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운영회사(TOC)제도 시행은 그동안 국가가 운영해 오는데서 비롯된
항만운영의 경직성과 비효율성, 관료적 색채를 말끔히 씻어낼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특히 3D업종의 대명사격으로 여겨져온 항만하역산업이 기계화 현대화의
일대 전기를 맞게돼 종래 무겁고 어두웠던 분위기를 떨쳐 내고 환경친화적
"클린 포트"로의 탈바꿈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 고위관계자가 "1백20년 개항역사이래 항만운영의 일대 개혁"
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TOC시행 의미를 단적으로 대변해
준다.

지난 73년 TOC 도입문제가 처음 제기된 점을 감안하면 무려 24년만에 빛을
보게된 셈이다.

"국유국영"인 항만운영체제가 "국유민영"으로 바뀌게 됨에 따라 앞으로
항만운영에도 기업경영 마인드가 도입되면서 생산성및 이윤극대화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각 항만 부두운영회사마다 부두회전율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앞다퉈 신형
하역기자재를 들여오고 자동화 전산화시스템 구축을 서두르는등 항만간은
물론 부두간 전례없는 선.화주 유치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TOC제도 도입에 관한 27일의 노.사.정 합의서 서명식을 시작으로 내달초
부터 항만별 TOC선정작업이 본격화된다.

해양부 계획으로는 내년 1월1일부터 부산항 인천항 운영권이 우선 민간에
넘어간다.

부산항의 경우 총 35선석중 25개 선석이 민영화되고 나머지 10개 선석은
공영부두로 운영된다.

TOC대상업체는 한진 대한통운 세방기업 동방 국제통운 동부고속 동진
삼창기업등 8개 회사다.

인천항은 총 35선석중 28개 선석을 민간이 운영하게 되며 대상업체는
대한통운 한진 동방 동부고속 세방기업 동화실업 선광공사 영진공사
우련통운 한염해운등 10개 업체다.

해양부는 TOC 선정기준과 관련, <>항만별로 최근 3년간 하역실적을 토대로
하역사들을 점수화하고 <>부두접안능력 길이 야적장규모등을 평가해 부두
시설도 점수화하며 <>하역사와 부두시설점수를 비교해 부두배정 협의에
나선다는 방침을 정해 놓고 있다.

해양부는 이 기준만 제시하고 부두배정은 업계자율에 맡기겠다는 생각이나
특정업체가 단독으로 운영하는 것보다 TOC대상업체들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운영하는 방안을 원하는 눈치다.

해양부는 TOC제도 운영과정에서 하역회사간 통합을 통한 업체의 대형화
움직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양부는 부산항 인천항에 이어 마산 동해 울산 군산 목포 여수 광양 포항
제주등 9개항은 반드시 TOC를 시행하고 삼천포 진해 충무 옥포 묵호 옥계
삼척 장항등 8개항은 여건이 되는 항만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해양부는 TOC 도입으로 부산항과 인천항에서만 연간 총 1조1천억원의
물류비가 절감되는 효과를 얻게될 것으로 분석했다.

하역기계화와 생산성제고에서 오는 시설능력확충효과가 30개 선석을 추가로
건설하는 것과 맞먹으며 선.화주와 하역회사의 항만물류비 절감액만도 연
4천9백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다.

또 지금까지는 선박접안부두와 하역장소가 고정돼 있지 않아 배가
들어올때마다 하역회사관계자들과 근로자들이 배와 화물을 찾아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는 원시적 하역관행이 이 제도도입으로 개선되게 됐다.

TOC의 주체가 될 항만운송협회가 앞으로 부두생산성이 현행보다 2배이상
나아질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TOC시행에 따른 이점은 이밖에도 많다.

정부로서는 임대료 수입이 늘어나고 하역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운용할수
있는 부두를 확보하게 되며 화주들은 준전용 터미널을 갖게되는 메리트가
있다.

TOC제도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선결돼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

벌써부터 기존 하역업체의 기득권만 인정해주는 것일뿐 항만생산성을
오히려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은 귀담아 들을만하다.

특히 항만운송사업법 개정에 따라 내년 7월부터 항만하역업이 면허제에서
신고제로 바뀌는 개방일정을 앞두고 부두운영회사를 서둘러 지정하는 것은
기존 업체에게 특혜를 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무엇보다 하역기계화에 따른 근로자들의 대량실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업보상기금 성격의 항만현대화기금을 대폭 확대하는등
근로자 권익보장대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항운노조측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김삼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