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현재의 경기침체국면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상반기말께부터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봤던 당초 전망을 수정,
경기 내림세가 내년 하반기이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지난 3.4분기중 성장율이 지난 93년2.4분기이후 39개월만에 가장
낮은 6.4%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당초 전망보다는 높은 수준이며,그 원인은 재고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지만 제조업 생산이 예상했던것 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재고증가속의 생산증가"가 경기하강속도를 늦추고있어 급격한 침체우려를
덜어주는 대신 하강국면의 장기화를 점치게한다는 설명이다.

석유화학 반도체 철강등 장치산업적 성격이 짙은 대규모 공장의 경우
팔리지않더라도 생산을 줄이기도 어려운 특성을 갖게 마련이다.

이런 업종의 비중이 최근 몇년새 급격히 커졌기 때문에 생산물량중심의
GDP(국내총생산) 성장율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는 것은 통계상 당연하다.

그러나 바로 그런 통계적 요인때문에 성장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해서 이를 경기하강속도가 완만하다고 풀이하는 것은 적절하지않다.

우리는 현재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고있고 또 한은이 예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불황국면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에 더욱 깊은
우려를 갖는다.

경기하강속도가 우려할 수준이라는 우리들의 시각은 한은이 발표한
민간소비추세에서도 타당성이 증명되고 있다.

소득이 갑자기 줄어들더라도 소비를 급격히줄이기는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경기가 나빠져 생산(소득)증가율이 낮아지더라도 소비증가율은
변동폭이 적게 마련이다.

그러나 올들어 민간소비증가율은 10<>7.1<>6%로 급격히 떨어져
성자율 둔화추세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우리는 이 숫자가 재고증가때문에 실세보다 높게 나온 성장율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우리 경제의 젖줄이라고할 상품 수출이 6%나 줄고 내년들어서도
현추세가 바뀐다는 보장도 불확실하다는 점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시설투자도 석유화학등 일부업종에서 그동안 진행해오던 것들이
마무리돼 급격히 줄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 4.4분기이후 피부로 느끼는
경기하강속도는 더욱 빨라질 우려가 짙다.

특히 경공업의 경우 이미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년이후에 대한 불안은 더할 수 밖에 없다.

민간연구소들은 하나같이 내년 성장율을 6%대전반으로 점치고있지만
"현장"을 뛰고있는 업계관계자들의 대부분은 이보다 훨씬 비관적인게
보통이다.

국제경기가 더나아지더라도 경쟁력있는 팔 물건이 없지 않느냐는게
이들의 반문이다.

수출입물동량 감소에 따라 최근들어 인천항과 부산항의 하역체증이
거의 없어지고있다는 점은 업계관계자들의 주장이 결코 과장된게
아니라는 것을 엿볼 수 있게한다.

구조적인 요인으로 경쟁력이 없어져 수출이 안돼 경기가 급랭하고
있다고 보면 내년 하반기이후에는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너무 장미빛이다.

일찌기 경험하지못한 장기불황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경쟁력강화로 불황을 이겨나가기 위한 정부 기업 근로자 모두의
노력이 긴요한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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