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동향이 심상치 않다.

지난 14일 서울시가 잠실 반포등 5곳의 저밀도아파트지구 재건축에
대한 최종 합의안을 발표하자 해당지역의 아파트값이 뛰고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인근 택지개발지구의 아파트들까지 덩달아 값이 들먹거렸다.

이에따라 국세청은 28일자로 5개 저밀도아파트지구 23개동을 부동산투기
우려 지역으로 지정하고 투기행위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잘한 일이다.

과거 강남지역의 아파트값 상승이 부동산투기열풍의 신호탄구실을 했던
사실을 기억하는 우리로서는 이번 국세청의 투기단속발표가 시의적절했다고
본다.

일부에서는 전국적으로 미분양아파트가 11만가구가 넘는데 부동산투기를
걱정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재건축아파트 말고도 부동산투기를 걱정해야 할 요인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지난 27일 주택은행발표에 따르면 최근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지역의
중소형아파트 가운데 전세가격이 매매가의 70~80%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의 예로 볼때 전세값이 매매가의 70%정도 되면 은행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이 유리했다.

비근한 예로 지난 89년말 전세파동을 겪으면서 집값이 40%이상 폭등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또한 내년에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을 위해 대규모 건설공사가 많아지고
대통령선거가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밖에도 지난 10월말 현재 총통화증가율이 18.9%에 달할 정도로
통화관리가 불안한 데다 올 연말과 내년초에 기름값과 각종 공공요금이
인상될 예정이어서 물가불안도 가중될 전망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지금부터라도 부동산투기의 싹을 철저히 색출해내야
하겠다.

그렇다고 국세청의 투기단속이 능사는 아니다.

과거에도 부동산투기조짐이 있다 싶으면 투기단속이 가동됐지만 그때뿐
집값과 땅값은 엄청나게 뛴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임기응변식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부동산값 안정대책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주택수급의 확대균형, 부동산과세표준의 현실화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본다.

흔히들 "소유에서 주거로"의 인식전환을 강조하지만 임대주택의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집값안정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또한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수도권및 대도시주변의 택지개발이
필요하다.

이점에서 지난 26일 발표된 건설교통부의 수도권 중장기 택지확보대책대로
98년부터 5년간 해마다 27만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4,250만평의
택지가 개발될지 지켜볼 일이다.

부동산값 안정에는 과표현실화도 중요하다.

실수요자나 임대주택사업자가 아닌 투기꾼들이 노리는 것은 매매차익
이므로 이를 세금을 통해 환수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럼에도 조세저항이다 뭐다하며 과표현실화가 지지부진한 것을 보면
정부의 투기근절 의지를 의심할 지경이다.

다시 말하지만 부동산투기조짐이 확산되기 전에 단속의지를 밝힌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투기단속 만으로는 역부족인 만큼 근본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이점에서 지금까지의 정부시책은 반성의 여지가 많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