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무역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급격한 진전에 힘입어 거래선 물색에서부터 대금결제에
이르기까지 수출입업무를 "빛의 속도로 처리하는" 전자무역거래방식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무역회사의 아침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요즘 무역회사 직원들은 밤새 들어온 팩스용지를 뒤적이는 대신 PC를
통해 자신의 전자사서함에 접수된 내용들을 검색하는 일로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거래선을 찾는 일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무역협회 등에 들어온 인콰이어리나 수백페이지짜리 해외기업
디렉토리를 뒤적여야 했지만 이제는 컴퓨터의 마우스를 몇차례 딸깍거리기만
하면 원하는 거래선의 현황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볼수 있게 돼가고 있다.

현재 한국무역협회에서는 세계 3대 무역정보네트워크로 평가되고 있는
IBEX WTC 네트워크 GTP Net의 통합서비스체제를 구축, 무역업계에 제공하고
있다.

무역센터가 각 무역유관기관들을 한 장소에 집결시켜 업체의 편의를 도모
했던 물리적 개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가상 무역센터"로서의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중 IBEX는 미상공회의소가 캐나다의 글로벌 비즈니스 얼라이언스(GBA)사
와 공동으로 개발한 전자거래알선시스템으로 AT&T 체이스맨해튼은행 SHL 등
정보통신 및 금융전문사들도 참여하고 있다.

가입기업이 사무실내 PC를 통해 원하는 상품의 수출입 오퍼를 입력하면
이 시스템에 가입한 업체가운데 적절한 파트너를 선정해 전자메일 또는
팩스로 쌍방에 고지해 준다.

또 이 서비스내에서 던 앤 브래드스트릿사가 보유한 1,400만개에 달하는
세계 각국 기업의 최신 데이터베이스도 활용할 수 있다.

금년 1월1일부터 개통된 이 서비스는 현재 북미지역 1,000여개 업체가
가입해 있으며 오는 99년말까지는 가입업체가 150만개사에 이를 것으로
GBA는 예상하고 있다.

가입비는 250달러이며 거래알선 및 네고시마다 3~10달러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WTC네트워크는 세계무역센터협회(WTCA)가 미국의 정보통신전문회사인
GEIS사와 공동으로 세계 89개국 303개 무역센터를 연결, 구축한 무역정보
통신망이다.

이 네트워크에 인콰이어리를 게재하면 CETRA CCPIT 등이 포함된 각국의
WTC 및 네트워크 가입자에게 바로 전송됨과 동시에 총발행부수 400만부에
달하는 80개 제휴매체에 게재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GTP Net는 UNCTAD가 중소기업의 무역관련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GTP(Grobal Trade Point)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서비스다.

현재 무협을 비롯 전세계적으로 54개의 TP가 설립 운영되고 있으며 하루
평균 1,200여건의 거래알선 정보가 입력되고 있다.

개도국 지원이라는 UNCTAD의 설립목적상 중남미 동유럽 아프리카 등
비교적 우리 중소기업의 시장개척이 어려운 지역에 TP가 다수 지정돼 있어
이들 지역의 시장개척활동에 상당히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협은 이 정보를 KOTIS 를 통해 무료제공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단순한
수출입정보외에 화상회의 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무협이 운영중인 이들 네트워크에는 올들어 1만여건이상의 인콰이어리가
접수됐는데 이는 팩스나 우편을 통해 입수된 인콰이어리보다 훨씬 많은
양이다.

이밖에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전자거래알선서비스로는 ICES가 있다.

전세계의 재고상품만을 전문적으로 중계해 주는 이 서비스는 작년초 미국
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대상지역이 전세계로 확대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재고상품 중개업체인 세미물산이 작년 9월부터 시험가동해 오다
최근 본격적인 상업서비스에 들어갔다.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이 서비스는 거래대상품목의 컬러사진을 화상으로
전송함으로써 상품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게 특징이다.

ICES의 이용료는 1년치가 176만원, 6개월이 96만원, 3개월이 52만원이다.

이들 전자네트워크를 통해 내도하는 인콰이어리들은 비교적 소량 주문과
신속한 납기 등을 요구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에따라 제품사양이나 가격 등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수록하고 있다.

특히 아이디어 상품이나 재고상품 등에 해외업체의 반응이 상당히 큰
편이라고 한다.

이같은 전자거래알선 서비스는 날로 증가하는 출판 및 발송비 등 업계의
부담가중으로 인해 한계에 다다른 출판물에 의한 해외상품홍보 대신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게 장점이다.

특히 이들 서비스는 자체 해외시장개척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지금까지 각 무역유관기관에 접수되는 인콰이어리에만 의존해온
기업들이 보다 공세적으로 전세계를 대상으로 상품홍보를 펼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

한편 "무역거래의 신용카드서비스"라고 불리는 FSTS(Full Service Trade
System)도 멀지않아 국내에 도입된다.

오는 98년부터 국내에서도 서비스를 개시할 FSTS는 전자거래무역방식중에도
가장 획기적인 시스템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WTCA가 중소기업간 소액무역거래 활성화에 목표를 두고 개발한 FSTS는 크게
두가지 기능을 갖고 있다.

첫째는 중소기업들이 무역거래를 할 때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인 담보
부족 등 금융상의 애로를 완화해 주는 것.

현재 세계무역거래는 50%이상이 신용장방식을 이용하고 있으나 담보력이나
신용이 약한 중소기업의 경우는 LC(신용장)개설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WTCA가 각국별로 몇개의 금융기관(Funder)과 계약해
이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무역업체들에 일정한도내에서 신용을 공여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무역업체들은 이 한도내에서는 매건별로 LC를 개설하지 않고도
무역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FSTS의 두번째 기능은 모든 수출입서류를 EDI(전자문서교환)화 하여 송달
하고 검색하는 것이다.

WTCA는 이를 통해 수출입 관련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이 현재보다 평균
2주일정도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FSTS는 현재 미국 프랑스 대만 등 3개국을 시험국가로 지정해 시범가동중
이며 98년부터는 한국을 포함, WTCA 의 89개 전회원국으로 확대 실시될
예정이다.

이같은 FSTS는 "WTO(세계무역기구)체제 출범으로 세계무역에서 국경의
개념이 사라지고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기업의 활동영역이 급속히 확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편리한 국제거래수단이 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무역협회 WTC 사무국 이병태과장)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