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가입이 국회의 동의로 확정되면서
국내 금융산업의 개편문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본시장이 개방되고 외환시장도 자유화되면서 국내 은행들의 운영방식도
본질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어서다.

은행간 합병이나 금리자유화 등 한국판 "금융 빅뱅"의 중요문제가 산적한
가운데 이창규 전한국은행 감사를 만나봤다.

이전감사는 지난 59년 한국은행에 입사해 지난해까지 36년 6개월간
재직했던 "골수 한은맨"이다.

조사부 자금부 외환관리부 등 주요부서를 두루 거치며 가계수표제도
지로제도 등을 도입해 신용사회를 앞당겼다는 평을 듣고 있다.

단기자금시장의 주요 상품인 기업어음(CP) 환매조건부채권(RP)제도 등의
도입도 그의 작품이다.

또 이전감사는 한국은행 이사와 감사 등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금융자율화
한국은행 독립 등 굵직굵직한 정책들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제 한국은행을 떠나 야인으로 돌아간 그가 비교적 객관적 시각에서
최근 대두되고 있는 금융개혁 문제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리라
기대하며 몇가지 질문을 던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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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한국금융론"이라는 책도 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 이전감사 = 고려대 경영대학원에서 1개 강좌를 맡고 있는 외에
별달리 하는 일은 없습니다.

책은 그동안 각종 강연이나 기고문들을 모아 빈약한 내용이나마 주제별로
정리했지요.

사실 제가 강단에 선다거나 책을 낸다는 것은 아카데미즘에 대한 모독이
되지 않을까 스스로 경계하고 있습니다.


-책에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역사와 앞으로의 금융개혁에 대한 견해를
쓰셨지요.

어떻습니까.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무척 어려운데요.

고비용-저효율 경제를 원인으로 꼽으면서도 그중에서 고금리가 가장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 이전감사 = 우리나라 명목금리가 선진국에 비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고임금과 함께 고금리가 경쟁력약화의 주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지요.

과거 우리나라는 노동력이 남고 자본이 모자라는 저임금-고금리
구조였는데 경제개발이 상당히 진전된 지금에 와서 노동력과 자본이 모두
부족하게 됐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선진국이 된다면 고임금-저금리가 돼야하나 현재 그렇게 되기
위한 과도기에 있다고 봅니다.

개인의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기업의 규모는 커졌지만 개인저축이나
기업의 내부유보는 그만큼 늘어나지 못했기에 계속해서 자본이 모자란
것입니다.


-저축을 늘려야 고금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신가요.

<> 이전감사 =저축을 늘리는게 정답입니다.

국내 저축이 소득수준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에 과소비나 경상적자얘기가
나오는 것이죠.

기업입장에서도 내부유보를 늘리고 차입을 덜하면 됩니다.

우리 기업들은 너무 금융기관에 의존하고 있어요.

여기에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 차입금이자의 손비처리입니다.

기업들이 재무구조를 견실히 하기보다는 차입금에 의존한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기업들은 통화를 풀라고 야단인데요.

GNP 대비 통화량이 외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있고 통화를
늘려 금리를 잡자는 견해도 대두되고 있는데요.

<> 이전감사 = 우리나라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고비용-저효율 때문으로
볼수도 있지만 저성장 단계로 돌입했다고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 경제기조가 과거 경제성장률 8%이상의 고속성장에서 6% 또는 그보다
낮아질 수도 있는 저성장 단계로 바뀌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것이 과거의 고속성장에 따른 타성이랄까
거품을 해소하는 구조조정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진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내실있는 경제를 꾸려나갈 기회이기도 하지요.

실질 경제성장률 6%는 물가안정만 된다면 나쁜게 아닙니다.


-OECD 가입 확정으로 자본자유화가 진전되면서 외국자본의 유입에 따른
금리인하를 생각할 수도 있을텐데요.

<> 이전감사 = 그렇습니다.

국내적으로는 금리의 자유화를 비롯해 금융업무장벽 등 규제의 철폐로
금융자유화 내지는 금융개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도 금융 및 자본시장을 개방함으로써 일시적인 마찰현상을
빚더라도 우리 금융시장의 기능을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나가게 될 것입니다.

특히 OECD 가입으로 외국인의 투자및 자본이동이 본격화될 터인데 정부의
계획을 보면 중소기업에 대한 우선적인 배려를 곳곳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외국인의 채권투자나 시설재 상업차관 혹은 해외증권의 발행 등 각종
외자도입경로에 접근할 수 있는 기업들은 이러한 저금리금융을 쓸 수 있게
되어 고금리문제 해소에 도움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해도 인플레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통화관리방식의 세련됨도 필요하겠지요.

