.

한 해커가 CIA(미 중앙정보국)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침입해 중앙정보국을
"중앙바보국"으로 개명해 놓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 해커는 온갖 외설 사진들을 CIA의 홈페이지에 게재해 놓고 "플레이보이"
등 도색잡지를 이 웹사이트에 연결시켜 놓았다.

세계 최고의 정보력과 보안을 자랑하던 CIA로서는 여간 망신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뿐 아니다.

빌 클린턴 미대통령을 비롯해 뉴트 깅리치, 로스 페로 등 유명 정치인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회장 등의 컴퓨터도 유나메일러(Unamailer)
라는 해커족의 공격을 받았다.

유나메일러는 올들어 전세계의 주목을 끈 유나바머(Unabomber)를 변종한
해커다.

실제 폭탄 대신 "스팸(Spam)"이라 불리는 전자우편폭탄을 이용, 상대방의
컴퓨터시스템을 완전히 파괴시키는 수법을 쓰고 있다.

이외에도 "인터넷 웜(Worm)"이라는 해킹프로그램을 개발, 전세계 6,000여
인터넷 호스트를 일시에 마비시키는 강력한 해커도 등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정보의 보고"로 칭송받는 인터넷이 "해커의 천국"으로 불릴 만한
상황이됐다.

해커들의 활동영역이 날로 확대되면서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한 장난을 넘어 수법과 강도가 점차 포악해지고 있다.

더구나 해커들은 인터넷을 통해 해킹수법을 서로 교류할뿐 아니라 오프라인
에서도 공공연히 대규모 모임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해커들의 모임으로는 "데프콘(DEFCON)"이 꼽히고 있다.

데프콘은 http://www.defcon.org/에 자리를 잡고 해커들간 교류를 도모하고
있다.

이들은 잡지를 발간하며 최신 해킹수법을 원하는 회원에게 팔기도 한다.

데프콘은 93년이후 매년 라스베이거스에서 대규모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유명 해커강사를 초빙, 주제발표를 듣는가하면 저녁에는 "Hacker Jeopardy"
와 같은 특별행사를 즐기기도 한다.

강사진은 통상 네트워크 보안전문가나 암호전문가 전직스파이 정부정보기관
해직자 등이며 이들은 자신의 신분을 버젓이 공개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이 대회에 정부관계자 FBI(미 연방수사국) CIA 등의 요원
등도 80~500달러의 참가비만 내면 공개적으로 참가할수 있어 해커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이외에도 95년부터 개최되고 있는 서머콘(SUMMER CON)을 비롯해 펌프콘
(PUMP CON) 액서스 올 에어리어(ACCESS ALL AREA) 등 10여개 해커모임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모임에 한국인의 참석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회비를 기부하면
누구라도 최신 해킹수법을 제공받을수 있어 한국도 안심할수 없는 상황이다.

한 조사통계에 따르면 현재 해커관련 인터넷 홈페이지수는 무려 2만여개에
이른다.

한국정보보호센터의 임채호 수석연구원은 "아직 국내해킹 수준이 PC통신
이나 인터넷에 머물고 있으나 인터넷을 통해 멀지않아 무선통신침입 바이러스
침입 등의 첨단 해킹수법들을 도입할 것으로 보여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박수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6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