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비샨뉴타운.

싱가포르의 도시건설철학과 건축미학을 대표하고 있는 곳이다.

이때문에 비샨은 주변 언덕 어느 곳에서 내려다봐도 아름다운 도시다.

비샨은 도시국가를 이루고 있는 싱가포르섬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더욱이 비샨은 "공동묘지위에 건설된 신도시"이다.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싱가포르 도심외곽의 거대한 공동묘지였던 곳이
지금은 싱가포르에서 가장 쾌적한 환경을 갖춘 주거단지로 탈바꿈한 것이다.

비샨은 743ha(225만평)로 여의도의 2배를 약간 넘는 규모로 개발돼
인구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파트 단독주택 등 3만3,650가구가 지어져
있다.

도시국가의 특성과 수요를 반영해 철저한 주거중심지로 조성됐다.

비샨개발계획이 수립된 것은 82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싱가포르정부는 당시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증가로 내집마련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주택 가격이 급등, 주택공급확대방안에 고심하고
있었다.

이에 착안한 것이 주거단지로 개발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를 갖춘
텍선뎅공동묘지를 없애고 그곳에 신도시를 만들자는 방안이었다.

좁은 국토, 과밀한 인구로 특징지어지는 도시국가가 선택할 수 있었던
"싱가포르적 발상"이었던 셈이다.

계획이 발표되자 당장 격렬한 반대여론이 빗발쳤다.

국민의 75%가량을 차지하고 있던 화교의 정서는 어떻게 조상을 모셔놓은
묘지를 헐고 집을 지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주택수요는 결국 다른 대안을 없게 만들었다.

당국은 국민을 대상으로 개발계획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좁은 땅밖에 없는
싱가포르의 현실을 이해시키는데 온힘을 쏟았다.

그러기를 1년여.

당국과 묘지주인들은 묘지이전에 따른 모든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대타협을 이뤄냈다.

성숙된 싱가포르국민의식을 바탕으로 비샨뉴타운 개발의 첫 삽질이
시작됐다.

비샨은 주거용지 304ha, 상업용지 25ha, 경공업 및 비공해업종용지 48ha,
공공용지 78ha, 휴식공간용지 87ha, 도로 등 인프라용지 150ha 등으로
구성됐다.

토지이용계획상 주거용지가 46% 도로 및 휴식공간이 32%에 달하는 점을
봐도 비샨은 철저한 주거중심지역으로 개발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주거지의 밀도배치는 쾌적한 주거환경확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이곳은 5,100가구의 저밀도지구, 4,500가구의 중밀도지구, 2만4,050가구의
고밀도지구로 이뤄져있다.

저밀도지구는 2~4층규모의 단독주택만 짓도록 하고 중밀도지구는
10층짜리의 아파트, 고밀도지구는 20층 30층짜리와 30층이상의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도록 했다.

주택보급 확대에 개발의 촛점이 맞춰져있던 만큼 고밀도지구에 많은
비중이 두어진 것이다.

그러면서도 저밀도지구를 중밀도지구와 고밀도지구 사이사이에 적절히
배치하는 묘를 살림으로써 도시 전체의 스카이라인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고
"열린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화려하면서도 포근한 감을 주는 아파트색깔도 특별히 배려한 부분이다.

상자곽같은 이미지를 주지않기 위해 아파트꼭대기에 얹은 단독주택형
지붕은 자주색 고동색 하늘색 등으로 칠해 도시전체가 포근한 느낌을 주도록
했다.

아파트외벽도 옅은 황토색과 짙은 고동색을 바둑판처럼 입혀 고급스러움을
살렸다.

상업지역은 중심상가 단지별상가 외곽상가 등 3개구역으로 나눠져 도시
곳곳에 배치됨으로써 퇴근때나 주말에 쉽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돼있다.

"주민편의 제일주의철학"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특히 중심상가지역내에 있는 복합상업역사내로 도시지하철역을 넣어
쇼핑이 더욱 용이하도록 했다.

거미줄같은 교통망 역시 비샨의 자랑거리이다.

남북으로 매리몬트로드 비샨로드 어퍼톰슨로드가 주도로로 뻗어있으며
비샨로드 밑으로는 대중지하철(MRT)이 운영돼 유동인구의 분산효과를
극대화했다.

또 이 3개 주요도로를 중심으로 각 아파트단지마다 2~3차선의 도로가
실핏줄처럼 건설돼있다.

이들 교통망을 통해 비샨주민들은 싱가포르의 업무중심지역인 중앙지구
주롱 티옹바루일대까지 30분내에 출퇴근할 수 있다.

공업지역을 도시 한복판에 둔 것도 이채롭다.

경공업과 비공해업종으로 입주를 제한하고 있는 신밍단지 잘란페림핀
단지는 주거지로 착각할 정도로 깔끔하고 아름답다.

또 도시 곳곳에 수영장 테니스장 등 각종 레저시설을 설치, 언제 어느때건
주민들이 자유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싱가포르 주택청 비샨지구 양국유처장은 "공동묘지를 신도시로 개발했지만
이제는 싱가포르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곳이 바로 비샨"이라고
말했다.

지난 92년 개발이 완료된 비샨지구는 현재 인구 9만명이 사는 세계적인
신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 글 고기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