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3년 포항제철소 준공 이래 세계 5위의 철강 생산국으로 부상한
한국.

한국의 철강업계가 21세기에도 이같은 위상을 지켜려면 혁신철강 기술을
서둘러 정착시키는 구조조정이 긴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2일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대한상의에서 통상산업부가 주최한 "제23회
신산업민관협력회의(철강)"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철강업계의 구조조정
노력과 정부의 정책지원이 톱니바퀴 처럼 맞물려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들은 특히 혁신기술도입이나 연구개발 투자등에 대해 정부가 장기
저리자금 조달의 길을 터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에대해 가능한 한 모두 지원수단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내용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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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윤 통상산업부장관 =우선 한국 철강산업의 기술 수준은 어디까지
왔고 이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해 주시십시요.


<> 김상주 서울대 금속공학과 교수 =철강은 종합적인 장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산업입니다.

따라서 관련기술이 모두 탄탄해야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제선 제강 계측제어 표면처리등 모든 기술이 골고루 갖춰져야
한다는 얘기지요.

한국 철강산업의 경우 보통강의 조업기술은 가히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하지만 고급강이나 특수강 분야에선 아직 선진국에 비해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또 철강 선진국이 되려면 앞으로는 자동화 기술이나 환경친화적 기술 등도
적극 육성해야 합니다.

이같은 다방면의 기술을 향상시키려면 무엇보다 우수인력을 많이 확보하고
연구개발(R&D)투자를 크게 늘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철강부문에 우수한 인력이 많아 큰 문제는 없습니다만 R&D의
경우 정책적 지원이나 기업들의 투자규모가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게 사실
입니다.

철강산업의 R&D가 한국 철강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이란 지적도
이같은 현실 때문에 나오는 것입니다.

우수인력 확보나 R&D투자 만큼 중요한 것이 혁신철강기술 개발입니다.

박슬래브공법이나 용융환원제철법(코렉스)등 21세기형 철강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야 말로 한국 철강산업이 얼마나 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
의 관건입니다.

이밖에 특수강등 철강 강종의 생산비율을 균형되게 만드는 것도 간과해선
안될 부분입니다.


<> 백영현 고려대 금속공학과 교수 =철강은 인류가 역사상 가장 많이
사용해온 재료중 하나일 것입니다.

바로 이점 때문에 철강을 잘 활용하고 발전시켰던 나라가 선진국으로
자리잡곤 했던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철강이 에너지 다소비 업종인데다 공해유발 산업이란
점입니다.

지난 93년 기준으로 볼때 금속제련 분야는 제조업의 총 에너지사용량
5천만TOE(에너지환산t)중 33%를 사용했습니다.

이산화탄소 등 공해물질 배출량도 제조업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철강은 오래전부터 에너지 다소비, 공해유발 업종으로
낙인 찍혔던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국제 환경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이런 식의 제철업은 더이상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게 됐습니다.

고로보다 공해가 적은 미니밀이나 코렉스로 등을 활성화해야 할 필요도
여기서 비롯되는 것이지요.


<> 이일옥 포항산업과학기술연구원 박사 =과거 철강 선진국의 흐름은
영국 미국 일본등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철강에선 무엇보다 신기술을 누가 먼저 개발해 정착시켰느냐가 선진국
여부를 가리는 잣대가 됐던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 철강산업의 당면 과제도 차세대 철강기술을 선점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차세대 철강기술이라고 하면 크게 세가지를 일컫습니다.

미니밀공법 용융환원제철법 스트립캐스팅 기술이 그것이죠.

이중 미니밀은 원료로 고철을 쓰는 탓에 원료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공해가 적고 투자비가 적은 제철소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용융환원제철법도 현재 포철이 코렉스로를 가동중이며 내년엔 한보철강도
이를 준공할 예정입니다.

스트립 캐스팅의 경우 내년 4월께는 상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신기술들의 정착여부에 한국 철강산업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이렇게 볼때 기술개발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긴요합니다.

예를 들어 용융환원제철기술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자금은 그 기술이
상용화돼 이익이 남는 시점부터 상환토록하는 등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 이보원 통산부 기술기획과장 =철강은 전형적인 성숙화 기술 산업입니다.

앞서 지적됐듯이 신기술을 개발하고 정착시킨 후발국이 거의 50년을
주기로 선진국을 제치고 정상에 오르는 과정을 거듭해 왔습니다.

21세기 철강 선진국을 탄생시킬 신기술은 환경친화적 제철기술이라고
봅니다.

미니밀이나 코렉스 등이 현재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지요.

한국의 철강산업을 보면 특수강은 수요기반이 부족해 선진국에 크게
뒤떨어진 상태이고 형강이나 봉강등 조강류의 경우 냉연강판등에 비해
경쟁력이 미흡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한국 철강업계는 앞으로 혁신기술 개발에 온 힘을 집중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정부도 이런 업계의 노력에 충분한 지원을 해줄 계획입니다.

특히 특수강을 중심으로 10여개의 공통애로기술개발 과제를 선정해
1백4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지요.

산학연 공동연구를 위한 철강기술센터의 설치도 오는 98년 신규사업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여기선 산업체는 물론 대학과 연구소의 기술진들이 모여 제어계측기술이나
환경친화적 철강기술 개발을 주로 담당토록 할 계획입니다.


<> 박장관 =이젠 산업계의 얘기를 들어 보도록 하지요.

생산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애로나 향후 계획 등을 중심으로 말씀해
주십시요.


<> 홍태선 한보철강 사장 =철강업계도 이제는 양적인 팽창보다는 질적인
고도화에 신경을 더 써야 합니다.

