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으로 경제전반에 걸쳐 개방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후진성을 면치못하고 있는 금융부문은 개방에 따른 거센 파고를
겪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개방과 자율화시대에 한국금융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26일 한국경제신문사후원으로 전경련 대회의실에서 "한국금융
구조의 재편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미국제경제연구원의 놀란드박사는 "규제완화와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진출확대로 국내금융시장에 경쟁을 더욱 촉진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김동원 수원대교수는 "금융구조개혁에 성공하려면 정부주도의 점진적
개혁보다는 시장주도에 의한 역동적 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정리=박영태기자 >

=======================================================================

[[ 한국 금융구조 재편방안 ]]

마커스 놀란드 < 미 국제경제연구원 >

금융자유화에 있어 한국이 가장 먼저 교훈삼아야 할 것은 여유를 갖고
추진하라는 것이다.

금융자유화는 한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 외국의 강요나 요청에 의해
추진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자유화의 수행과정에서 위험도 있지만, 유익한 보상도 따르는 만큼
이를 올바르게 평가하고 향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다 경쟁적인 시장이 덜 경쟁적인 시장보다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므로
국내금융시장의 자율화는 신속히 추진되어야 한다.

자유화의 진전은 보다 효율적인 은행제도, 보다 건전한 화폐시장, 채권
시장, 주식시장의 형성을 촉진할 수 있다.

특히 정부는 은행에 대한 정책금융수행의무 부과, 은행경영자율을
침해하는 규제 및 기업금융에 대한 세밀한 가이드라인을 지정해주는 것을
통해 금융시장에 지나치게 간섭해서는 안되며, 규제완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된다.

정부는 금융규제방식을 원칙금지.예외허용방식(positve system)에서 원칙
허용.예외금지방식(negatove system)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규제관행의 동시에 국내금융시장에 대한 외국 금융기관의 접근도
보다 용이해져야 한다.

외국기업의 진출증가는 정부의 간섭과 보호에 의해 작동해온 국내금융
산업에 유효경쟁을 촉진시킨다.

이런 의미에서 규제완화정책과 외국금융기관의 진출은 보다 빠른 속도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규제완화가 무규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지, 한국의 은행규제는 부적절한 경우가 많아, 필요이상의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야기해왔다.

은행과 정부와의 관계가 지나치게 밀접한 결과(암묵적으로 은행경영
부실을 정부가 보증하는 형태) 정부가 예금보험기능을 담당하므로써 은행이
불필요한 위험까지 부담하게 되는 유인효과를 가져온 것처럼 보인다.

이와 더불어 자산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 되어 있고 부실여신을 관리하는
능력이 취약한 것이 문제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은행감독의 자율권을 강화해 주고 BIS규정보다
더 엄격한 자기자본 비율을 준수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며, 보다
일반적으로 건전성규제를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국내금융의 자율화와 대부분 연관되어 있다.

오늘날의 경제현실에서, 국내부문 규제와 대외부문 규제를 차별화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심스럽지만 대외규제보다 국내규제를 우선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통적 견해이다.

어떤 관점에서 보더라도 한국은 전통적인 자유화 추진방식을 채택해오고
있으며, 이러한 결과 자산투지용 투자보다 직접투자를, 단기투자보다 장기
투자를 보다 우선하여 자유화하고 있다.

이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대외개방과 관련하여 가장 우려되는 것은 환율을 급격히 고평가시키고
실물부문에 악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핫머니의 유입이다.

정부가 국내이자율과 국제이자율과의 차이가 좁혀질 때까지 일정 부문의
자유화가 지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요한 이유가 바로 이에 근거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유의해야 할 사항이 두가지가 있다.

먼저, 국내기업이 경쟁국기업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부담하고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현재의 금융구조는 기업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는
점이다.

금융자율화의 궁극적 목표는 한국기업이 국제금융시장에서 보다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자유롭게 차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둘째로 거시경제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한다면 자본시장 개방에 따를
거시경제의 혼란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금융시장의 발전정도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은행이
M2를 통화관리목표로 하는 전통적인 통화관리방식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기대와는 반대되는 결과를 가져올 뿐아니라 단기해외자금의
유입과 관련된 부작용들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대신에 통화당국은 M3동향에 초점을 맞추면서 금리 명목GDP 및
인플레이션을 통화목표변수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순자본유입과 확대되고 있는 경상수지
적자를 고려해 볼때 재정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통화당국에 신축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 필요하다.

대외금융 규제원화로 대규모의 해외자금이 유입된다면 일시적으로는
불태화정책을 써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대외개방으로 현실적인 금융위기에 직면하고 이것이 악화된다면 법률적
수단을 동원해서 자본유입에 대한 직접통제를 긴급히 강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금융자유화 최적시점이 언제인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실질적으로 금융자유화의 최적시기가 언제라고 못박을 수는 없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한국이 금융자유화의 일정을 늦추거나 오히려 금융
규제를 강화한다면 한국정부의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한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고려해 볼때 한국이 금융개방과 자유화에
다소 지체하는 것은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수지 적자도 천연자원 수출국이 아닌 한국이 설비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측면이 크기 때문에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다.

경상수지 적자의 주요한 이유는 국내저축의 부정에 기인하므로 국내금융
규제가 완화되면 저축의 수익률이 높아지게 됨으로써 이는 해결될 수 있다.

또한 저축부정 문제는 재정긴축을 포함한 효율적인 정책조정을 통해서도
해결되어 질 수 있다.

이 경우 경상수지 적자는 일시적인 것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7일자).