<> 이전감사 = 우리나라는 과거를 통틀어보면 M나 M어느 잣대로
보더라도 지난 83년부터 85년까지 3년간을 제외하고 긴축다운 긴축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60~70년대뿐 아니라 90년대에도 인플레 허용 목표나 실질 경제성장
목표에 비하면 결코 돈이 적게 공급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 금융시장 개방과 관련해 통화정책의 지표로 통화를 택할 것인가
금리를 택할 것인가하는 논의가 있었지만 어느 하나를 배타적으로 택하고
나머지를 도외시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통화와 금리뿐 아니라 환율까지 다 고려해야 겠지요.


-문제는 통화관리방식이 간접규제로, 규제금리도 시장금리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 아닙니까.

<> 이전감사 = 이제 규제금리시장이 자유금리시장으로 바뀌고 있으므로
시장을 경유해 돈의 총량을 조절하는 간접규제방식의 통화관리를 할 때
입니다.

물론 시장중심의 통화관리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특히 국채나 재정증권
등의 신용수단을 사고 팔고 하는 공개적이고 자유스런 금융시장이 형성돼야
합니다.

매매가 자유로운 유통시장을 형성하는데 신경써야겠지요.

간접규제방식인 공개시장조작을 하는데 있어서도 이를 위해 매매할 수
있는 대상이 법률에 의해 국채 및 정부보증증권으로 한정돼 있습니다.

공개시장조작을 활성화 하려면 매매가능한 증권의 종류를 넓혀야 합니다.

특히 지난 88년과 같이 경상수지가 흑자이고 원화가치가 오르면
환차익과 금리차를 노리고 외화유입이 자극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통화를 환수할 수 있기 위해 통화당국이 팔 수 있는 증권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고 봅니다.


-OECD 가입에 따라 금융개혁도 더이상 늦출수 없을 것입니다.

금융기관의 합병 등에 대해 정부가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야 할까요.

<> 이전감사 = 세계적인 대세가 금리자유화이고 금융산업의 개편은
필연적입니다.

일본도 과거 영국처럼 "빅뱅"을 하겠다고 난리 아닙니까.

우리도 이제는 장벽을 풀고 경쟁을 촉진시켜 금융기관의 효율성을
높여야 합니다.


-한국은행의 독립 문제는 어떻습니까.

영원한 숙제로 남는가요.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소모성 논쟁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생깁니다.

<> 이전감사 = 중앙은행의 중립성문제에 대해서는 뉴질랜드의 경우가
새로운 사례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물가안정이 중앙은행보다는 정부의 책임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통화 및 금리정책을 중앙은행에만 맡길 수 없다는 거지요.

그러나 뉴질랜드에서는 인플레에 대한 책임을 중앙은행 총재에게 지우고
있습니다.

결국 물가안정의 책임과 권한이 중앙은행에 부여되는가에 달렸다고
봅니다.

중앙은행제도가 정쟁에 이용되는 것은 소망스럽지 못하지요.


-금융개혁과 관련해 뱅커의 역할과 금융인의 자세도 달라져야 겠지요.

<> 이전감사 = 과거 60~70년대 개발시대에 금융기관은 다분히 개발기구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보호와 획일주의에 안주할 수 있었다는 얘기죠.

그러나 금융자율화와 금융시장 개방에 따른 내외 경쟁 격화로 효율성과
차별화가 강요되는 상황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무쪼록 한국금융을 짊어지고 간다는 자부심으로 세계 금융시장에서
손색이 없도록 분발하기를 기대합니다.


-골수 "한은맨" 다운 말씀이시네요.

한은에 재직하면서 가장 보람있었던 때는 언제셨지요.

<> 이전감사 = 부족한 제가 직장에서 일복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동료나 선후배의 도움으로 어려운 일을 감당해낼 수 있었습니다.

중요부서 일은 거의 해본 셈이지요.

기업어음이나 환매조건부채권 등 시장형 신용수단을 도입하도록 건의한게
햇볕을 보게 된 것이 보람이라면 보람이지요.

그전까지는 규제금리하에 발행한 회사채를 중간에 팔면 손절매하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돈이 있을 때 되사는 조건으로 팔면 손절현상을 막을 수
있어 규제금리속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신용수단으로 인식됐죠.

기업들의 자금숨통을 틔워줬다고 자부합니다.

또 여신업무 능률화도 맡아 새로운 제도를 많이 도입한게 기억에 남는
군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신지요. 건강은요.

<> 이전감사 = 건강은 타고 났는지 좋은 편입니다.

요즘에는 함께 한국은행에 계셨던 분들과 자주 만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어떤 일이든지 할
계획입니다.

[ 대담 = 박영균 증권부장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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