보통강의 생산라인은 중국 등지로 과감히 이전하고 국내에서는 고급강
중심의 생산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강부문을 해외에 진출시켜 그곳에서 후판을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이 후판을 다시 국내에 들여와 열연강판이나 냉연강판 등을 만들자는
얘기지요.

한보철강은 연간 조강생산능력 7백만t 규모의 대규모 민간제철소를 건설중
입니다.

작년 6월 미니밀을 준공해 고로가 아닌 전기로에서 열연강판을 생산해
내고 있으며 현재는 제품의 품질이 고로제품 못지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내년말께는 코렉스로를 완공해 오는 98년부터는 코렉스로에서도 고품질의
열연강판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이같은 한보의 막대한 투자엔 적지 않은 애로가 있는게 사실입니다.

민간기업이 대규모 제철소를 짓다 보면 항만이나 도로시설을 자체적으로
건설해야 하는등 국가사업을 대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자가 발전소의 경우도 단지 자가용이라는 이유만으로 장기저리의 정책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보철강 입장에선 도로 공업용수 시설정도라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었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또 지나치게 이자가 비싼 설비투자자금의 경우 장기 저리자금 지원을
통해 대체해 주는 정책적 지원도 정부가 검토해 주길 바랍니다.


<> 이봉규 삼미특수강 사장 =특수강 분야는 철강산업 안에서도 특별한
사정이 있습니다.

첫째 기술획득이 어려운데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분야입니다.

둘째 다품종 소량생산 품목이란 특징이 있습니다.

셋째 자동차 조선등에 필수 불가결한 철을 생산한다는 점이지요.

현재 업계는 총 1천8백여종의 특수강을 개발해 8백여개의 강종을 상용화
했습니다.

엄청난 규모이지요.

그렇지만 국내 특수강 업계의 기술은 일본의 70% 수준을 밑도는 실정입니다.

수율도 일본의 60~85% 수준에 머물고 있어요.

투자비는 일반강 생산에 비해 많이 드는 데 이런 어려움들 때문에 국내
특수강 업계는 채산성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삼미특수강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세계 유수의 특수강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발판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는 2010년께 생산규모는 연간 2백50만t, 매출은 7조5천억원에 달하는
회사로 키우겠다는 목표입니다.

생산성도 지금보다 15%정도 높게 잡고 있지요.

특히 스테인레스 제강부문에 투자를 집중할 예정입니다.

또 에너지절약형 기술을 개발해 특수강 분야를 무공해 산업화할 작정입니다.

이를 위해 캐나다에 있는 삼미 아틀라스공장은 물론 일본 미쓰비시사등과
기술제휴를 강화하고 다른 기업에 비해 비교우위가 있는 제품을 선별,
육성함으로써 국내에서의 출혈경쟁을 자제할 계획입니다.

전체 생산품중 수출 비중도 현재 25%에서 35%정도로 높여 나간다는게
우리 회사의 목표입니다.

이런 노력들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정부의 각종 지원을 기대합니다.


<> 김종진 포철사장 =철강산업은 그동안 국가의 기간소재 산업이란
이미지를 갖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환경친화적인 생활소재 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포철은 21세기에도 현재의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하고 확충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21세기 발전목표는 분명합니다.

혁신철강기술을 선점해 질적 성장체제로 전환함으로써 초일류 글로벌
철강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이를 실현하는 방안을 크게 세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 환경친화적이고 경제성 있는 설비투자로 철강사업의 고부가가치화와
하이테크화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포항제철소는 코렉스등 환경친화적인 공정과 제품고도화에 주력하고
광양제철소는 박슬래브 미니밀 등 대량생산체제 보완을 위한 능력증강에
역점을 두겠다는 계획도 이런 차원이지요.

이렇게 되면 2000년대 초반까지 포철은 고급강의 생산비율을 42%,
냉연강판의 생산비는 52%로 높여 신일본제철 수준 이상의 품질경쟁력을 갖출
것입니다.

둘째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는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으로 적극
진출할 예정입니다.

현재 15개국에 15개 법인을 갖고 있는 포철은 중장기적으로 20여개국에
50여개 기업을 보유한 글로벌 회사로 변모할 것입니다.

셋째 한발 앞선 경영혁신으로 고객만족을 극대화하는데 역점을 둘 계획
입니다.

특히 내년엔 선진기업을 벤치마킹해 구체적인 3개년 계획을 설정, 추진하는
것도 검토중입니다.

이런 목표를 순조롭게 달성하기 위해선 몇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스틸하우스 스틸캔 등 철강의 새로운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해야 하고
구동구권으로부터의 저가 저질 철강재 수입품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등 입니다.

연안 항만등 물류시설을 확충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부문에 대해선 업계와 정부간 공동 대책수립이 긴요할 것으로 생각
됩니다.


<> 김시중 중소기업청 금속공업과 과장 =현재 중소기업중에선 7백90여개
업체가 철강업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대기업에서 생산을 하지 않는 소량생산 품목을 맡고 있지요.

철강분야의 틈새시장을 메우고 있는 셈입니다.

이 철강 중소기업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원재료 조달입니다.

대부분이 대기업으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아 제품을 생산하는데 이게 여의치
않습니다.

예컨대 철근이나 형강 등을 만드는데 쓰이는 빌레트의 경우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지요.

중소업체의 빌레트 연간 수요는 2백만t에 달하지만 대기업이 제공하고
있는 양은 20만t 정도로 10%에 그치는 탓입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중소기업들은 원료를 공동 구매하거나 아예
공동으로 빌레트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반안을 추진하고 있기도 합니다.

< 정리=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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