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분의1mm 오차를 잡아내는 여자.

삼성전기 금형개발부의 박인주씨(28)는 고도의 섬세함과 정밀함을 갖춘
숙련공이다.

비디오 오디오 컴퓨터등 각종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미세한 부품들이
그녀의 손을 거쳐 탄생된다.

그렇다고 그녀가 부품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맡은 일은 부품제작의 핵심인 금형(부품을 찍어내기 위한 일종의
틀)을 검사하는 일이다.

"붕어빵을 생각하시면 돼요.

왜 붕어빵들이 틀모양대로 나오잖아요.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전자부품들도 금형에 쇳물을 부어 굳혀서
만들어지지요"

따라서 정확한 금형제작이야말로 제품생산의 관건이 된다는 그녀의
설명이다.

설계에서 제작 측정 시제품 대량생산으로 이어지는 금형제작과정에서
그녀가 맡은 부문은 정밀측정.

가제작된 금형들이 설계대로 만들어졌는지 각 부분부분의 수치를
측정한다.

"여기 놓인 종이컵을 보세요.

매우 단순한 디자인이죠?그렇지만 종이컵 하나를 만드는데 필요한 수치는
엄청나게 많아요.

컵 입구부분의 지름, 바닥까지의 각도, 동그랗게 말린 부분의 길이등등.

작으면서도 복잡한 구조의 전자부품으로 가면 더 엄청나죠"

그녀가 다루는 대부분의 수치는 100분의1mm에서 1,000분의1mm 단위다.

그 작은 오차로 조립이 안되거나 기기가 고장나버린다.

당연히 그녀의 일은 초긴장을 요구한다.

얼핏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것 같지만 그녀는 이 일이 "재밌다"고
말한다.

섬세함과 침착한 그녀의 성격에 잘 맞는다는 것.

그녀는 직장에서도 모두가 알아주는 소문난 재주꾼이다.

최근 실시된 26회 정밀기술진흥대회에서 측정부문 통상산업부장관상을
받았다.

대회사상 초유의 여자수상자가 됐다.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일요일에도 나와서 일했을 정도로 일 욕심도 많다.

87년 입사해 벌써 9년째 경력을 쌓아오고 있는 박인주씨는 지난 93년
같은 금형개발부직원과 사내결혼에 성공, 직장에서 일과 사랑을 동시에 얻은
당찬 신세대다.

< 권수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